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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HMM vs Maersk]갈라지는 2M, 지켜보는 HMM⑤[해운동맹]머스크+MSC 얼라이언스 해체…연합구도 변화 불가피

고진영 기자공개 2023-08-24 07:26:39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1일 08:2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운사들은 그간 서로 연합군을 만들어 경쟁해왔다. 동맹 가입 없인 사실상 국제노선 영업이 어려웠고 지금도 세계 3대 얼라이언스(Alliance)가 주요 컨테이너 항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연합 결성이 사실상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이 올해 해체 결정을 내리면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2M은 머스크와 MSC로 이루어진 동맹이다. 이 거대 선사들의 이별은 다른 연합의 구도에까지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헤어질 결심'의 이유

머스크와 MSC는 2025년 1월을 마지막으로 2M의 관계를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올 초 밝혔다. 두 회사가 얼라이언스를 형성한 것은 2015년이다. 당시 10년간 협력하고 계약종료 2년 전에 연장여부를 정하기로 했는데 헤어짐을 선택했다.

애초부터 둘의 계약은 불가피한 동침이었다.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의 핵심요건이던 과거 살아남기 위해선 무조건 손을 잡아야 했다. 동맹을 맺으면 전 세계로 가는 해운서비스 항로를 공유함으로써 더 많은 노선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건조비만 수천억원인 초대형 선박들을 함께 사용해 물류비를 아낄 수 있다.

실제로 2M이 손을 잡았을 때는 머스크와 MSC가 2만TEU 이상급의 새로운 배들을 차츰 도입해야했던 시기다. 선복량을 유연히 관리해야 했기 때문에 동맹이 탐탁친 않아도 그 가치는 엄청났다. 하지만 이후 두 회사는 급격히 규모가 커졌고 선복량 관리 시스템도 개선됐다. 연합이 가져오는 시너지가 그다지 필요없어졌을 정도로.

반면 전략과 비전의 불협화음은 갈수록 커졌다. 머스크는 2018년 ‘Stay Ahead(앞서가다)’ 정책을 발표하고 종합 물류회사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와 달리 MSC는 물류에 대한 투자에도 불구 여전히 해상 운송을 핵심사업으로 두고 있는 상태다. 머스크가 물류회사를 줄줄이 사들이는 동안 MSC는 해상 운송을 두 배로 늘렸는데, 어찌보면 동맹을 깨기 위한 투자였다고도 할 수 있다.

일각에선 연합 파기를 MSC가 시작했을 것으로 보지만 머스크 입장에서도 더 이상 동행은 어려웠다. 머스크의 빈센트 클럭 최고경영자(CEO)는 2월 컨퍼런스 콜에서 “전통적 해운사를 넘어서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서비스 수준에 대한 강력한 컨트롤을 유지해야 하며, 동맹 구조로는 이를 달성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2M의 관계는 원래부터 견고하지 않았다. 2M의 정식 명칭이 사실 ‘2M VSA’라는데서 드러난다. VSA는 ‘선복공유협정(Vessel Sharing Agreement)’으로 얼라이언스에 비해 낮은 협력 단계를 의미한다. 머스크와 MSC가 주요 기간항로에서만 선복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다.

공동운항에 투입하는 선대의 비중 역시 각각 머스크는 39%, MSC는 24%에 불과해 여타 얼라이언스들보다 현저히 소극적이었다. 누가 먼저 다른 마음을 먹었건 동맹이 깨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던 셈이다.

◇머스크 행보는…기존 해운동맹 흔들리나

그렇다면 결별 이후 두 회사의 움직임은 어떨까. MSC는 확대된 선복량을 기반으로 독자노선을 걷는 쪽이 유력하다. 반면 머스크는 다른 파트너를 찾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3대 얼라이언스 밖에 있는 중대형 선사와 연합하거나, 프랑스 CMA CGM과 별도 동맹을 만들거나,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가입하거나, HMM과 협력을 시도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디 얼라이언스는 HMM이 가입해 있는 곳으로 기존 동맹 중 가장 시장점유율이 낮다.


HMM과 머스크는 과거에도 손 잡은 적이 있었다. 2017년 4월 HMM은 3년간 2M과 ‘2M+H’라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체결했다. 하지만 정식 얼라이언스가 아니었기 때문에 구조가 제한적이고 HMM에 불리했다. 특정 항로에 특정 형태의 협력방식만 허용된 불완전한 제휴였다.

새로운 동맹이 시급했던 HMM은 협상 끝에 2020년 디 얼라이언스에 기존 선사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정회원사로 가입했다. HMM의 합류와 함께 디 얼라이언스의 협력기간도 2030년 4월로 연장됐다. 당시 HMM이 정회원 가입에 성공한 것은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초대형 선박 20척을 확보한 영향이 컸다. 디 얼라이언스는 2M과 또 다른 동맹인 ‘오션 얼라이언스’에 비해 초대형선백이 모자란 상황이었다.

HMM이 추후 머스크의 잠재적 동료로 언급되는 것 역시 소속이 바뀌기 전의 지난 인연 때문이다. 하지만 디 얼라이언스의 협력기간이 2030년까지라는 점에서 이를 깨고 머스크와 연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머스크가 '동맹 구조에선 종합 물류회사 전환을 이루기 힘들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다시 얼라이언스를 꾸리거나 가입하기보다는 선복임차(Slot Charter)나 VSA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얕은 협력을 이어가는 편이 설득력 있다.

2년 뒤의 행보를 떠나 머스크와 MSC의 이별은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여겨진다. 동맹이 끝나는 시점까지 서로 고객을 뺏으려고 물밑 대결을 펼치는 수순이 예상된다. 어떤 시나리오로 가든 2M의 해체는 시장집중도의 완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결국 더 경쟁적인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 운임 경쟁을 걱정하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반드시 운임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얼라이언스가 있어도 영업활동은 선사별로 하기 때문이다. 다만 얼라이언스 중심의 임시결항 등 공급조절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운임 하락시 속도가 가팔라질 수는 있다.

오히려 눈여겨 볼 부분은 2M의 이별로 기존 얼라이언스들의 동맹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경쟁의 장이 열리면서 지금의 연합을 지키는 게 장기적으로 옳은 결정인지를 두고 의구심을 가지는 선사들이 생길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2M의 뒤를 이어 오션 얼라이언스가 해체되는 그림도 배제할 수 없고 이 경우 HMM이 속한 디 얼라이언스에도 결과적으로 영향이 간다"며 "어찌됐든 동맹의 결합이 지금까지보다 느슨해질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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