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종합상사 포트폴리오 분석]GS글로벌, 주목받는 '전기차' 독자 노선④'이례적' 전기차 수입 판매, 그룹 충전사업 시너지 극대화
정명섭 기자공개 2023-07-21 07:34:34
[편집자주]
일본 종합상사가 재조명받고 있다. 주가 흐름과 실적을 보면 상사업의 위기라는 말이 무색하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로 손꼽히는 워런 버핏이 극찬할 정도다. 한국의 종합상사 사업모델은 1945년 전후로 일본에서 건너왔다. 업력 차이는 약 20년이다. 일본 종합상사의 '지금'은 국내 종합상사의 '미래'일 수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더벨은 일본 종합상사의 핵심 경쟁력을 살펴보고 국내 기업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8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과 일본 종합상사는 수익성이 낮은 트레이딩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사업구조 전환을 살펴보면 서로 유사한 모습을 띤다. 그런 면에서 GS글로벌의 신사업은 이들과 완전히 구분된다.한·일 종합상사가 전기차 부품이나 이차전지 광물 사업에 뛰어들 때 GS글로벌은 전기차 수입 판매로 눈을 돌렸다. 기존 물류사업과 그룹 차원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간의 시너지를 고려했다. 또 다른 신사업인 헬스케어 부문에서도 아시아 지역 주요 병원 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일본 종합상사와 큰 차이를 보였다.
◇'나홀로' 전기차 수입 판매, 이유는
일본 5대 종합상사와 포스코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 등 국내 종합상사의 공통점은 이차전지용 핵심 광물 자원을 개발·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차전지 원재료가 소위 '돈 되는 사업'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리튬이나 니켈 등 한정된 광물 자원을 두고 국가 간 민족주의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한 종합상사의 역할이 더 두드러질 것이란 기대감도 이들을 움직이게 했다.
GS글로벌의 노선은 이와 다르다. 전기차 부품이나 이차전지 원재료가 아닌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는 사업을 택했다. 이를 위해 2020년에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와 수입 계약을 맺고 전기버스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올해 3월까지 국내 판매한 전기버스는 총 301대다. 올해는 서울시에 전기버스 22대를 공급할 예정이다.
GS글로벌은 지난 7일 BYD의 1톤 전기트럭 T4K를 국내 고객에게 처음 인도하기도 했다. 이는 전기버스에 이어 두 번째로 들여온 전기상용차다. 현대차의 '포터2 일렉트릭'과 기아차의 '봉고3 EV'가 경쟁 모델이다. GS글로벌은 올해 T4K 목표 판매 대수를 3000대로 설정했다.
GS글로벌의 전기차 판매는 상사업계 관점에서 보면 이질적이다. 그러나 회사가 그동안 영위해 온 물류 사업과 연결지어 보면 자연스러운 사업 포트폴리오다. GS글로벌은 2004년부터 수입차 PDI 사업을 시작했다. PDI는 수입차의 하역과 통관, 검사, 보관, 운송 등을 아우르는 서비스다. 아우디와 폭스바겐, 볼보, 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주요 고객사다. PDI 사업은 제품이 고객에게 인도되는 접점이라는 점에서 전기차 판매와 유사하다.
GS글로벌의 전기차 판매 사업은 GS그룹에서 추진하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과도 연결된다. 전기차 보급 확대는 곧 전기차 충전 시설 확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GS그룹은 2021년 GS에너지가 전기차 충전 서비스 기업 지엔텔과 합작사 'GS커넥트'를 설립하면서 전기차 충전 사업을 본격화했다. 같은 해 전기차 충전 서비스 기업 차지비도 인수했다.
현재 GS커넥트와 차지비 간 합병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기준 두 회사의 전기차 충전기 합산 규모는 3만7000기로 국내 1위다. GS칼텍스 또한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고 있다.
GS글로벌의 전기차 사업은 이차전지 재활용 분야까지 닿아있다. BYD 전기차뿐만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해 전기차 택시, 전기 바이크 내 이차전지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그룹사인 GS에너지가 포스코와 초 1700억원을 들여 합작 설립한 폐전지 재활용 기업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에 폐전지를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헬스케어 사업, 진단·미용 기기 중심...병원 투자 중심인 日과 차이
GS글로벌이 신사업으로 낙점한 사업 중 헬스케어 부문도 일본 종합상사가 추진하는 사업과 차이가 크다. 일본 종합상사는 민간병원에 직접 투자한다. 일본 2위(순이익 기준) 종합상사 미쓰이물산이 2011년부터 병원과 헬스케어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당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 등을 기반으로 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민간병원그룹인 IHH의 지분 18%를 사들인 데 이어 2018년 8월 지분을 추가 취득해 최대 주주(지분 32.9%) 자리에 올랐다. 미쓰이물산이 2011년부터 10년간 헬스케어 부문에 투자한 금액은 4조6600억원 규모다.
미쓰비시상사는 2017년 미얀마 현지 기업과 1000억원을 들여 종합병원을 설립하는 등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병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달리 GS글로벌의 헬스케어 사업은 진단이나 미용, 덴탈 기기 등에 집중됐다. 현재 국내 강소기업의 헬스케어 제품의 해외판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진단 기기 부문에선 2020년 말부터 해외판매에 협업을 하고 있는 진단기업 휴마시스를 시작으로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다만 GS글로벌의 신규 사업들이 캐시카우로 자리잡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기준 신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은 약 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무역·유통 부문의 매출 비중은 94%다.
GS글로벌 관계자는 "기존 사업 이외에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 기존 사업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유망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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