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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차세대 지형도]삼양통상 '가업' 잇는 허준홍, 지분승계만 남았다②승계 레이스 재등판 요원, 삼양통상 집중…부친 보유지분 상속세 180억 추산

고진영 기자공개 2023-05-15 11:01:00

[편집자주]

소유와 경영이 드물게 분리되는 국내에서 오너기업의 경영권은 왕권과 유사하게 대물림한다. 적통을 따지고 자격을 평가하며 종종 혈육간 분쟁을 피할 수 없다. 재계는 2022년 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진과 함께 4대그룹이 모두 3세 체제로 접어들었다. 세대 교체의 끝물, 다음 막의 준비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주요기업 차기 경영권을 둘러싼 후계 구도를 THE CFO가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0일 11:5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허준홍 사장의 거취가 급격히 바뀐 것은 것은 2019년 연말이다. 차세대 총수로 유력히 꼽히던 허 사장은 GS칼텍스 윤활유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일하다가 사의를 표명, 이듬해 삼양통상 사내이사로 부임했다. 언뜻 갑작스러워 보였으나 다시 짚어보면 예고가 있었다. 사촌 형 허세홍 사장의 동선과 무관치 않다.

허세홍 사장은 GS칼텍스에서 주요 경력을 쌓았는데 2017년 GS글로벌 대표에 오른 이후론 GS칼텍스에서 기타비상무이사만 겸했다. 하지만 2019년 초 허세홍 사장이 GS칼텍스 대표이사로 복귀했고 동시에 허준홍 사장은 삼양통상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됐다. 1년 뒤 허준홍 사장이 아예 GS칼텍스를 떠나면서 두 사촌형제의 배턴 터치가 자연스레 이뤄졌다.

당시 GS그룹은 세대 교체를 위한 중간 작업이 한창이었다. 허창수 회장이 GS그룹 총수에서 물러나 막냇동생인 허태수 회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이 시기 허준홍 사장의 이동은 사실상 그룹 차원의 승계에서 한참 멀어져 가업을 잇는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GS 지분은 늘었지만…4세 후계구도 이탈

삼양통상은 고(故)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장남이자, 허준홍 사장(사진)의 조부인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이 세운 회사다. 카시트 가죽, 핸드백 등의 피혁 원단을 제조해 현대·기아차 등에 납품한다. 공정거래법상 GS그룹에 속하지만 지주사인 ㈜GS가 삼양통상 지분율 보유하고 있지 않아 울타리에서 벗어나 있다.

물론 허준홍 사장이 GS그룹 후계구도에 다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양통상으로 적을 옮긴 이후로도 ㈜GS 지분을 수차례에 걸쳐 사들였기 때문이다. 허준홍 사장은 2018년 초 ㈜GS 지분이 1.86%에 불과했으나 꾸준한 장내매수로 현재 3.01%까지 올랐다. 4세 중에선 가장 지분율이 높다.

하지만 GS그룹의 총수직에선 지분율이 대단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약 50명에 이르는 일가족이 ㈜GS 주식을 조금씩 나눠갖는 형태로 지분을 집단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총수 허창수 GS건설 회장이 4.75%를 쥐었고 현재 총수인 허태수 회장은 지분율이 2.12%뿐이다. 오너일가를 통틀어 최대 지분을 가진 허용수 GS에너지 사장도 5.26%에 그친다. 허용수 사장의 경우 '홍'자 돌림으로 세대교체를 하기 전에 3세대의 마지막 총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는 지분율과는 크게 관계가 없는 추측이다.

허준홍 사장의 주식 매입 역시 그룹 경영권을 염두에 뒀다기엔 무리가 있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그보다 장내 매매를 이용해 부친의 지분을 넘겨받는 중으로 보인다. 실제 허준홍 사장의 ㈜GS 지분율이 계속 늘어난 것과 반대로 허남각 회장의 ㈜GS 지분율은 2018년 초 2.55%에서 현재 1.96%로 차츰 축소됐다. 추후 삼양통상 승계에 집중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허남각 회장 지분가치 300억, '승계자원'은 배당금

삼양통상은 허 사장이 사내이사에 오른 뒤에도 대표이사 취임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승계작업이 다소 느리게 진행됐다. 당초 '최고경영자로서 풍부한 경험과 고도의 전문성'이 허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배경으로 설명된 만큼 그가 대표직을 바로 이어받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허 회장이 고령에도 경영에 대한 의지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작년 2월에서야 허준홍 사장이 대표에 올랐다. 현재 허남각 회장과 각자 대표체제다.

단독은 아니지만 대표 직함을 달았고, 허 회장이 1938년생으로 여든 세를 훌쩍 넘은 만큼 사실상 이제 지분승계만 남았다. 현재 허 사장의 삼양통상 지분율은 허 회장보다 높다.

허 회장은 18%대였던 지분율이 2009년 20%로 오른 이후 보유주식수가 줄거나 늘지 않았고, 허 사장은 이 기간 지분율이 12.83%에서 25%로 올랐다. 늘어난 지분이 허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몫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사들인 물량이란 뜻이다. 작년 한 해만 따져도 허준홍 사장은 5월, 6월, 7월, 9월 여러 차례 장내매수를 하면서 지분율을 2% 늘렸다.

허 회장이 가진 지분가치는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300억원 수준이다. 장내 매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전부 물려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상속세는 18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상속세는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재산에 최고세율인 50%가 적용되고 고인이 최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일 경우엔 주식 평가액에 20% 할증이 붙는다.

승계를 위한 허 사장의 자금줄은 배당금으로 짐작된다. 삼양통상은 2004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배당하고 있다. 2019년까진 당기 순이익과 상관없이 20억원대의 배당총액을 유지했으며, 2020년부터는 약 36억원으로 늘렸다.


2022년 결산 배당금으로는 이보다 많은 주당 1500원, 총 42억4293만원을 풀었다. 허준홍 사장 몫을 계산하면 10억6000만원 수준이다. 삼양통상은 순이익 규모가 2019년 442억원에서 2022년 151억원으로 급감했으나 배당은 오히려 확대됐다. 승계자원 마련과 관련지어 볼 수 있는 움직임이다.

이밖에 허 사장은 삼양인터내셔날에 대해서도 지분 37.3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숙부인 허광수 회장이 지분 6%를 보유한 회장으로 있다. 허준홍 사장은 여기서 2001년부터 작년까지 총 367억원의 배당금을 받았고 지난해만 37억원을 수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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