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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시중은행 'IM뱅크'가 던진 숙제

최명용 금융부장공개 2023-07-12 08:23:00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1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은행권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지방은행들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른 지방은행들은 대주주 요건을 맞추기 쉽지 않아 대구은행만 전환이 이뤄진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뒤 사명 변경을 할 예정이다. 은행 브랜드인 'IM뱅크'가 유력한 대안이다.

시중은행의 신규 인가는 31년만이다. 1992년 평화은행이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한국 은행 산업에 상징적인 이벤트다.

앞서 6년 전인 2017년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인가를 받았다. 당시 당국은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을 인가했다. 이들은 참신한 서비스와 편리함을 무기로 내세웠지만 아직 시장 침투율은 낮은 편이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추가로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 문턱도 낮출 계획이다.

한국의 은행 산업은 팽창과 축소를 거듭했다. 100여년간 확장을 하다 20여년간 축소됐고 다시 10년간 팽창하고 있다.

1897년 출범한 한성은행(조흥은행)이 시중 은행의 시작이다. 크고 작은 은행들이 출범했지만 대표적으로 시장을 지배한 은행들은 '조상제한서'로 불리는 5대 은행이다. 조흥은행에 이어 순차적으로 설립된 상업(1899년) 제일(1906년) 한일(1932년) 서울(1959년) 등이 시장을 장악했다. 한국의 고속 성장기는 5대 은행이 주도하고 신규 은행들이 진입하는 '조상제한서' 시대였다. 1990년대까지 만들어진 은행수는 26개에 달했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합종연횡의 시간을 갖는다. 26개 은행은 10개로 줄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부실은행들을 우량은행들이 떠안았다. 1998년 일시에 5개 은행이 퇴출됐고 대형은행들은 하나 둘 합치거나 피인수당했다. 상업-한일, 하나-보람-외환, 국민-장기신용은행 등이 각각 합병했다. 서울은행은 하나은행에, 제일은행은 영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피인수됐다. 2006년엔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합병했다. 조상제한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새로 출범한 대형 은행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지금의 5대 금융지주 체제가 만들어졌다.

IMF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대한민국처럼 좁은 땅덩어리에 한정된 인구를 고려할 때 은행이 너무 많다"는 논리를 폈다. 그렇게 20년간 은행을 줄였다.

2023년 현재 전국은행연합회에 정사원으로 등록돼 있는 은행수는 20개다. 10개 은행으로 줄어든 은행 시스템이 다시 20개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추가 출범이 이뤄진다면 한국 은행 산업은 다시 1990년대 수준으로 돌아간다. 땅덩어리와 인구는 전혀 늘지 않았는데 이제는 '은행이 너무 적다'며 다시 늘리고 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적절한 은행 규모'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땅덩어리와 인구를 생각하면 20년전에 통폐합된 10개 은행이 적절할 수 있다. 그 사이에 커진 한국 경제의 사이즈를 생각하면 조금 더 많은 은행들이 필요 할 수 있다.

금융당국을 포함해 금융산업 종사자들은 한국 금융 시장은 이미 포화라고 말을 한다. 한국을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를 위해 자본력을 더 키우고 네트워크를 확대해야 한다. 은행을 제외한 비은행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

당국이 은행 경쟁 촉진 방안을 만들고 문턱을 낮추는 것은 은행의 과도한 이익 추구에 대한 페널티의 성격에 가깝다. 그 속에 한국 은행 시스템의 건전하고 견실한 발전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시중은행 IM뱅크의 출범은 한국 은행 산업에 메기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그 메기의 역할이 국내 시장의 미꾸라지만 잡아 먹는 역할이 되면 안될 것이다.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와 은행 시스템의 발전이란 숙제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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