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욱의 럭스틸]명품 벽지와 싸운 철강 인테리어 '앱스틸'④거울과 구분 안 되는 컬러강판, 수출 효자로 부상
허인혜 기자공개 2023-04-25 07:30:11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1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럭스틸 출범 10주년이기도 했던 2021년 럭스틸은 럭스틸과 산하 가전용 브랜드 '앱스틸'(Appsteel)의 디자인 컨셉트를 별도로 공개했다. 럭스틸은 라이프(Life), 앱스틸은 러브 유어 홈(Love your Home)을 키워드로 삼았다. 통합 브랜드이지만 건축자재에 더 가까운 럭스틸로 건물과 공간, 삶을 잇고 가전제품에 주로 쓰인 앱스틸은 내면과 그 속의 휴식을 영감으로 삼았다.철강기업이 '당신의 집을 사랑하라'를 콘셉트로 들고 나온 것은 그만큼 앱스틸이 10년간 가전 인테리어에 깊숙하게 관여했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과거 꽃무늬 가전부터 최근의 다변화된 디자인까지 가전제품 외관의 발전사는 동국제강 앱스틸의 영향을 받았다.
◇백색가전에서 '프리미엄' 인테리어 오브제로 바꾸다
앱스틸은 럭스틸 출시 2년 뒤에 출범했다. 올해로 출시 10년차를 맞는다. 럭스틸이 건물의 외관을 맡았다면 앱스틸은 공간을 채우는 소재로 개발됐다. 장세욱 부회장이 유니온스틸의 지휘봉을 잡으며 가장 먼저 바꾼 건 소품종 다생산에서 다품종 소생산으로의 전환이다.
럭스틸이 2년 사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루며 장 부회장도 '되겠다'는 확신을 얻었다는 전언이다. 장 부회장은 당시 사장으로서 앱스틸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럭스틸이) 초기 월 1000톤(t) 남짓이던 판매량에서 최근 월 4000톤으로 네 배 늘었다"고 앱스틸 출시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가전제품이 백색가전이라는 말을 벗어나기 시작한 건 2003년 전후다. 삼성전자가 '지펠'을, LG전자가 '디오스'를 내놓으면서 냉장고는 은은한 꽃무늬가 그려진 인테리어 오브제로 진화했다.
당시에는 강화유리 소재가 대세였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가전제품을 만들면 내구성이며 가공성 모두 좋았지만 스틸 특유의 느낌이 고급스럽지 못하다는 게 이유였다. 식당용 제품들에 겨우 쓰였다.
가전제품의 얼굴이 철강제품으로 바뀐 건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이다. 앱스틸이 2013년 출시됐으니 시기를 잘 탔다. 컬러강판 기술이 발전하면서 컬러강판 디자인도 강화유리 못지않게 발전했고 예쁘면서 튼튼한 소재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앱스틸은 이름부터 가전제품을 겨냥했다. 가전제품을 뜻하는 어플라이언스(Appliance)와 스틸(Steel)의 합성어로 제품명을 지었다. 여기에 애플리케이션의 의미도 담았다. 앱스틸은 주요 고객으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월풀, 미쓰비씨와 파나소닉 등을 들 수 있다.
◇거울과 구분 안 되는 컬러강판, 동국제강 수출 효자로
인테리어 가전을 표방한 만큼 나무와 돌, 유리 등 다른 소재처럼 구현되는 기술력이 가장 중요했다. 장 부회장도 앱스틸의 대항마가 다른 컬러강판이 아니라 이탈리아제 명품 벽지나 대리석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앱스틸은 가전용 컬러강판 생산라인인 6호와 7호가 신설되면서 본격화됐다. 기술력을 한층 더 높인 건 2021년 증설한 S1CCL이다. 생산라인 신설은 장 부회장이 챙겼다. 생산라인이 신설될 때마다 현장을 찾았고 일부는 직접 소개에 나섰다.
6호 라인은 프린트 강판 전문, 7호 라인은 라미나 전문이다. 프린트 강판은 컬러와 무늬를, 라미나 강판은 필름을 입힌 강판으로 가전제품용 컬러강판 디자인을 확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S1CCL 라미나 강판과 자외선(UV)코팅 공정을 혼합한 1600㎜규모의 광폭 생산라인이다.
앱스틸의 자랑은 높은 투과율과 선영성이다. 유리처럼 투명하고 광택이 나면서 거울처럼 사물을 왜곡없이 비춰주는 성능을 뜻한다. 2013년 앱스틸을 내놓을 때 이미 유니글라스와 유니텍스가 투과율 92% 수준이었다. 유리의 투과율이 94%다. 도자기나 나무결 같은 디자인은 전혀 어렵지 않다.
앱스틸의 또 다른 특징은 해외에서 잘 나간다는 점이다. 국내 시장의 저가 경쟁을 고급 제품으로 타파했던 장 부회장이 해외로의 물꼬도 일찌감치 텄다.
가전제품용 고급 컬러강판 브랜드를 출범시킬 때 고민 중 하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 시장의 등락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국내 시장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앱스틸은 출범 초기부터 중국과 러시아를 메인 타겟으로 삼았고 인도네시아와 폴란드, 브라질 등 신흥시장 진출도 검토했다.
현재 동국제강은 멕시코와 인도, 태국에 컬러강판 거점을 운영 중이다. 2030년까지 미주와 유럽, 동남아, 대양주 등 7개국 8거점으로 늘릴 계획이다.
멕시코 등 신흥시장 중심으로 거점을 먼저 키운 건 가전제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지역이라서다. 태국 거점에서는 동남아 지역에서 명품 가전으로 통하는 우리나라와 일본제 가전제품들이 들어와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옷을 입고 출고된다.
판매량도 해외 비중이 오히려 높다. 연산 85만톤 중 약 45만톤이 해외에서 팔린다. 이중 42%가 멕시코와 인도, 태국 거점을 거쳐 유통된다. 특히 미국과 가까우면서도 가전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멕시코가 알토란이다. 최근 북미지역 컬러강판 수출을 목표로 증설에 착수한 제2코일센터도 멕시코 케레타로 지역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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