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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뉴 거버넌스 시동]전문성 없는 '낙하산' 거부…적임자 찾을까⑤CEO 선임 의결 기준 강화, 외부 전문가 수용 열어둬…빈약한 대외 인재풀 극복 미션

이장준 기자공개 2023-06-21 13:11:47

[편집자주]

KT가 외풍에 무너진 지배구조 재건에 나선다. 대외적으로 신뢰받는 지배구조 체계를 만들기 위해 '뉴 거버넌스(New Governance) 구축 TF'를 꾸리고 사외이사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정관상 CEO 자격 요건과 이사회 구성도 바꾼다. KT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과거와 달라진 점을 살펴보고 그 의미와 실효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9일 10: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는 민영화 이후에도 줄곧 외풍에 시달려 왔다. 내부 출신으로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끈 구현모 대표 역시 정권 교체와 맞물려 물러났다. 이후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정권과 인연이 닿은 이들이 차기 CEO에 도전했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은 거세졌다.

물론 외부 인사라고 KT 리더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다만 통신업에만 얽매이지 않고 메가 트렌드로 떠오른 AI 등 신사업을 잘 이끌어 기업가치를 개선할 전문가가 와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KT가 이번에 CEO 선임 의결 기준을 강화하는 것도 그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결국 주주들도 납득할 만한 인사가 와야 한다는 상식적인 마지노선을 정해놓는 것이다.

◇공정성·정당성 트집 잡힌 CEO, 더 많은 주주 지지 필요

KT는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CEO 선임 안건에 대한 의결 기준 상향 안건을 다룬다.

기존에는 CEO 후보자에 대한 주총 의결 기준을 의결 참여 주식의 50% 이상 찬성이 필요했다. 이를 60% 이상으로 상향하는 게 골자다. KT는 "다수의 주주로부터 지지를 받는 최적의 CEO를 선임하기 위함"이라고 목적을 밝혔다.

향후 CEO 선임 시에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한다. 신규 후보는 이번 주총과 동일하게 의결 참여 주식의 60%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연임의 경우 조금 더 기준을 높였다. 연임 후보는 특별 결의(의결 참여 주식의 3분의 2 이상 찬성)를 통해서만 CEO로 선임될 수 있다.


경쟁사와 비교해도 타이트한 기준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정관상 출석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다수로 이사를 선임한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공정성과 정당성 측면에서 CEO가 계속 트집이 잡히고 있다"며 "한쪽에서는 내부 참호 구축이라고 비판하고 다른 쪽에서는 낙하산을 방지하라고 상충되는 요구가 있으니 특별결의를 통해 더 많은 주주의 지지를 얻는 게 필요하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화 이후에도 그치지 않는 외풍의 역사…차기 CEO에 쏠린 눈

CEO 선임 의결 기준을 강화한 데는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의 간섭이 끊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총 5명의 CEO를 맞았는데 그중 남중수·구현모 대표를 제외한 3명이 외부 출신 인사다.

특히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지배구조를 흔드는 움직임이 많았다. 남중수 대표와 이석채 대표의 경우 각각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며 임기 중 하차했다. 황창규 대표 역시 연임에 성공한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 임기 내내 검경 수사를 받았다. 구현모 대표도 연임에 성공했으나 윤석열 정부 압박에 못 이겨 결국 중도 하차했다.

문제는 '낙하산' 인사의 전문성이다. 구 대표 퇴임 이후 치러진 경선에서 지원한 외부 후보군의 역량이 의심을 사기도 했다. 특히 '윤심'을 자처한 후보들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올 2월 공개경쟁 모집에 지원한 18명의 사외 후보자 평균 나이는 평균 61.8세였다. KT의 AI 등 신사업을 이끌 혁신의 적임자로 보기엔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KT그룹 출신 인사도 있었지만 대체로 과거 통신만 주력으로 하던 시절에 몸담은 인사들이 대부분이라 디지털 전환 역량은 전혀 검증되지 않기도 했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이미 KT로 가려는 인사들이 두 번이나 물먹은 만큼 선뜻 나서는 이가 없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현 정권의 인재풀이 충분하지 않은 점도 한계"라고 전했다.


이번 정관 변경으로 차기 CEO는 주주들로부터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할 전망이다. KT가 제시한 CEO 자격 요건으로는 △기업경영 경험과 전문 지식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역량 △리더십 △산업 전문성 등이 있다. 낙하산 인사도 이들 역량만 갖추면 충분히 CEO로 추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 ICT 전문성에서 '산업 전문성'으로 요건을 다소 두루뭉술하게 표현해 진입 장벽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ICT 부문 경험이 부족한 인사에게도 길을 터주면서다. 다만 선임 의결 조건을 강화하며 최소한 KT 다른 주주들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인사를 하도록 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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