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리보세라닙' 미국 진출기]K-바이오 모두가 주목한다, 미국 FDA 허가 결정 'D-1'미국 진출 첫 사례, 현지시각 16일 판가름…바이오업계 전반에 파급
차지현 기자공개 2024-05-16 15:10:24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6일 08: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LB가 개발한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여부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FDA 품목허가를 받게 되면 국산 항암 신약이 미국 시장에 진출한 최초 사례가 된다.반대로 허가에 실패할 경우 국내 바이오 업계 침체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리보세라닙의 허가 과정 하나하나가 업계의 주목을 받는 배경이다.
◇FDA 허가 초읽기 '기대 반 우려 반' 바이오업계
미국 현지 시각으로 16일, 리보세라닙의 운명을 가른다. 처방의약품 신청자비용부담법(PDUFA)에 따라 FDA는 이전까지 최종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통상 기한일에 맞춰 내용을 통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서 16일 밤 또는 17일 새벽께 결과를 알 수 있을 걸로 보인다.
결과가 어떻든 리보세라닙이 국내 바이오 업계에 미칠 파급은 상당할 전망이다. FDA 품목허가를 받게 되면 국산 항암 신약이 미국 시장에 진출한 첫 번째 사례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국내 업체가 자체 개발 항암제로 FDA 허가를 받은 사례는 아직 없다.
항암 관련 의약품 중에선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가 2022년 9월 FDA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다만 롤론티스는 항암제는 아니라 암 치료를 돕는 항암보조제다.
HLB에 있어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바이오 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2008년 이노GDN 인수 이후 첫 최대 성과이기 때문이다. 리보세라닙이 이번에 FDA 품목허가를 받는다면 16년 만에 거두는 성과가 된다. 선박 제조사에서 바이오사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받았던 회사 입장에서 그간 논란을 불식하고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으로 정체성을 공고히 할 기회이기도 하다.
품목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상황은 심각해진다. 리보세라닙 미국 진출 무산이 국내 바이오 업계 침체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도사리고 있다. 국내 업계는 코오롱생명과학, 신라젠 등 바이오텍의 임상 실패에 따른 후유증을 겪었다. 이미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가운데 새 악재가 터지면 그 파장은 과거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HLB 입장에서 리보세라닙 상업화가 엎어지면 존폐 위기에 몰릴 수 있다. 회사 신약개발 사업에서 리보세라닙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으로 높다. 지난 몇 년 간 파이프라인 다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리보세라닙이 거의 유일한 파이프라인이다. 실패하면 그룹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상업화 선제 준비 및 회장 영업점 IR로 드러낸 자신감
중대한 발표를 앞두고 숨죽인 업계와 달리 HLB는 허가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근거는 단연 데이터다. 간세포암 1차 치료제 임상 3상에서 대조군인 '소라페닙'(제품명 넥사바)보다 우월한 효능을 입증했다. 신생 혈관 생성 억제 기전 경구용(먹는) 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병용요법이라는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시한 점도 허가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일찍이 상업화 전략을 세우면서 자신감을 드러내 왔다. 품목허가 후 빠른 판매를 위해 생산 및 판매·유통 등 선제적으로 상업화 준비했다. 미국 자회사 엘레바는 뉴저지주에서 의약품 판매 면허를 취득했다. 리보세라닙 상업화를 위한 미국 내 전담 영업 조직도 꾸렸다. 수익성 극대화를 도모하고자 미국 시장서 직접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진양곤 HLB그룹 회장이 전국 증권사 영업점을 순회하는 등 최근 활발한 투자자 소통(IR)을 펼쳤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진 회장은 작년 11월 말부터 약 5개월간 영업점 25곳을 발로 뛰었다.
그가 영업점을 다니면서 IR에 나선 건 10년 만이다. 작년 초부터 숨고르기에 진입한 듯했다가 다시 시장과 스킨십을 늘리는 진 회장의 행보는 리보세라닙 허가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었다.
물론 바이오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그 누구도 100%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 리보세라닙 역시 한계점이 존재한다.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 투여 환자의 80.5%에서 3~4등급 이상의 이상반응이 발생했다. 이는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에서 보고된 43% 대비 높은 수치다. 또 임상 3상 참여자의 83%가 아시아인이었다. 다양한 인종을 포함한 데이터를 원하는 미국 규제당국 기조와 거리가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리보세라닙 FDA 허가는 국산 항암제의 첫 미국 진출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사안"이라면서 "파급력이 상당할 걸로 예상되기에 경쟁사 등 상관없이 숨죽여 결과를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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