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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일렉트릭의 변신]'환골탈태' 이끈 조석 사장의 수익성 전략②선별수주 앞세워 작년 순이익 1620억원, 5년만에 '돈 버는 회사' 변신 지휘

강용규 기자공개 2023-08-07 07:30:27

[편집자주]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설립 직후부터 실적 부진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기존 사업의 효율화와 신사업 발굴 등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이제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친환경 드라이브로 대표되는 HD현대일렉트릭의 변신은 현재진행형이다. 더벨이 HD현대일렉트릭의 경영 현황과 재무전략, 핵심 인물들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3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 4월27일 전력기기업계 안팎의 시선은 HD현대일렉트릭(당시 현대일렉트릭)의 1분기 실적발표회에 집중됐다. 2018~2019년의 적자 시기 구조조정을 지휘한 정명림 전 사장으로부터 리더십의 배턴을 넘겨받은 조석 신임 대표이사 사장이 첫 분기 성적표를 공개하는 날이었다. 새 사장의 향후 경영전략을 파악할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0년 1분기 영업이익 43억원을 거두며 적자의 굴레를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실적 이상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시선을 모으는 요소가 있었다. 이 분기 HD현대일렉트릭의 ESS(에너지저장장치)사업을 담당하는 에너지솔루션부문의 수주가 마이너스(-) 9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당시 HD현대일렉트릭는 리스크가 크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263억원(2000만달러가량) 규모의 수주를 취소하면서 분기 수주금액이 마이너스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조석 사장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은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전략이 처음 숫자로 확인된 날이었다.

◇ 실적으로 입증한 물량 포기의 파격

HD현대일렉트릭의 주력 사업인 변압기 등 전기장비는 노동 집약적인 대규모 장치산업이다. 생산설비 등 자산과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정비의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이러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물량의 절대치가 가져다주는 고정비 절감효과에 실적이 적지 않게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기존 수주를 포기하면서까지 수익성에 매달리는 조 사장의 방침을 놓고 일각에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조 사장의 선임에 앞서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말 2811명이었던 근로자 수를 2019년 말 2307명까지 감원하고 1500억원 규모의 유휴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고정비를 낮췄다. 선별 수주전략의 기반이 이미 마련돼 있었던 셈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0년 영업이익 727억원을 내며 연간으로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수익성이 좋은 일감을 선별적으로 수주하는 전략 탓에 그 해 수주는 15억1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5.8% 감소했으며 연초 수립했던 목표치 17억4700만달러에도 미달했다.

통상 전기장비 수주는 6개월~1년에 걸쳐 실적으로 환산되는 만큼 조 사장의 수익성 중시 방침은 2021년이 진짜 시험대였다. 이 해 HD현대일렉트릭은 영업이익이 97억원까지 줄어들었다. 다만 이는 통상임금 소송 관련 비용을 선제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HD현대일렉트릭의 2021년 영업이익은 913억원이다. 전년 402억원의 순손실도 562억원의 순이익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심지어 선별 수주전략을 유지하면서도 2021년 수주금액은 17억7000만달러의 목표를 상회하는 18억5600만달러를 기록했다.

HD현대일렉트릭을 '돈 버는 회사'로 환골탈태시킨 조 사장에 HD현대그룹은 두터운 신뢰를 보냈다. 조 사장의 대표이사 임기는 2022년 3월까지였으나 HD현대그룹은 2021년 말 그룹 임원인사에서 후임자를 선임하지 않으며 조 사장을 2년 임기로 재신임했다.

더 지출해야 할 비용은 없고 수주잔고는 양질의 일감으로 차 있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2년 영업이익 1330억원, 순이익 1620억원을 냈다. 3년 연속 영업흑자이자 2017년 이후 5년만의 순이익이었다. 호실적을 기반으로 180억원의 현금배당도 실시했다. 조 사장의 수익성 중시 전략은 HD현대일렉트릭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그룹 관행 깬 첫 외부인사, 신사업 발굴도 성과

조 사장은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지식경제부 2차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 등 굵직한 경력을 보유한 전력산업의 전문가다. HD현대그룹이 외부 영입인사를 곧바로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에 앉힌 첫 사례이기도 하다.

2019년 12월 조 사장의 HD현대일렉트릭 사장 선임 당시 HD현대그룹은 "30여년간 에너지, 산업정책, 통상업무를 두루 거친 경제 전문가"라며 "한수원의 업무 관행을 바꾸기 위해 전국 지방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간담회를 갖는 등 현장 친화력이 뛰어난 경영자"라고 소개했다.

조 사장은 한수원 사장 시절 경영능력을 한 차례 입증했다. 그가 사장에 부임했던 2013년 9월 당시 한수원은 '원전 마피아 파문'으로 알려진 원전부품 담합 사건이 불거진 상태였으며 그 해 순손실 1802억원을 보는 등 실적도 부진했다. 조 사장은 한수원의 어수선한 경영을 신속히 추스렀다. 그간의 부품입찰 담합 관행을 깨고 구매사업단이 원가를 조사하는 감시체제도 구축했다.

그의 실질적 임기 첫 해인 2014년 한수원은 1조4461억원의 순이익을 내 흑자전환했다. 그가 퇴임하던 2016년에는 순이익이 2조4721억원까지 불어났다. 한수원의 공공기관 경영평가등급도 2013년 최하위인 'E'에서 2016년 'B'까지 높아졌다. HD현대그룹은 조 사장이 이러한 경영 역량을 HD현대일렉트릭의 정상화 과정에서도 보여주기를 바랐던 것으로 해석된다.

조 사장은 수익성 중시 전략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입찰 사업의 리스크 분석 전담조직인 입찰상황실을 신설했으며 제품 설계에서 제조에 이르는 생산 과정의 비용 절감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했다.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HD현대일렉트릭의 실적 성과를 이끌어 내며 그룹의 기대에 부응했다.

조 사장은 안정적 실적 체력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신사업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과거 전기장비 생산과 ESS 설치 정도였던 HD현대일렉트릭의 포트폴리오는 수소연료전지 발전과 해상풍력,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제품 생산에 머물지 않고 전력 생산과 저장, 관리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내재화하는 것이다.

한때 실적 부진으로 그룹의 고민거리였던 제조업체 HD현대일렉트릭은 이제 전력분야의 토털 솔루션 사업자로서 그룹의 수익에 기여하는 우량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와 같은 변신 과정에서 조 사장은 둘도 없는 '키맨'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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