[금호건설을 움직이는 사람들]'기획통' 서재환 사장, 재무·실적·승계 '해결사 역할'①2016년 사장 선임된 후 8년째 경영 총괄, 그룹 재건 핵심 임무
김지원 기자공개 2023-04-26 07:41:30
[편집자주]
금호그룹은 최대주주인 박삼구 전 회장의 공백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정작 아들 박세창 사장을 향한 승계 등 지배구조 정리 작업은 아직이다. 경영권과 지배구조 다방면에서 미지수가 많다. 다만 올해 말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정리 절차 완료 후 그룹 중심부에 금호건설이 서야 한다는 점은 어떤 경우에도 달라질 게 없다. 결국 금호건설 덩치를 걸맞은 크기로 키우고 경영을 안착시키는 게 그룹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다. 금호건설 내에서 이를 풀어나가고 있는 '키맨'들은 누구일까. 그 인물들의 면면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9일 11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몇 년 사이 금호그룹의 위상은 크게 떨어졌다. 과거 한 때 7위까지 올랐던 금호그룹 재계 서열은 이제 50위권에 그친다. 올해 말 분리 예정인 아시아나항공까지 떨어져나가면 금호그룹 덩치는 더욱 작아진다. 그룹 품에 남겨질 핵심 사업체는 금호건설 정도다. 문제는 건설업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총책을 맡고 있는 인물인 서 사장의 고민도 이 부분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룹 재건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시작점이 이제는 금호건설이고, 이를 위해서는 해외 수주나 신사업 발굴 등이 필요하다. 금호건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다면 박세창 사장을 향한 승계 작업도 성공적으로 마치기 어렵다. 이 모든 중책이 바로 서 사장의 최대 미션이다.
◇그룹 계열사 두루 거친 '금호맨'
서 사장은 2016년 7월 금호산업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건설업에 몸 담기 전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내 재무통이자 기획통 역할을 했다. 올해로 35년째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근무 중인 그는 여러 계열사를 두루 거쳐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박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그룹 내 굵직한 투자활동을 진두지휘하며 경영전략을 짰다.

1954년생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항공대경영대학원 항공경영학 석사와 인천대학교 물류시스템학 박사를 마쳤다. 항공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그룹의 색깔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졸업 후 1988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의 경영지원업무를 도맡으며 그룹 전반의 실무를 익혔다. 한국도심공항터미널 관리 총괄, 한국복합물류 경영지원 총괄, 대한통운 경영관리부문장을 차례로 지내며 쌓은 경영 감각을 바탕으로 2012년 그룹의 경영전략실로 자리를 옮겨 사실상 그룹 내 2인자 자리에 올랐다.
그룹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전략경영실에서 2016년까지 전략경영실장직을 역임하며 금호그룹 재건에 힘썼다. 그룹의 중대한 이슈를 도맡아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7월 1일부로 금호산업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가 취임한 직후 '부동산 훈풍'이 이어지면서 금호건설의 경영 성적도 무난했다. 2017년 1조2980억원이던 금호건설의 매출은 매년 꾸준히 성장해 2021년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서 사장은 그간 금호건설의 실적을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연임을 해왔다. 남은 임기는 2025년까지다.
◇각종 소송에 조용한 경영 행보
문제는 2021년까지 매년 커져왔던 금호건설의 영업이익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국내 건설경기가 급격히 침체된 영향이다. 지난해 매출은 2조6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억원 가량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이 기간 영업이익은 1115억원으로 같은 기간 50% 가깝게 줄었다. 주택 부문에 매출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분양 성적은 좋지 않았던 영향이다.
이런 가운데 신성장 동력도 보이지 않는다.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국내 사업에서의 부진을 떨쳐내기 위해 해외 사업 수주와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과는 달리 금호건설 내에서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올해 초 과거 수주 이력으로 인해 두바이 관련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잠시 들썩이기도 했지만 아직 해당 지역에서의 신규 수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위해 발로 뛰는 서 사장의 모습도 잘 포착되지 않고 있다. 그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대신 조용한 경영을 이어나가고 있는 원인으로는 금호그룹을 둘러싼 소송 문제가 몇 년째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으로 기소된 박 전 회장은 작년 8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올해 초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2021년 5월 구속돼 같은 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두 번째 보석 석방이다.
최대주주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서 사장이 전면에 나서서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것은 부담일 수 있다. 그는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서도 당분간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유동성을 확보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향후 재도약을 위한 탄탄한 경영기반 구축을 위해 경영방침을 '내실강화'로 정했다"고 했다.
금호건설 공식 입장도 당분간 내실 다지기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전 부문의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대형건설사와 달리 신사업 발굴 등에는 나서지 않고 있는 데다 해외 부문의 경우 아직 수주 가시화된 건은 없어 당분간 회사 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과제 박세창 경영승계 작업
서 사장에게 놓인 또 다른 과제 중 하나는 박 사장에게 금호건설을 무사히 넘겨주는 것이다. 금호건설은 2019년 3월 29일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 2인(박삼구, 서재환)을 1인(서재환)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2021년 1월 1일 자로 박 전 회장의 장남 박세창 사장이 관리부문 사장으로 신규 선임된 이후부터 투톱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서 사장은 2년 전부터 박세창 사장과 함께 금호건설을 이끌고 있으나 '총괄사장'은 그의 몫이다. 사실상 경영 전반의 주요 결정은 여전히 서 사장이 총괄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호건설의 조직도상에서도 총괄 사장은 관리부문 사장 위에 자리하고 있다. 박 사장이 경영관리본부를 맡고 서 사장이 건축본부, 주택본부, 토목플랜트본부 등 주요 사업 본부를 총괄하는 구조다.
박 사장이 경영권 전면에는 올라섰으나 승계는 아직까지 한참의 절차가 더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다. 금호건설의 유일한 후계자인 박 사장이 향후 승계를 마치기 위해서는 박 전 회장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을 증여받아야 한다. 이와 동시에 건설사업 내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야 진정한 의미의 승계를 완수할 수 있다. 그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도 서 사장의 몫이다.
서 사장이 남은 임기 동안 금호건설의 내실을 더 다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8년여간 매출 외형을 두 배 가까이 키워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재도약을 위한 신사업 발굴과 해외 진출에는 실패했다. 작년 말 기준 금호건설의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채 되지 않았다. 결국 건설업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게 올해 서 사장의 핵심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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