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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일렉트릭의 변신]'아픈 손가락'에서 그룹 대전략 선봉으로①설립 직후 실적 악화에 고강도 구조조정…ESS 거쳐 PCS, 해상풍력으로 꾸준한 시장확대

강용규 기자공개 2023-08-04 07:29:26

[편집자주]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설립 직후부터 실적 부진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기존 사업의 효율화와 신사업 발굴 등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이제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친환경 드라이브로 대표되는 HD현대일렉트릭의 변신은 현재진행형이다. 더벨이 HD현대일렉트릭의 경영 현황과 재무전략, 핵심 인물들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2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법인 설립 직후 국내와 해외 주요 시장에서의 전기장비 수요 위축으로 대규모 적자를 잇따라 기록하며 경영난에 빠졌다. 그러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개선에 성공하며 이제는 배당까지 실시하는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와 같은 변신의 과정에서 HD현대일렉트릭은 기존 전기장비사업을 기반으로 ESS(에너지저장장치), 해상풍력 등 다양한 분야로 공략 시장을 넓혔다. 이를 통해 단순 제조기업을 넘어 HD현대그룹 에너지분야 사업전략의 첨병으로 거듭나고 있다.

◇ 실적 기대주로 시작해 보낸 굴곡의 5년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4월 실시된 옛 현대중공업의 4사 인적분할을 통해 설립됐다. 당시 조선, 건설기계, 전기장비 등 다양한 사업을 보유한 복합기업 현대중공업이 △현대중공업(현 HD한국조선해양) △현대건설기계(현 HD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현대일렉트릭, 현 HD현대일렉트릭) △현대로보틱스(현 HD현대) 등 4개사로 쪼개졌다.

분할 당시 HD현대일렉트릭은 안정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계열사 현대중공업에 선박용 배전기기를 공급하며 발생하는 캡티브 매출이 실적 안전판 역할을 해 줄 것으로 전망됐다. 2016년 매출 2조1907억원, 영업이익 1655억원의 HD현대일렉트릭은 2021년 매출 5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의 5개년 목표를 내걸고 독자 항해를 시작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설립 첫 해부터 녹록지 않은 업황을 마주했다. 주요 시장인 중동과 미주지역에서는 경기둔화에 따른 전력인프라 투자 위축이 나타났으며 특히 미국은 한국산 전기장비에 최대 60%의 반덤핑관세까지 매기며 HD현대일렉트릭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여기에 조선시장 불황까지 겹치며 현대중공업에서의 배전기기 수주도 신통치 않았다.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부문 시절 분기 평균 4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 왔던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4분기 영업이익이 15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이후로 2018~2019년의 2년 동안은 누적 영업손실 2573억원을 보며 깊은 침체기를 보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생존을 위해 뼈를 깎아야 했다. 2018년 8월 희망퇴직과 조기정년제 시행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2019년 9월에는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같은 규모의 자산매각, 임원 40% 감원 등으로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였다. 2017년 말 2811명이었던 근로자 수는 2019년 말 2307명까지 줄었다.

구조조정의 효과는 2020년 영업이익 727억원의 흑자전환으로 나타났다. 이후 HD현대일렉트릭은 2022년 순이익까지 1620억원의 흑자로 돌아서며 180억원의 현금배당까지 실시했다. 배당성향은 별도기준 30%의 배당정책에 미치지 못하는 13.2%에 불과했으나 의미는 남달랐다. HD현대일렉트릭이 2017년 설립 후 처음으로 실시한 주주환원이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친환경 신사업 꾸준한 진출, 제조기업에서 솔루션 제공자로

HD현대일렉트릭의 변신은 단순히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실적을 개선한 데서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친환경 드라이브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병행한 '맞춤 전략'이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에너지분야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변환(PCS) △해상풍력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당장의 핵심은 ESS다. ESS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 발전의 일정하지 않은 전력 생산량을 보완하는 설비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ESS업계가 연이은 화재사고로 위축된 가운데 HD현대일렉트릭은 누적 1GW에 이르는 설치 ESS에서 화재 발생건수가 '0'이라는 기술력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한국전력이 주관하는 2097억원 규모의 ESS사업도 수주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창사 이래 최대 ESS 수주이자 한전이 발주한 최대규모의 ESS 단일사업이다.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ESS는 전력 저장용량뿐만 아니라 전력변환(PCS)성능 역시 운용효율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2월 이 분야의 강소기업 플라스포(현 HD현대플라스포)를 인수하며 PCS 기술을 내재화했다. 기존 ESS 사업역량에 PCS 역량을 더해 해외 ESS 프로젝트 수주에도 적극 도전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상풍력은 HD현대일렉트릭이 신사업 중 가장 최근 첫 발을 뗀 분야다. HD현대일렉트릭은 기존 육상풍력 분야에서 총 81기의 터빈을 설치한 트랙레코드가 있다. 이를 발판으로 지난해 12월 미국 GE리뉴어블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해상풍력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올해 6월 덴마크 셈코마리타임에서 792억원 규모의 해상풍력발전용 변압기 등 기자재를 수주하며 첫 사업 성과도 만들어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신사업을 통해 단순 전기장비 제조업체에서 전력 생산부터 관리에 이르는 토털 에너지솔루션 제공자로 거듭나면서 그룹 내에서 입지도 상승하고 있다. 앞서 1월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2023에서 HD현대그룹은 그룹 차원의 대전략 '바다의 대전환(Ocean Transformation)'을 공개하며 HD현대일렉트릭을 '오션 에너지' 분야의 담당기업으로 소개했다.

오션 에너지는 바다를 활용해 더욱 안정성이 높고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의미로 바다의 대전환 전략의 시작점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해상풍력사업의 확대를 통해 그룹 대전략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2024년 안에 GE리뉴어블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JV(조인트벤처) 설립으로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단기 계획도 수립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변압기. (자료=HD현대일렉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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