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운수권 전쟁]'격변기' 맞은 항공업계, 운수권이 움직인다①불붙은 '황금노선' 경쟁…FSC 합병에 기회의 문 열린 LCC
허인혜 기자공개 2023-06-22 09:53:08
[편집자주]
최근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는 '운수권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제주항공 등은 발리와 같은 새로운 여행 수요를 개척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대체 항공사 자리를 꿰차는 한편 중장기 노선 수익성을 높이고자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더벨이 LCC업계의 치열한 운수권 다툼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영향을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0일 13: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제선 운수권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으로 양분화 된 체제였다. 대한항공이 1964년부터 운항한 서울~오사카 노선에 제주항공이 2009년에 이르러서야 대형 항공사(FSC)가 아닌 항공사로서는 처음으로 비행기를 띄울 정도였다. 저비용항공사(LCC)가 등장하면서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운수권 배분이 이뤄졌지만 변화의 파고가 높지 않았다.그랬던 항공업계의 운수권 배분이 지난해부터 경쟁 구도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황금노선으로 꼽히는 몽공 울란바토르 운수권이 30여년만에 처음으로 LCC업계에 배분되면서 지각변동이 일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에 나서며 FSC와 계열사인 LCC까지 운수권 '일시정지' 상태을 맞게 됐다. 경쟁자들이 대폭 소거되면서 독립 LCC들의 운수권 전쟁이 전에없이 치열해졌다. 합병 FSC가 반납해야 하는 중장거리 알짜노선도 LCC들에게는 기회다.
◇LCC 격돌...'황금노선' 몽골·인도네시아
항공업계의 운수권 전쟁은 지난해 4월 신호탄을 쐈다. 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이 처음으로 LCC에 배분되면서다.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이 티켓을 따냈다.
몽골은 유학생과 사업가 등 수요가 높아 평균 좌석의 80% 가량을 채워 운항하면서도 항로 대비 항공권값이 높아 알짜노선으로 꼽힌다.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은 2019년 아시아나항공이 신규 운수권을 배분받기 전까지 30년간 대한항공이 독점해 왔다.
본격화된 시기는 올해다. 2월 열린 몽골과의 항공회담이 기름을 부었다. 취항 확대를 합의하면서 에어로K와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이 수혜를 봤다. 가장 과실이 컸던 곳은 제주항공이다. 앞선 세 LCC가 지방공항 출발인 것과 비교해 제주항공은 인천~울란바토르행 비행기를 한 주에 3번 더 띄울 수 있게 됐다.
발리 등 인기 여행지가 포함된 인도네시아 노선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몽골과 마찬가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인도네시아 노선을 운항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14일께 인도네시아와 항공 협정을 위한 회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협약이 체결될 가능성도 언급됐지만 아직은 양측의 입장을 조정 중으로 보인다고 항공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우리 정부와 인도네시아 모두 항로 확대의 필요성은 공유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귀띔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합의 의지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사전에 관련 자료 배포를 공지했다가 이날 철회했다.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양쪽이 노선 확대의 의지는 분명하지만 상호 협의 과정에서 뜻을 조율하는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도 LCC들에게는 기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 유럽 4개, 미국 5개 등 9개 노선이 반납된다. FSC 두 곳이 운항 중인 미주노선만 샌프란시스코, LA, 시애틀, 뉴욕, 호놀룰루다.
◇FSC 합병에 LCC 업계 '기회'
항공사에게 운수권은 곧 새로운 항로를 얻는 권리다. 새 항로는 신규 수익원이자 사업 확장의 열쇠다. 당연히 항공업계는 운수권 확보에 팔을 걷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근 항공업계의 변화에 따라 두 가지 '퀀텀점프' 기회까지 열렸다.
독립계 LCC로서는 지금이 운수권을 가장 많이 따낼 수 있는 찬스다. FSC 두 곳이 인수합병을 앞둔 만큼 경쟁자가 크게 줄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신규 운수권 확보보다는 기존 운수권 배분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덩달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운수권 배분에서는 다소 불리한 입장이다. 실제로 4월 몽골 노선 배분에서 부산~울란바토르 운수권은 지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 대신 제주항공에게 돌아갔다.
여기에 합병에 따른 운수권 재배분은 후보군이 명확한 만큼 더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과 미국 법무부(DOJ)는 9개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대체 항공사를 찾아오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후 공석이 되는 비행 스케줄만 유럽의 경우 주간 23회다. 비행기 3~4대가 필요한 시간표다.
눈여겨볼 점은 반납되는 노선의 항속거리다. 현재 보유 항공기로 이론상 미국과 유럽, 혹은 미국과 유럽 국가 도시 중 더 짧은 거리만이라도 취항이 가능한 항공사는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 뿐이다. 양사 각각 대체 항공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몽골 '효자 노선' 부상…중장거리 신입 항공사도 자신감
운수권 확보의 궁극적 목표는 매출 증대다. 운수권이 늘면 매출액은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그만큼 영업이익도 확대될까. 앞서 운수권을 배분 받은 LCC 업계의 실적이 바로미터다.
몽골 운수권을 따낸 LCC들은 아직 취항 만1년에 그치는 만큼 눈에 띌 만큼 실적이 향상되지는 않았다. 또 지난해까지 팬데믹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혹한기를 보낸 바 있다.
다만 유의미한 변화가 보인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2분기까지 몽골을 포함한 중앙아시아 매출이 없었지만 3분기부터 46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 티웨이항공은 몽골을 포함한 중장거리 노선을 키우며 영업손실을 축소했다. 2022년 도입한 에어버스 A330-300가 효자 역할을 했다. 노선 확대에 힘입어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의 점유율은 14%, 9%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 여행길이 다시 열리며 본격적으로 사세를 넓힌 에어프레미아도 좋은 예다.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영업이익으로 마이너스(-)118억3900만원을 예상했지만 향후 5년간 장밋빛 미래를 전망했다. 2027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영업이익은 1000억원을 넘기겠다고 밝혔다.
에어프레미아가 취항한 장거리 항로는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이다. 이달 독일 프랑크프루트에 추가 취항해 유럽발 비행기의 물꼬를 튼다. 추가 취항을 검토 중인 곳은 유럽의 파리와 로마, 바르셀로나와 미국의 시애틀, 하와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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