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8월 22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만난 가상자산 업계 사람들은 일본 시장 이야기를 하는 데 여념이 없다. 지난달 도쿄서 열린 웹3 컨퍼런스에 참여해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들을 전달하기 바쁘다. 상반기까지는 홍콩 가상자산 개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주를 이뤘는데, 두어달만에 추세가 일본으로 넘어갔다.그동안 강력한 가상자산 규제와 해외 기업 진입 제한으로 일명 '갈라파고스'라 불리던 일본이 바뀌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을 되찾을 주요 산업 중 하나로 웹3를 꼽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웹3 행사에 축전 영상을 보내면서 육성에 대한 정부 의지를 공유하기도 했다.
일본은 IP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파워에 강점을 갖고 있다. 문제는 IP를 소비하는 방식이 아날로그 위주였다는 것인데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디지털 전환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IP를 통한 수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고민하다 찾은 게 웹3다.
또 다른 주변국인 중국도 홍콩을 통해 가상자산을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가상자산거래소 폐쇄, 거래 금지 등 여러 정책을 통해 가상자산을 강하게 규제했다. 그러나 산업이 점차 커지자 홍콩에서 라이선스제도를 도입해 거래소에 문호를 개방했다.
이를 바라보는 국내 기업의 속은 쓰리기만 하다. 겉으로는 해외 진출길이 열려 신나보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최근 이야기를 나눈 업계 관계자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오죽하면 매일 일본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겠냐"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 산업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바뀌지 않는다면 국내서 관련 사업을 영위하기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위 잘나가던 금융맨이었지만 블록체인의 비전을 믿고 과감히 이 시장에 들어왔다. 주변에서는 격려 대신 '걱정 반 질책 반'의 반응을 쏟아냈다. 특히 올해 정치인 가상자산 투자 논란이 불거지면서 "코인은 다 사기 아니냐"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고 했다.
업계서는 우리만 도태될까 두려워한다. 기술력이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코인 기업'이라는 시선 속에 제 역량을 펼치지 못한다. 어느 대표는 "산업을 육성해달라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장 우리 회사를 살리는 데 옳은 방향인지 고민하게 되는 게 현실"이라며 "모두가 눈치만 보다가 이렇게 산업 경쟁력을 잃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모든 산업에는 명과 암이 있다. 우리처럼 '암'에 초점을 두고 산업을 강력 규제하던 동아시아 주변국들은 '명'을 보고 육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해외서는 여전히 한국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늦지 않았다. 이제 우리의 시선도 진정 변화해야할 때가 온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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