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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의 도전과 과제]고강도 '지배구조 혁신' 시중은행 전환 초석됐다①전임 회장 구속 사태 딛고 '모범 사례' 등극…CEO·사외이사 선임 투명성 '신뢰 제고'

최필우 기자공개 2023-08-07 07:59:42

[편집자주]

DGB금융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선언으로 일약 금융권의 주인공이 됐다. 전환이 완료되면 DGB금융은 전국 단위 영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2018년 김태오 DGB금융 회장 취임 후 지배구조 개편, 재무·리스크 전문가 영입, PRM 제도 도입 등 수많은 혁신 끝에 가능해진 일이다. 더벨은 수년에 걸친 DGB금융의 도전을 조명하고 새롭게 주어진 과제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6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논의는 올 상반기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대구은행은 영업 권역을 넓혀 한 단계 도약하길 원했고 은행권 경쟁 촉진을 추진하는 금융 당국과 이해관계가 맞았다. 대구은행이 속한 DGB금융지주가 금융 당국의 신뢰를 얻은 것도 시중은행 인허가 허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사진) 취임 후 수년에 걸쳐 이뤄진 지배구조 혁신이 금융 당국의 마음을 여는 데 주효했다. 31년 만에 시중은행 라이선스를 허용하고 권한을 늘려주는 건 당국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일이다. DGB금융은 투명한 CEO 승계 프로그램과 사외이사 선발 시스템을 내세워 믿음을 얻었다.

◇'4대 지주' 부럽지 않은 CEO 승계 프로그램

2018년만 해도 DGB금융은 대구은행의 전환을 상상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전임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되는 등 제왕적 CEO의 폐단이 드러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문제를 안고 있는 지방은행이 더 큰 권한을 추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DGB금융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건 2018년 김 회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그룹 출신으로 인사 담당 임원을 지낸 지배구조 분야 전문가다. 지배구조 문제로 혼란을 겪던 지방금융을 적어도 4대 금융지주 수준으로 끌어 올려줄 적임자였다.

김 회장은 지방은행 금융지주 수준이 아닌 그 이상을 추구했다. 금융권 최초로 대구은행에 CEO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CEO 승계 프로그램은 2년에 걸쳐 행장 후보를 검증한다. 후보는 외부의 분야별 전문가에게 1대 1 코칭을 받고 다면 평가, 인성 검사 등을 거친다. 임성훈 전 대구은행장과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선임됐다.

이 프로그램은 지주 회장의 은행 CEO 선임 권한을 내려놓게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2000년대 금융지주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하거나 본인의 측근을 기용하는 게 관행처럼 여겨졌다. 대구은행은 투명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지주 CEO가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낙하산 인사가 취임하는 관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금융 당국도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 금융권에 견제구를 날리는 와중에 대구은행 만큼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 대구은행을 방문했을 때 지배구조와 승계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을 내놓았다. DGB금융이 여전히 지배구조 문제로 논란을 겪고 금융 당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면 시중은행 전환 허가는 녹록지 않았다.

◇CEO 견제 가능하게 한 사외이사 선임 제도

사외이사 제도 개혁은 CEO 승계 프로그램과 함께 김 회장의 대표 업적으로 꼽힌다. 김 회장 취임 전만해도 DGB금융지주는 사외이사를 사실상 회장 의중대로 선임됐다. 회장 비서실이 이사회 지원 기능을 겸하면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2018년 DGB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는 총 24명이었는데 모두 지원부서 추천을 받았다.

김 회장은 외부 자문기관에 추천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후보군 관리에 변화를 줬다. 외부 자문기관은 2019년 37명, 2020년 48명, 2021년 51명, 2022년 55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현직 사외이사의 과반이 외부 자문기관 추천을 받았을 정도로 새 추천 제도를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외부 자문기관 추천 후에는 인선자문위원회가 주도해 후보를 평가한다. 현직 사외이사는 인선자문위원을 추천할 수 있으나 신규 사외이사 선임에 직접적인 영향력 행사는 불가능하다. 사외이사 선임에 인선자문위원회를 활용하는 곳은 국내에 DGB금융과 KB금융 정도다.

이와 같이 선발된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는 다시 외부 기관에 맡겨진다. 국내 금융지주 모두 매년 사외이사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임 여부를 결정하고 있으나 평가 권한을 외부 기관에 넘긴 건 DGB금융이 유일하다. 금융권 CEO가 사외이사 연임을 보장해주고 사외이사가 CEO의 장기 집권을 뒷받침한다는 비판에 DGB금융은 반론 제기가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DGB금융의 CEO 승계나 사외이사 선발 방식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금융권을 통틀어 가장 많은 공을 들여 만들어진 모범 사례라는 평가는 가능할 것"이라며 "수년에 걸친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있어 이번 시중은행 전환 추진도 가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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