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은 지금]'PE와 대결구도'로 흔들린 오너십④창립 오너 유지한 유일 생보사, 'FI 갈등 해결' 최대 과제
서은내 기자공개 2023-04-24 07:30:35
[편집자주]
교보생명은 '대한교육보험'으로 시작해 지난 65년 동안 선대 신용호 회장에서 신창재 회장으로 한차례 리더십 변화를 겪었다. 두 리더의 지휘 아래 교보생명은 한국 생명보험 시장에서 다양한 업적을 만들었다. 더벨은 교보생명그룹의 규모와 계열 구조, 리더십, 소유 구조, 사업 흐름 등을 짚어보고 지주로 도전을 꾀하는 교보생명의 위상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9일 09: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은 현재 국내 생명보험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창립 오너가 그대로 유지돼 온 회사다. 회사 설립 후 한번도 주인이 바뀐 적이 없었다. 다른 많은 보험사들이 그동안 수차례 손바뀜을 경험하거나 어딘가에 합쳐지는 등 소유구조에 변화를 겪었으나 교보생명만은 예외였다.최근 금융투자업계는 교보생명의 오너십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 어피너티 컨소시엄과의 풋옵션 분쟁이 5년째 지속되고 있으며 그 갈등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FI와의 갈등은 60년간 단단하게 이어져온 교보생명의 경영권을 흔들리게 하고 성장을 늦추는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 주주 갈등에 중대 의사결정 지연, 성장 걸림돌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교보생명의 2대주주로서 신창재 회장 다음으로 높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 개인의 지분율이 33.8%, 특수관계자를 포함하면 약 37%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지분율은 24.01%다. 어피너티의 해당 지분은 과거 교보생명의 우호주주였던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다 어피너티로 넘어간 것이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매입했으며 당시 신창재 회장과 주주간 계약으로서 교보생명이 2015년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주식을 다시 팔 수 있는 풋옵션을 얻었다. 대신 지분의 의결권은 신 회장에게 위임하기로 약속했다.
상장이 좌절되자 2018년 FI는 풋옵션을 행사했다. FI 측이 제시한 행사가격은 주당 약 41만원, 풋 행사시 총 대금이 2조원을 넘었다. 이는 당시 신 회장 보유 지분과 풋행사 후 사들인 FI 지분 전체를 다 매각해도 충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지분 가치평가를 놓고 양측 주장이 엇갈려 국재상사중재위원회(ICC)에 조정을 신청하면서 갈등은 장기화됐다.
FI와의 갈등은 교보생명의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수합병 같은 중대한 사안을 두고 주주간의 지향점이 다르다보니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해 결정이 지연되거나 무산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IPO 좌절도 주주간 분쟁에 따른 불안한 소유 구조가 영향을 미쳤다. 교보생명이 공익 활동을 통해 쌓아온 긍정적 이미지마저도 평가절하되고 있다.
신창재 회장은 지난해 교보생명의 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직접 수차례 거래소를 찾아 상장에 대한 진정성을 토로하기도 했다. IPO만이 회사의 시장가치를 인정받고 FI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는 유일한 방편이라고 봤다. 그럼에도 교보생명은 또 한번 상장이 좌절돼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최대주주이자 CEO인 신창재 회장에게 FI와의 분쟁은 가장 골치아픈 숙제다. 신 회장이 외부 활동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배경 역시 주주간 갈등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는 최근 업황 둔화와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성장성에 도전을 받고 있다. 이에 더해 FI와의 갈등을 매듭지어야하는 상황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창재 회장은 FI와의 갈등이 심화된 시점 이후로 외부 활동은 자제하고 있다"며 "CEO로서는 주주간 분쟁 건에 대해 외부에 어떤 관점도 표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신 회장은 이 문제를 엄격하게 구분지은 상태로, CEO로서는 회사 경영에 집중하는 한편 주주로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분쟁 장기화에 양측 부담 커져, 달라진 분위기
최근 교보생명과 FI 간 갈등에서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 카드를 꺼내들면서다. 지주 전환으로 기업 가치를 높임으로써 FI들과 '윈윈'이 가능할 새로운 타개책을 제시한 상황이다. 다만 지주 전환에 대한 FI 측의 의사는 아직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주 전환을 성사시키려면 FI의 찬성이 필수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지주사 전환에 긍정적인 의사를 나타낼지에 대해 업계는 절반 정도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주 전환을 필두로 FI들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분쟁 지속에 따라 초래되는 유무형의 비용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FI들 역시 투자 시점으로부터 10년이 지나도록 원금 회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부담이 큰 것은 마찬가지다. 어떤 방식으로든 합의점을 끌어내야 한다는 양측 공통의 목적이 뚜렷해지는 셈이다. FI의 목표가 최대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라고 할 때 지주사 전환은 목적 달성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행 중인 ICC의 2차 조정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바로 분쟁이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차 조정 결과가 "풋옵션 행사는 유효하나 FI가 제시했던 가격 수준(주당 약 41만원)에서 신 회장이 매수할 의무는 없다"라는 애매한 결론으로 내려졌던 만큼 2차 조정이 얼마나 유의미한 해법을 내릴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또 ICC의 결론을 어느 한쪽이 바로 수긍하고 이행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어렵다.
현재까지 FI 측의 의사나 반응에 대해서는 나온 바는 없다. 다만 교보생명과 FI간 분쟁 양상에서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양측이 서로를 비난, 공격하는 자료를 내며 여론전을 펼쳐 분쟁이 확대됐던 것이 과거의 모습이라면 최근 들어서는 이같은 양상은 크게 줄어들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재무적투자자들이 엑시트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갈지에 대해서는 양측이 협의를 통해 조율해가야하는 지점"이라며 "지주사 전환 방안은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어느 정도 가능성을 인정을 받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창립자의 철학을 따라 18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납부하며 오너십의 정도(正道)를 보여줬지만 이를 기점으로 여러 변수가 작용하면서 상당량의 지분이 PE들에 나뉘어 소유되는 지금의 구조가 만들어졌다"라며 "경영권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예기치못한 주주 분쟁도 야기됐다"고 짚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서은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Art Price Index]경매 막판까지 고르게 이어진 경합
- [미술품 감정 사각지대]진품증명서 양식 놓고 공급·수요자 입장 대립
- [2024 이사회 평가]SM엔터, 경영성과로 이어진 이사회 시스템
- [2024 이사회 평가]견제기능 한계 펄어비스, 평가개선프로세스 우수
- 서울옥션, 달라진 사업비중…'경매' 늘고 '판매' 줄고
- [2024 이사회 평가]더블유게임즈, 오너 의장에도 '감사위'로 독립성 유지
- [미술품 감정 사각지대]엇갈린 진위감정…영리 vs 비영리 차이?
- [미술품 감정 사각지대]문체부 감정체계 손질 '이건희 컬렉션' 나비효과
- [Auction Highlights]케이옥션, 10억 이상 고가작 시장 소화여부 관심
- 투게더아트, 21억 니콜라스파티 작품 증권발행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