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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홀딩스 美법인 20년 '연구기능', 방향성 바꾼다 모든 파이프라인 폐기, 실무급 1명 상주…자체 보유 mRNA전달체 기반 핵산 신약 주도

최은진 기자공개 2023-06-19 12:07:15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6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그룹의 미국 현지 바이오 사업 도전기가 20년만에 대변혁을 맞고 있다. 신약 파이프라인은 모두 접었고 인력도 실무급 단 1명에 불과하다. 어떤 사업을 하게 될 지에 대해서도 명확치 않다. 100억여원이 투입된 미국 현지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섰다.

방향성은 자체 기술 기반으로 한 핵산 치료제 개발로 잡았다. 이를 위해 핵산치료제 관련 연구 및 개발 인력을 증원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미국사업 2002년 삼양리서치로 시작, 2018년 보스턴 연구소로 새출발

삼양그룹이 미국 현지에 신약연구 개발 전진기지를 설립한 건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유타주에 의약 핵심기술을 위한 전문 연구개발법인 삼양리서치(Samyang Research Corporation)를 설립하면서다. 그룹의 기술수출 전진기지는 물론 단백질 의약품 전달체 개발, 제넥솔PM 등 전략적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는 목표였다. 설립당시엔 삼양사, 지주사로 재편된 2011년엔 삼양홀딩스가 지분 100%를 갖는 구조였다.

이후 2018년 사명을 '삼양바이오팜 USA(Samyang Biopharm USA)'으로 바꿨다. 위치도 보스턴 켄달스퀘어로 옮기면서 신약 전진기지로 삼는다는 구체적인 비전도 발표했다. 켄달스퀘어는 보스턴 바이오밸리의 핵심입지로, 다수의 글로벌 빅파마들이 지사를 갖춘 곳이다.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에 최적화된 지역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신약연구에 연간 1000억원을 쏟아붓겠다는 김윤 삼양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혁신적 항암 신약과 희귀병 치료제 개발의 초기연구에 집중하는 전략이었다. 삼양그룹의 대표 항암제인 유방암·폐암 치료제 '제넥솔'의 후속작에 드라이브를 거는 차원이었다.

수장은 현재 차바이오텍 대표이사인 이현정 대표가 맡았다. 미국·유럽·아시아 등 글로벌을 무대로 항암제 개발을 한 제약 전문가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전공의 수련 후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하버드대에서 의료경영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양바이오팜에 입사하기 전 미국 일라이릴리 본사, 타케다 등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고형암 치료제의 임상개발 글로벌 총책임자로 근무했다.


신설에 버금가는 리노베이션을 한 삼양바이오팜 USA는 이듬해인 2019년 삼양홀딩스로부터 70억원을 추가 투자받았다. 그리고 삼양바이오팜 헝가리(Samyang Biopharm Hungary)라는 신설법인의 지분 100%를 확보했다. 이는 최근 준공한 '수술용 녹는실'로 불리는 생분해성 봉합사 원사의 '유럽 생산 기지'를 운영거점이다.

작년엔 삼양바이오팜 USA를 또 다른 삼양홀딩스 종속기업인 '삼양홀딩스 USA'의 자회사로 이전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삼양홀딩스→삼양홀딩스 USA→삼양바이오팜 USA→삼양바이오팜 헝가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됐다.

작년말 기준 삼양홀딩스 USA의 장부가가 263억원, 삼양바이오팜 USA의 장부가는 150억원이다. 대략 미국 현지 사업에만 1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2018년 삼양바이오팜 USA가 벨기에 본사를 둔 탈릭스테라퓨틱스와 면역항암제 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이듬해 후보물질을 도출해냈다. 2021년엔 스페인국립연구위원회와 면역항암 분야 신약 후보물질 'SYB-010'을 공동 연구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국제MDS재단' 주최로 미국 보스턴 시에서 매년 열린 'MDS 알리기 버추얼 걷기 대회'를 후원하며 현지에서의 존재감을 넓히는 데 주력하기도 했다.

◇이현정·류은주 대표 잇딴 퇴사, 채용부터 다시 시작

하지만 작년부터 미국사업은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보스턴으로 법인 이전 후 줄곧 이끌었던 이현정 대표가 작년 초 물러나고 류은주 신임 대표를 선임하는 등 인력변경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류 대표는 글로벌 제약기업을 중심으로 의약품의 글로벌 임상 시험 관리 및 인허가, 비즈니스 개발, 글로벌 마케팅 분야에서 약 30년의 경력을 쌓았던 마케팅 전문가였다. 그러나 류 대표는 대표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동아에스티 미국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스턴 클러스터에 있는 한 국내 바이오텍 관계자는 "리더십 구심점이 바뀌면서 연구기능이나 전략 등이 사라진 케이스"라며 "현지인력들을 콘트롤 하고 경영하는 데 있어 한국본사의 감시감독을 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양바이오팜 USA는 조혜련 바이오팜그룹 의약바이오 연구소장(사진)이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조 소장은 삼양홀딩스 소속으로 사실상 삼양바이오팜 USA는 실무급 직원 단 한명만 상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연구하던 파이프라인도 모두 드롭해서 연구기능도 전무하다.

조 소장은 2023 바이오 USA가 열리는 보스턴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삼양그룹의 신약개발 전략을 발표하며 삼양바이오팜 USA의 추후 전략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언급했다. 일단 현지 인력을 채용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팅한다는 설명이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셈이다.


당장 어떤 전략을 구사할 지는 명확하게 결정되진 않았지만 현재로선 단백질 기반의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유전자 전달체 플랫폼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 또 유전자 치료제 분야에서 공동개발 파트너십을 맺는 등 협업의 구심점으로도 계획 중이다.

다만 과거와 같이 연구기능에 초점을 맞춘 형태가 아니라 앞으로는 비즈니스 및 사업화 등에 초점을 맞추는 '사무실' 형태로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R&D 역량은 파트너링을 통해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략이 바뀌는 셈이다.

조 소장은 "삼양바이오팜 USA는 현재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전환의 시점에 놓여 있다"며 "오픈이노베이션 혹은 파트너링을 활용해 유전자 전달체 플랫폼, 유전자 치료제 등의 분야를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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