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8월 01일 15: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간 관행적으로 2영업일간 진행되던 공모주 수요예측 기간이 5영업일로 확대되고 있다. IPO 하우스들이 금융투자협회의 ‘권장 사항’을 따르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당초 수요예측 기간을 늘리면 IPO 일정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효력 발생 전 수요예측 돌입을 통해 이런 우려는 씻어냈다.

다만 수요예측 기간을 늘린 효과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따른다. 여전히 주문이 마지막 날에 집중되는 분위기여서다. 수요예측 초기 참여 기관에 대해 적극적인 배정 가점을 제공하는 게 해결책인데, 형평성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로 지목된다.

◇ 빅텐츠·인스웨이브시스템즈 5영업일 수요예측 채택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5월 대표주관업무 등 모범기준을 개정해 수요예측을 5영업일 이상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금융당국이 추진한 IPO 시장 건전성 제고방안에 담긴 내용으로 수요예측 제도의 내실화를 꾀하기 위해서란 게 협회의 설명이었다.

당초 수요예측 기간을 늘린다는 방침이 발표됐을 때만 하더라도 IPO 하우스 사이에선 IPO일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기존에는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하는 당일 혹은 익일 공고를 내고 이틀간의 수요예측 일정에 돌입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효력 발생 이후 5영업일간의 수요예측을 실시하면 3영업일이 지연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 방침은 지난 7월 이후 증권신고서를 처음 제출하는 일반 상장기업의 IPO 딜부터 적용됐다. 지난달 17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빅텐츠(빅토리콘텐츠)가 첫 사례였다.

다만 빅텐츠는 증권신고서의 효력 발생 이전부터 수요예측 접수를 시작하며 기존의 일정과 동일하게 공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묘수를 내놨다. 8월 1일 효력이 발생하는데, 지난달 28일부터 수요예측 접수를 이미 시작했다. 접수 마감일은 오는 3일로 효력발생 이틀 후다. 그간은 관행상 효력 발생 이후 수요예측을 진행해왔지만 관련법상 굳이 효력발생 기간 이후 수요예측을 진행할 필요는 없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이뤄지는 공모에선 이같은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질 것이라고 바라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5영업일의 수요예측이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이 정한 ‘룰’인 만큼 주관사 입장에선 따르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빅텐츠에 이어 증권신고서를 낸 인스웨이브시스템즈도 비슷한 방식으로 공모 일정을 짰다. 8월 22일 효력이 발생할 예정인데, 그 이전인 17일부터 수요예측 접수를 시작한다. 기존보다 길어진 수요예측에 따른 공모 일정 차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 기관 막판 참여는 여전할 듯… 수요예측 내실과 거리 멀어

수요예측 연장 제도와 관련해 일각에선 공모 일정 지연 우려는 사라졌지만 정책을 도입한 의미도 희미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5영업일 이상 수요예측을 권장한 건 기관투자자들에게 기업에 대해 분석할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주관사에게 부과한 ‘주금납입능력 확인 의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대다수의 기관이 동향을 살피다가 수요예측 마지막 날 주문을 넣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전 2영업일간 진행되던 것과 사실상 다를 게 없는 셈이다. 실제 빅텐츠 수요예측 참여를 고심중인 기관 대다수는 8월 2~3일까지 분위기를 살펴 참여여부를 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의 공모주 매니저는 “주관사로부터 ‘초일가점’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분위기를 살펴 마지막 날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 주관사가 수요예측에 일찍 참여하는 기관에게 배정 가점을 주면 수요 분산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이번 공모엔 이런 배정 방식이 적용되지 않았다. 향후 진행하는 딜부터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현재와 같은 일정에선 초일가점을 적용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모기업들이 진행하는 수요예측 일정 상 기관 대상 IR과 수요예측 일정이 겹칠 수밖에 없다”며 “만약 초일가점을 적용하면 뒤늦게 IR에 참여하는 기관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