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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오른 HMM 매각]현대차와 포스코가 빠르게 발 뺀 까닭은③사업 시너지 부족하고 이익 기대치 낮아… 컨테이너선 노하우 부족도

강용규 기자공개 2023-07-27 11:19:29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6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8월 HMM의 민영화 방침을 공식화하자 시장에서는 거대 국적 컨테이너선사를 누가 품을 것인지를 놓고 여러 전망이 오갔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가장 먼저 인수 후보자로 꼽혔으나 가장 먼저 인수 의사가 없음을 공언한 곳들이다.

이들이 인수전에서 빠르게 발을 뺀 이유로 우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점과 HMM에 최근 2년의 실적 호조를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양사가 컨테이너 해운업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는 점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 코로나 호황 다시 오기 어려워…필요 선박과 HMM 주력사업도 미스매치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자동차운반선(PCTC)을 활용한 해운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핵심 계열사 포스코가 철광석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대형 화주인 만큼 해운물류사업을 내재화할 당위성이 충분하다. 투자업계에서 이들을 HMM의 인수 후보군으로 가장 먼저 꼽았던 이유다.

그러나 양사의 설명에 따르면 두 회사가 HMM 인수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 이유는 곧 양사가 HMM에 관심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에게 필요한 선박은 자동차운반선이며 포스코그룹에 필요한 선박은 벌크선, 그 중에서도 건화물 운송용의 드라이벌크선이다.

HMM은 기본적으로 컨테이너선사업이 매출의 90% 안팎을 차지하는 회사다. 벌크선사업의 비중은 원유운반선 등 웻벌크와 드라이벌크를 합쳐도 10% 수준에 그칠 뿐만 아니라 자동차운반선사업은 2002년에 아예 사업부를 매각했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 모두 해운업에 대한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대상이 컨테이너선사인 HMM일 이유는 없는 셈이다.

컨테이너 해운업의 호황이 저물었다는 점은 양사가 실적 퍼포먼스의 관점에서 HMM 인수를 검토할 당위성마저 저해하는 요인이다. 컨테이너 해운업의 벤치마크로 여겨지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3년 7월21일 기준으로 966.45포인트(pt)를 기록했다. 올해 2월 이후로 해운사들의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1000pt를 꾸준히 밑돌고 있다.

HMM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영업이익 7조3775억원, 9조951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50%를 넘겼다. SCFI가 한때 5000pt를 넘어서기도 했을 정도의 컨테이너 초호황이 호실적의 기반이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러나 이 시기는 코로나19에 따른 보복소비 심리가 고개를 들고 엔데믹화의 진행으로 산업의 물동량 수요가 증가세였던 반면 이전까지 전개됐던 컨테이너 해운사들의 치킨게임으로 문을 닫은 해운사가 많아 컨테이너선이 부족하던 때였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2021~2022년의 해운업 호황은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 나온 결과로 이와 같은 상황을 다시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이는 HMM이 지난 2년 수준의 실적을 재현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아울러 불황기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선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울 경우 이에 맞설 방안이 없다는 점도 HMM 인수를 꺼리는 요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2010년대 중반 해운업계 전체가 어려워지자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는 낮은 운임으로 경쟁 선사들을 하나씩 고사시켜 살아 남았다.

또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들이 가격 덤핑으로 국내 화주들을 공략할 경우 HMM이 대응할 수단이 별로 없다"며 "해운 시황이 악화될 경우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장 '지각변동' 예고… 대처 노하우 부족

해운업계에서는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장에 주요 선사들의 해운동맹 해체에 따른 격변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현대차그룹이나 포스코그룹 등 비해운사의 컨테이너 해운업 진출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꼽는 의견도 제시된다.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장에는 2M,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등 3대 해운동맹이 있으며 동맹 소속사들은 선박 및 노선을 공유하며 사업 안정성을 더한다. 그런데 2M은 2025년, 오션 얼라이언스는 2027년, HMM이 속해 있는 디 얼라이언스는 2030년이 계약 만료시점이며 이 중 2M은 2025년 1월부로 동맹 해체가 공식화됐다.

2M 소속사인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는 선복량 기준으로 각각 세계 1위와 2위 해운사다. MSC 1개사의 선복량이 디 얼라이언스 전체 선복량을 넘어설 정도로 규모가 크다. 이 거대 해운사들이 각자도생을 선택했다는 것은 기존의 동맹 효과를 재연하기 위한 선대 확장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는 것과 같다.


해운시황 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MSC는 오더북(이미 발주했으나 아직 인도받지 않은 선박) 선복량만 148만9130TEU(20피트 컨테이너 적재량단위)에 이른다. HMM의 운용 선복량(사선과 용선 합계) 79만2074TEU의 2배 수준이다.

MSC 이외에 프랑스 CMA-CGM, 중국 COSCO, 대만 에버그린도 오더북 선복량이 HMM의 운용 선복량을 웃도는 규모다. 이들 역시 2M의 해체로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경우 승리의 길을 자체적인 규모의 경제 확대를 통한 독자생존에서 찾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물론 각 해운동맹들이 모두 해체 수순을 밟더라도 개별 해운사들끼리 협약을 통해 동맹과 같은 효과를 내려 시도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예 새로운 해운동맹이 결성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이와 같이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때 중요한 것은 컨테이너 해운업의 노하우다. 자사와 경쟁사들의 강점과 취약점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누구와 손을 잡을 것인지, 누구와 경쟁할 것인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역량이 갈수록 요구된다. 이런 노하우는 단기간에 축적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에는 이 부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에도 정부로부터 HMM(당시 현대상선) 인수를 제안받았으나 이를 거절한 바 있다. 당시 현대차그룹이 인수를 회피한 이유는 현대글로비스의 PCTC사업과 현대상선의 컨테이너선사업이 시너지를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 점도 있었으나 PCTC사업과 컨테이너선사업이 너무 달라 업황 변화에 대처할 노하우가 부족하다고 본 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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