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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3-08-01 09:00:27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1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령 동인도(Dutch East Indies)일 때 그 본거지였다. 바타비아라고 했다. 동인도는 1602년 설립되었던 동인도회사를 1800년에 네덜란드 정부가 직접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만든 이름이다. 네덜란드는 19세기 내내 토착민들을 억압하면서 동인도를 유지했다. 동인도는 유럽 식민지 중에서 가장 착취를 많이 당한 지역이다. 지금도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네덜란드는 콩고를 지배했던 벨기에와 함께 가장 잔혹했던 식민 국가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수마트라에서 석유가 발견되자 로열더치를 설립했다.

1880년 이후 인도네시아라는 이름으로 독립운동이 시작되었다. 2차대전 때 네덜란드가 독일에 점령되는 공백을 틈타 일본이 인도네시아지역을 장악하고 대신 석유를 조달해갔다. 1945년 일본 패망을 계기로 수카르노 등 민족지도자들이 독립을 선언했는데 독일에는 꼼짝도 못하던 네덜란드가 무려 20만의 병력으로 4년 이상 소모전을 벌여 이들을 억압했다. 석유 이권 때문에 영국과 일본도 네덜란드에 합세했다. 그러나 미국의 압력으로 네덜란드는 1949년에 인도네시아의 독립을 승인했고 모든 네덜란드인은 본국으로 송환되었다.

인도네시아가 수도를 옮긴다. 350억 달러라는 비용을 들여서 자카르타로부터 1000km 떨어진 보르네오섬 동쪽 해안 도시 누산타라(Nusantara)로 간다. 독립기념일인 2024년 8월 17일 자다. 5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이 거대한 천도 프로젝트는 2045년에 완결된다고 한다.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와 발리가 있는 자바를 포함 다섯 개의 큰 섬과 모두 17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섬으로 구성된 데다가 시간대가 3개인 넓은 범위에 펼쳐져 있어서 통치와 경제의 통합적 운용이 매우 어려운 나라이기도 하다. 동서가 미국의 동서, 러시아의 동서, 아일랜드에서 카자흐스탄까지의 거리보다 길다. 지도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지도의 착시다. 인도네시아는 적도가 통과하는 나라여서 실제 크기가 그대로 지도에 반영되고 북반구로 올라갈수록 실제보다 크게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중국, 인도, 미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나라인데 자바에 60%가 집중되어 있다. 1억4500만이다. 자바의 면적은 국가 전체의 7%에 불과하다.

인도네시아가 수도를 옮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동서로 지나치게 긴 나라에서 자카르타의 위치가 한쪽으로 쏠려있다. 조금 더 나라의 중앙에 수도가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자카르타 자체의 문제다. 자카르타의 인구는 3500만으로 동경에 이어 세계 2위다. 여행을 해 보면 문제를 금방 알 수 있다. 과도한 인구집중으로 인프라가 몸살을 앓는다. 교통체증은 세계 1위다. 자카르타 시민들이 인생의 10년을 도로 위에서 보낸다는 계산도 있다. 대기를 포함한 환경오염도 보통이 아니다. 450만대의 자동차와 1300만대의 오토바이가 다닌다. 석탄발전시설들이 다 메트로 내부에 있다. 1000만 대의 자동차가 추가되는 효과다.

지구상의 모든 해안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자카르타도 해수면 상승 문제를 안고 있다. 자카르타는 그에 더해서 베네치아처럼 지반 침하를 겪고있다. 매년 평균 17cm 정도다. 초기에 정착촌이 형성될 때부터 바닷가의 무른 지반이었던 자카르타에는 바다 쪽으로 13개의 하천이 흐른다. 그런데 모두 오염되어서 식수로 쓸 수 없다. 주민의 60%는 수도관으로 물을 공급받고 있는데 환경이 열악한 빈곤 지역에서는 지하수를 퍼 올리는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지반이 약해진다. 수많은 고층건물들도 지반 침하에 역할을 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도시의 40%가 이미 해수면 보다 낮다고 한다.

2014년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를 살리기 위한 거대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400억 달러를 들여서 자카르타만 전체를 커버하는 방벽을 쌓고 그 위에 200만을 수용하는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방벽으로 형성되는 호수는 정화해서 식수원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주민들을 생활 기반으로부터 이동시켜야 하고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제방이 붕괴라도 되면 자카르타 전체가 아틀란티스가 된다. 그래서 이 계획은 폐기되고 수도를 이전하는 방안으로 선회했다.

인도네시아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대규모의 화산 폭발이 두 번이나 발생했던 땅이다. 나라 전체가 화산지대다. 그런데 유일하게 보르네오만 거기서 제외된다. 보르네오는 나라 전체에서 중앙부이기도 하다. 새 수도는 자카르타 면적의 2배 정도다. 140만 공무원 가족을 포함해 700만까지 인구를 예상한다. 누산타라가 지금 자카르타가 짊어지고 있는 무거운 짐을 일부 떠안으면 자카르타도 숨통이 트이고 재정비될 여지를 얻게 된다. 새 수도와 함께 인도네시아의 국운이 상승했으면 좋겠다. 자카르타 인근의 현대차 공장을 비롯해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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