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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바이오텍의 꿈 '일동제약' 리뉴얼]일동제약의 '유노비아', 재무·신약 다 잡는 묘수된다신속한 흑자전환 '대안', R&D 독립성·전문성 강화 기대…일부지분 '매각' 추진

최은진 기자공개 2023-08-09 15:53:57

[편집자주]

'신약개발'로 체질개선을 하는 일동제약그룹이 리뉴얼에 나섰다.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고 구조조정까지 단행한 뒤에도 신약개발 의지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및 자금조달 방안 등 새로운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일동제약그룹의 변화를 따라가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9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00억원대 연구개발(R&D)만 전담하는 대형 바이오텍, 이른바 '빅바이오텍'. 일동제약그룹의 신약에 대한 진심이 '분사'로 이어졌다. 전례없는 초대형 'R&D 전진기지'다.

이번 분사로 일동제약그룹은 재무와 신약 '두토끼'를 잡는다는 복안이다. 일단 R&D를 떼어내는 것만으로도 일동제약은 별도기준 실적으로 흑자로 돌아서게 된다.

신약에 대한 연구는 일동제약이 일부 부담하되 지분매각 등 외부자금을 끌어들인다. 이미 해외투자가 등 물밑작업이 이뤄졌다. 약 5년여간 신약개발에 매진한 성과를 투자가들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지가 관건이다.

◇조코바 제외 모든 파이프라인 이전, 사명엔 창업자 정신 담아

일동제약그룹은 일동제약의 연구부문을 물적분할해서 '유노비아(yunovia)'라는 법인을 신설한다.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신약연구를 이어가는 대안을 '분사'에서 찾았다.

연구부문에 있는 자산과 인력 일체가 유노비아로 이전된다. 연구인력은 약 200여명, 특허는 340여개다. 다만 파이프라인 가운데선 일본 시오노기 제약으로부터 기술도입한 코로나 19 치로제인 조코바는 제외된다. 이미 상업화 단계까지 이른만큼 일동제약 자산이라는 얘기다. 이를 감안하면 유노비아는 완전히 'R&D' 그 자체만을 전담하는 일동제약의 대형 연구소가 되는 셈이다.


6월부터 진행한 인력 구조조정은 결국 지배구조 개편으로까지 이어졌다. 신약을 포기하지 않는 한 단순 일회적인 구조조정으로 실적 및 재무구조가 개선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신설법인인 가칭 '유노비아'라는 사명은 창업자 정신을 살린다는 뜻을 담았다. 윤용구 선대회장의 '길(via)'이란 의미다. 윤 선대회장은 모친을 소화기계 지병으로 일찍 여읜 데 따른 그리움을 사명감으로 삼으며 종균배양 기술이 없던 국내서 최초로 유산균제 '비오비타' 과립과 정제를 생산하는 결실로 이뤄냈다.

신약개발을 창업정신을 담아 연구개발 유지를 잇겠다는 신념으로 사명을 정했다. 국내와 다르게 외사에선 AbbVie(에브비)와 같이 창업가의 이니셜을 따서 사명을 짓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고려했다.


일단 일동제약그룹이 분할 사유로 밝힌 재무건전성 강화측면에서 살펴보면 당장 분명한 효익은 예상된다. 연구개발비 1000억원 시대를 열며 첫 적자가 시작된 2021년 실적으로 추산해보면 연구개발비를 제거하고 단순계산으로 401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돌아선다. 2022년 352억원, 2023년 1분기엔 95억원 흑자가 된다.

R&D 강화를 위해 뽑은 인력과 이를 독려하기 위한 급여인상 등 간접적인 요인까지 고려하면 흑자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번 물적분할로 연구부문을 떼어내게 된 데 따라 일동제약은 업계 7위권의 탄탄한 흑자구조과 재무기반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지분율 50%만 갖고 나머지 매각 예정, 투자자 물밑 접촉 시작

그렇다면 신설법인 유노비아의 연구개발비는 어떻게 충당할까. 일동제약그룹은 지분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구조로는 일동제약이 지분 100%를 갖는 물적분할이지만 주도권 정도 가질 만큼의 지분정도만 확보하고 나머지는 매각한다는 입장이다. 그 기준이 지분율 '50%'다.

다만 지분매각은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매각대상은 30% 정도로 가닥을 잡았다. 국내는 물론 해외투자가들까지 범위를 넓힌다. 이미 접촉은 시작됐다.


유노비아가 투자가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핵심은 얼마나 매력적인 자산을 갖고 있느냐다. 단기적으로는 기술이전 성과가 있을 자산이나 길게는 상업화까지 이어질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있는 지 여부다.

올해 1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화학합성 신약 8건, 바이오 신약 1건 등 총 9건의 파이프라인이 있다. 2021년 일본 제약사 시오노기로부터 도입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S-217622'는 일동제약에 두고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노비아의 공개된 파이프라인은 8건이다.

이 중 임상 1상 진입한 건이 3건 나머지는 비임상 단계다. 그러나 파킨슨 치료제 'ID120040002'와 당뇨병 치료제 'ID110521156', 안구건조증 치료제 'ID110410395' 등을 임상단계에 올리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올해말부터 공개한 파이프라인의 절반이 임상단계에 올라서게 되는 셈이다. 이외 일동제약은 '이뮤노(immuno)-사이토카인(cytokine)' 플랫폼 프로젝트 등 공개할 파이프라인 다수도 보유하고 있다.

기술이전 및 파트너십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가장 기대되는 게 P-CAB 계열 위산 치료제 파이프라인 'ID120040002'다. HK이노엔이 내놓은 케이캡정과 유사한 약물로 시장성은 인정받은 상태다. 작년 말 임상 1상에 돌입했고 속도감 있게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기술이전 하기 위해 해외사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임상을 준비하는 파킨슨 치료제 'ID120040002'도 기술이전 및 파트너십을 논의 중이다. 당뇨 치료제 2건도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라있다. 유노비아는 분할이 마무리 되는대로 파이프라인을 정리해서 투자자 미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유노비아는 매각 및 기술수출 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와의 협업도 고민하고 있다. '신약' 아니면 성장의 대안이 없는 상황인 업계 분위기를 감안해 파트너십을 체결해 함께 연구하는 방식의 새로운 모델을 만든다는 얘기다.

◇초대대표이사에 최성구 사장, 서진식 사장 내정…CTO와 COO의 조합

유노비아를 이끌 초대 대표이사에도 눈길이 간다. 일동제약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을 하는 서진식 사장과 연구개발총괄책임자(CTO)인 최성구 사장이 맡게 된다. 다만 주주총회 및 이사회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변수는 있다.

R&D 못지 않게 경영 역량도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일동제약의 '투톱'을 유노비아로 보내는 결단을 내렸다. R&D는 최 사장이, 경영은 서 사장이 챙기는 형태의 각자대표 체제다.


최 사장은 정신과 전문의 출신으로 삼성의료원,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외래교수로 활동한 것 외 한국얀센 등에서 전무까지 오르며 의학부 및 마케팅부를 거쳤다. 다수의 글로벌 신약 개발 및 임상에 참여했다. 특히 중추신경계와 항암제 분야의 사업부에서 다년간의 경험을 갖췄다.

일동제약그룹의 경영의 키를 쥐고 있는 오너 3세 윤웅섭 부회장이 '최 사장을 만나고 신약에 매료됐다'고 표현할 정도로 일동제약그룹 R&D에 있어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서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버지니아 주립대에서 MBA 석사를 마친 인물로 재무부터 경영까지 아우르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얀센 최고재무책임자(CFO), 동원F&B에서 CFO와 건강식품사업부 상무 등을 지냈다. 일동제약엔 최 사장보다 2년 먼저인 2015년 영입됐다.

일동제약그룹 고위 관계자는 "과거부터 해 온 제약영업과 공격적인 R&D를 벤처기업 같은 두개의 조직이 공존하며 시장의 평가를 각각이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각각의 전문성을 보장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스핀오프를 결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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