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세스바이오, 美유통사와 1조 소송 리스크 털었다 '중재'로 모든 소 취하, 비밀유지 계약으로 합의내용 비공개…법률비용 절감효과
최은진 기자공개 2023-07-07 10:11:08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4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엑세스바이오가 1년여 지속되던 소송 리스크를 털어냈다. 1조원 소송이라는 어마어마한 소가 외에도 유통 파트너사와의 갈등이라는 점에 상당한 부담으로 꼽혔다.더욱이 해당 유통사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1000억여원의 매출채권도 있어 소송의 향방에 관심이 몰렸다. 결과적으로 양사는 조정을 통해 모든 소송을 취하하며 마무리 지었다.
◇작년 1월 첫 소송 시작, 양사 모두 소 취하로 종결
엑세스바이오는 2일 공시를 통해 미국 헬스케어 유통기업인 인트리보(INTRIVO)와의 소송이 종결됐다고 밝혔다. 분쟁 당사자들이 중재절차에 따른 합의가 성사되면서 원고인 인트리보가 소를 취하했다. 이외 엑세스바이오가 제기한 소송을 포함한 양사가 진행하던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및 뉴욕 중재협회 소송도 모두 취하됐다.
엑세스바이오와 인트리보는 사실 제품 개발사와 유통사 관계인 파트너였다. 엑세스바이오가 제품을 만들고 인트리보가 이를 판매 및 유통하는 역할을 했다.
엑세스바이오는 미국에 거점을 둔 진단업체로 주로 세계보건기구(WHO)나 유니세프(UNICEF) 등과 같은 국제기구에 말라리아 진단시약을 판매하는 게 주 업무였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관련 진단키트를 생산하게 됐고 유통사 인트리보를 통해 미국시장 전역에 납품하며 사세를 키웠다.
매출액 1000억원짜리 회사가 팬데믹으로 2021년 5000억원, 2022년 1조원까지 커졌으니 그 파급력이 상당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엑세스바이오가 인트리보를 통하지 않고 자체유통을 시도하면서 양사의 갈등은 시작됐다. 작년 1월 18일 엑세스바이오가 제때 제품을 납품하지 않아 손해를 봤다는 주장 하에 자사에 공급하는 제품 외에는 생산 및 공급하지 말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게 시발점이다.
법원은 이를 기각했지만 인트리보는 가처분신청 재심사청구와 더불어 미국중재협회에 중재청구를 신청했다. 다른 한편으로 인트리보는 엑세스바이오가 납품한 일부 제품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압박했다. 이 금액만 약 8000만달러(한화 1100억원)이다. 엑세스바이오는 법원에 대금지급을 요구하는 중재청구를 신청했다.
인트리보는 즉각 반소를 제기했다. 엑세스바이오가 제품을 제공하지 않아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인트리보가 엑세스바이오의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임상시험 비용도 지불한 건 물론 모바일 앱과 디지털 인프라까지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이로인한 손해가 10억달러, 우리돈 1조원을 웃돈다고 맞섰다.
한국사업과는 접점이 없던 인트리보는 특이하게도 올해 2월께 한국 홍보대행사까지 계약하며 소송 관련한 언론소통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정확한 팩트를 전달하고 싶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엑세스바이오의 평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는 평가도 제기됐다.
◇올초 한국 소통 나섰지만 석달만에 급반전, 진단기업 분쟁 합의 첫 사례
불과 석달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인트리보가 한국에 홍보대행사를 둘 정도로 소송에 적극적이었지만 결론은 '소취하'로 마무리 됐다. 엑세스바이오나 모기업 팜젠사이언스도 소송과 관련해선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사의 합의안은 비밀유지 조약이 붙어 있다.
다만 '중재'라는 걸로 보아 양사가 모두 충분히 납득할 만한 합의안이 도출됐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특히 인트리보는 자사의 도움으로 매출을 키운 엑세스바이오가 갑작스레 직판으로 전략을 변경했다는 점에 상당한 배신감과 서운함을 드러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에 합당한 합의금이 오갔을 가능성도 있다. 엑세스바이오는 인트리보로부터 받지 못한 매출채권을 최종적으로 받게 됐는 지 등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단 엑세스바이오 입장에선 소송이 장기화 되지 않고 일단락 된 건 고무적인 일이다. 소가가 1조원을 웃도는 만큼 재판까지 이어지면 법률 비용으로만 상당금액이 소요될 수 있다. 소송비용이 줄어들었다는 점에 긍정적이다.
또 소송이 장기화 되는 데 따른 불확실성이나 평판리스크 등도 피할 수 있게 됐다. 엑세스바이오는 코로나19 엔데믹 상황에서 매출이 전년대비 약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약 5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으로 신사업 및 투자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진단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여러 소송전에서 엑세스바이오-인트리보의 소송은 합의로 끝난 첫 사례"라며 "최대 리스크였던 소송이 끝난만큼 엔데믹 상황을 대비하는 투자 및 신사업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엑세스바이오 관계자는 "인트리보와의 소송에 대해선 더이상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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