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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함영주의 러닝메이트 '재무통' 이승열 하나은행장경력·출신 달라도 닮은 성품과 리더십…'외환은행 융합' 마무리 특명

최필우 기자공개 2023-05-09 07:15:03

[편집자주]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는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 전혀 다른 회사가 된다. CEO를 보좌해 그룹을 움직이는 '키맨' 진용이 대부분 물갈이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함영주 회장 취임 후 1년이 다 돼서야 CEO색깔의 첫 인사를 단행했다. 핵심 인사들의 이력과 새로 부여받은 역할을 보면 하나금융이 나아갈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더벨은 함영주 회장 체제에서 하나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8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지주 역대 회장들은 공통적으로 서울대학교 출신 브레인을 곁에 두고 조언을 구했다. 김승유 전 회장에게 김병호 전 부회장이, 김정태 전 회장에게 곽철승 전 전무가 있었다. 함영주 회장에게는 이승열 하나은행장이 있다. 이들은 재무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그룹 재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도 같다.

서울대 출신 재무 책사가 전임 회장의 '키맨'이었던 것과 달리 함 회장과 이 행장의 관계는 '동반자'에 더 가깝다. 고졸 행원 출신 영업통인 함 회장에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재무통이 필요했다. 영업과 함께 함 회장의 사명으로 꼽히는 조직 융합을 보조하는 데도 외환은행 출신인 이 행장이 적격이다.

◇'고졸과 석사·하나와 외환' 삶의 궤적 달랐지만 '의기투합'

함 회장과 이 행장은 은행원이 되기 전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았다. 함 회장은 어려운 집안 형편에 보탬이 되기 위해 강경상고에 진학해 고졸 행원이 됐다. 이 행장은 대구·경북 지역 명문으로 손꼽히는 경북고를 나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학사,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입행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입행 경로와 이후 경력도 완전히 달랐다. 서울은행 텔러로 경력을 시작한 함 회장은 CEO가 되기 전까지 줄곧 영업 현장에서 근무했다. 이 행장은 외환은행으로 입행했고 대리가 되면서 본사 종합기획부에 소속됐다. 이후 영업점 근무 없이 재무기획부, 전략기획부, 경영기획부 등 본사 경력을 쌓았다. 은행원이라는 직업 외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두 인물의 만남은 통합 하나은행 출범이 출범하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진다. 함 회장은 2015년 9월 통합 하나은행 초대 행장에 취임했고 이듬해 이 행장을 CFO 격인 경영기획그룹장 본부장에 임명한다. 이 때만해도 이 행장에게 재무 실권을 쥐는 CFO 자리를 맡긴 건 외환은행을 배려한 성격의 인사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함 회장과 이 행장의 '케미'는 기대 이상이었다. 함 회장이 영업을 진두지휘해 2015년 9970억원이었던 연간 순이익을 2018년 2조930억원으로 2배 이상 늘렸다. 같은 기간 이 행장은 재무 총괄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14.7%에서 16.3%까지 개선했다. 함 회장은 이 행장을 본부장, 상무, 전무로 3년 연속 승진시키면서 성과를 인정했다.

각 분야의 정점에 오른 두 리더의 화학적 결합이 가능했던 요인을 하나은행 구성원들은 이들의 성품에서 찾는다. 함 회장과 이 행장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상대를 포용하는 성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다른 금융기관과 달리 하나은행 내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건 양측의 맏형 격인 두 인물의 배려와 존중이 있어 가능했다.

비슷한 업무 방식도 이들이 3년 간 행장과 CFO로 찰떡궁합을 자랑한 배경이다. 함 회장은 임직원에게 일을 맡기면 묵묵히 기다리면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리더십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이 행장의 업무 지시 방식도 함 회장과 똑 닮아 이들이 다른 경로를 거쳤지만 CEO로는 굉장히 유사하다는 평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승열 행장은 한번 일을 맡기면 사사건건 개입하지 않고 재량을 발휘할 수 있게 배려하는데 이는 함영주 회장과 비슷한 스타일"이라며 "함 회장은 영업 실적을 관리하다보니 결정적인 순간에는 카리스마를 발휘하곤 했는데 이 행장은 업무 막바지가 돼서야 본인의 전문성을 살려 일을 마무리하는 것 정도가 달랐다"고 말했다.

◇'재무 전문가→CEO' 변신, '조직 융합'에 달렸다

함 회장이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자신의 러닝메이트였던 이 행장을 다시 찾은 이유는 자명하다. 외환은행 최초의 하나은행장이라는 상징성을 바탕으로 조직 융합 작업을 마무리해 달라는 바람이 인사에 담겼다. 이 행장은 6년간 은행과 지주를 오가며 CFO로 재직하는 사이 그룹인사총괄을 겸직하며 인사 예비 수업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말 하나은행 부행장 인사에는 구성원을 아우르려는 이 행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10명의 신임 부행장 중 4명이 각각 충청은행, 보람은행, 서울은행, 외환은행 출신으로 구성됐다. 하나은행과 합병한 모든 은행에서 신임 부행장을 선임한 셈이다. 능력과 성과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되 출신 은행 안분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 행장이 재무에만 특화돼 있다는 평가에서 벗어나 CEO로 탈바꿈하려면 앞으로 2년의 임기가 중요하다. 그는 지난해 하나생명보험 대표를 맡기도 했으나 그룹 내 존재감이 크지 않은 계열사이고 재임 기간도 1년으로 짧았다. 전임자인 박성호 지주 부회장이 지난해 최초로 시중은행 순이익 1위를 달성한 것도 이 행장에게 부담이다.

은행장 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향후 이 행장의 그룹 내 입지가 달라진다. 그와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는 함 회장의 임기는 2년 뒤 만료된다. 본인의 장기인 안정적 재무 관리와 더불어 함 회장 체제 핵심 아젠다인 조직 융합과 영업 경쟁력 강화 관련 성과를 내야 은행장 연임 또는 차기 회장 도전 길이 열릴 수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승열 행장은 창조적인 전략을 세우기보다 전통적인 영역에서 차별화된 성과를 내는 데 특화돼 있는 리더"라며 "시장 흐름을 읽고 이에 부합하는 재무 전략을 수립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금융시장 혼란기에 본인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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