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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략 K바이오 '성장통' 실적 부진에 파트너사 상폐 속출 인수 후 적자 기업 4곳…평가손실, 사업차질 우려

차지현 기자공개 2023-07-13 09:58:24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0일 07:5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인수한 기업들이 적자를 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기업과 협업 중인 미국 파트너사 가운데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곳도 속속 나오는 상황이다.

자회사의 실적 부진이 부담 요소로 작용하거나 신약 개발 및 현지 판매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이제 막 세계 최대 시장 공략에 나선 국내 기업이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현지기업' 인수로 美 진출 나섰지만 실적은 부진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 에스디바이오센서, 동아에스티, LG화학 등 국내 기업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 기업들이 지난 1분기 적자를 냈다.

메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이하 메리디안)는 1분기 467억185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375억원(2875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올해 적자로 돌아섰다. 1분기 매출은 777억원으로, 전년 1452억원(1억1123만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메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말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인수한 미국 체외진단 기업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SJL파트너스가 각각 60%와 40% 비율로 출자해 특수목적법인(SPC) 콜럼버스 홀딩 컴퍼니를 세운 뒤 SPC가 메리디안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인수에 투입하는 자금만 총 2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 제약바이오 인수·합병(M&A)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실적이 대폭 악화한 건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탓이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메리디안의 실적 성장세를 이끌었던 생명과학 부문이 부진했다. 생명과학 부문은 진단 시약 원료 등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사업이다.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의장은 인수 발표 당시 코로나19 관련 매출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상보다 감소 폭이 커지면서 시장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M&A를 단행한 다른 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아베오 파마슈티컬스(아베오) 지분 100%를 5억6600만달러(약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아베오는 항암제 후기 임상개발과 상업화에 강점을 가진 미국 보스턴 소재 바이오벤처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은 신장암 3차 치료제 '포티브다'를 통해 바이오 기업으로선 드물게 실적을 내고 있다. 아베오의 1분기 매출은 316억원이었다. 다만 같은 기간 순손실은 39억원으로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지씨셀이 인수한 바이오센트릭도 1분기 5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바이오센트릭은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다. 지씨셀은 지난해 4월 녹십자홀딩스와 손잡고 바이오센트릭 지분 100%를 취득했다.

이밖에 동아에스티가 품은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뉴로보)도 1분기 순손실 28억원을 기록했다. 뉴로보는 나스닥 상장 바이오벤처로, 신경계 질환 치료 신약 개발을 전문으로 한다. 지난해 12월 동아에스티 자회사로 편입됐다. 현재 동아에스티가 보유한 뉴로보 지분은 55.42%다.

◇신약 개발 및 유통하는 美 파트너사, '상폐' 위기도 속출

협업 중인 미국 파트너사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해 골머리 앓는 국내 기업도 많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뉴로보, 스펙트럼 파마슈티컬스(스펙트럼), 카탈리스트 바이오사이언스(카탈리스트),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앱토즈), 온코러스, 아테넥스 등이 올해 들어 상장폐지 경고를 받았다.

나스닥은 30영업일 연속 주가가 1달러 미만이면 나스닥 상장 기업에 상장폐지 경고서한을 보낸다. 경고 후에도 주식 거래는 유지되며, 180일 이내 10거래일 연속 주당 1달러 이상 주가를 기록하면 상장폐지 요건은 해소된다.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나스닥 다른 시장으로 이전 상장 등을 신청해 180일의 추가 유예 기간을 받을 수 있다.


이들 기업은 국내 기업이 지분을 투자했거나 신약 개발 및 판매를 위해 협업하고 있다. 스펙트럼, 앱토즈, 아테넥스는 한미약품의 파트너사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후보물질의 권리를 이전받아 개발 및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다. 온코러스는 리보핵산(RNA) 신약 개발 전문 바이오벤처로, 대웅제약과 메신저 리보핵산(mRNA) 항암 신약 개발 파트너십을 맺었다. 카탈리스트는 녹십자가 희귀의약품 파이프라인 3개를 도입한 기업이다.

상장폐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뉴로보와 앱토즈는 주식병합을 통해 주당 가격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상장폐지 사유 해소에 나섰다. 스펙트럼의 경우 어썰티오 홀딩스에게 인수되면서 기사회생했다. 또 아테넥스는 국내 법정관리와 유사한 파산법 챕터 11을 신청했다. 일부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 절차 등을 진행해 기업회생을 모색하는 제도다.

◇지분법손실·신약개발 차질 우려…"일시적 성장통" 시각도

그동안 국내 시장에 집중해 왔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최근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만큼 기술력이 높아진 데다 의약품 내수 시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해외 진출 시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수준에 그쳤던 기존 전략과 달리,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사례가 늘었다.

국내 기업이 투자한 미국 기업의 실적 부진이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말 뉴로보에 대해 176억9087만원을 손상처리했다. 최근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손상처리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신약 공동 개발이나 현지 판매 등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다만 국내 기업이 이제 막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호흡이 길고 각 기업이 보유한 파이프라인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워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일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국내 기업이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선 게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성과는 조금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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