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가능성 솔솔' 갑진, 설레는 SI 엔시스·코윈테크 작년 3월 저밸류 국면에 코스닥 양사 150억 지분투자, 상장시 밸류 3~4배 폭등 기대감
조영갑 기자공개 2023-05-04 08:13:47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1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차전지 충방전기 전문 제조사인 '갑진'이 삼성SDI와 전고체 배터리 부문의 사업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기업가치가 날로 치솟고 있는 갑진의 상황과 관련, 지난해 전략적 투자자(SI)로 갑진에 지분투자한 엔시스와 코윈테크의 기대감 역시 증폭되고 있다.1일 업계에 따르면 갑진은 현재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를 비롯해 국내외 고객사 턴키 PO(구매주문)에 대응할 신규 설비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다수의 고객사로부터 약 1400억원에 이르는 신규계약 물량을 수주한 갑진은 기존 화성공장의 캐파가 일정 부분 한도에 달해 캐파를 대폭 확장해야 하는 필요성을 안고 있다.
갑진은 1991년 나종국 대표를 비롯해 익산 이리공고 기능올림픽 출신 동문들이 합심해 설립한 기업으로, 1997년 법인전환했다. 전력변환 관련 시장에서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삼성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다수의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이차전지 시장이 태동한 이후에는 전력전자 기술을 토대로 배터리 충방전기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 삼성SDI, SK이노베이션(현 SK온)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했다.
지난해 3월 이차전지 부문 검사장비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엔시스'와 자동화 설비 솔루션을 제조하는 '코윈테크' 등 코스닥 상장사의 지분투자를 받으면서 자본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엔시스는 갑진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87만주의 신주를 인수하면서 총 100억원을 투자했고, 코윈테크는 44만주를 인수하면서 50억원을 납입했다. 70% 이상의 지분율을 쥐고 있던 나 대표의 지분율은 61%로 희석됐고, 엔시스가 나 대표에 이어 2대주주(14.1%)로 올라섰다. 코윈테크는 7.1%를 확보해 4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21년 4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엔시스는 갑진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기존 인스펙션(검사) 스테이지에 머물러 있던 이차전지 사업을 갑진과 함께 후공정 영역까지 확장한다는 노림수다. 갑진이 충방전기 관련 턴키 공급이 가능한 제조사인만큼 갑진의 밸류체인을 결합하겠다는 이야기다. 이차전지 공정은 전극공정-조립공정-활성화(화성)공정으로 나뉘는데, 엔시스는 이 전 과정에서 비전머신을 제공하는 공급사다.
갑진이 SI 투자 유치로 일시적으로 150억원 가량의 유동성을 보충했지만, 고객사 대응과 금융권 차입 등을 상환하기 위한 운영자금의 필요성은 여전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한때 1000억원에 이르는 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한 갑진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해외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입고, 매출액 역시 대폭 줄었다. 2021년 매출액 480억원, 영업손실 46억원에 이어 지난해 매출액 462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잇따른 현금 유출로 2021년도 말 자본총계가 4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자금난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갑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갑진은 약 116억원 가량의 현금성자산을 기록했지만, 금융부채가 쌓여 있어 상환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메리츠증권, IBK투자증권 등에 발행한 사모사채 등의 상환액이 약 66억원 가량 존재한다. 메리츠증권의 사채는 올해 45억원, IBK투자증권의 사채는 내년 21억원 전량 상환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약 15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고객사 기수주 물량까지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운영자금의 확보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코스닥 상장을 통한 유상증자 공모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80%에 달하는 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 역시 공모 후 지배력 유지에 유리한 요소다.
이와 관련 엔시스와 코윈테크의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다. 현재 코스닥 이차전지 관련 주들이 통상 20~30 PER(주가수익비율) 배수 이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갑진이 상장하면 보유 지분가치가 대폭 상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모 자금으로 대형화 설비를 구축하면 사업적 시너지 역시 커질 수 있다.
이차전지 충방전기 섹터에서 가장 유사한 사업모델로 평가되는 하나기술의 경우 시장에서 약 5200억원 가량의 기업가치(시가총액)를 형성하고 있다. 갑진이 서둘러 IPO 트랙을 탄다면 최소 2000~3000억원 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경우 엔시스와 코윈테크가 쥔 지분가치 역시 3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뛸 수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갑진은 지난해 3월 비교적 헐값인 700억원 밸류에 투자유치를 단행했다.
갑진의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갑진 화성공장 설비는 매출 1000억원 이하로 설정돼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해외 고객사 턴키 물량까지 충족하려면 현 규모의 2배 이상의 대규모 설비 투자가 동반돼야 한다"면서 "다만 갑진이 본격적으로 IPO를 추진하는 시기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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