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농심 vs 삼양식품]'새 술은 새 부대에' 식품업계 인재 블랙홀 삼양식품③[인사]불닭면 터닝포인트 외부 수혈 활발, 농심 30년 경력 올드맨 포진 '대비'
이우찬 기자공개 2023-09-06 09:36:36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4일 14:2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식품은 해외에서 퍼진 불닭면 흥행을 계기로 체질개선을 가속화하는데 주력했다. 활발한 세대교체와 인재 영입은 체질개선을 이루는 하나의 수단으로 작용했다. 젊은 임원을 발탁하고 식품업계에서 다양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수혈하는데 공들였다.반면 농심은 1980년대 일찌감치 국내 라면시장을 장악한 이후 라면 중심의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했다. 사업다각화가 아닌 주로 라면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직 계열화 전략을 구사하며 인재 등용도 외부 수혈보다 전통 농심맨을 중용했다. 30년 이상 재직한 임원이 즐비하다.
◇삼양식품, 남양유업·CJ·롯데·빙그레·켈로그 식품업계 인재 영입
삼양식품의 자산총계는 2016년 말 3267억원에서 지난해 말 9249억원으로 5982억원 증가했다. 불닭면이 해외에서 크게 인기를 끈데 따른 것이다. 수출 기업으로 도약하고 외형이 커지면서 임직원 규모도 불어났다.
불닭면이 해외에서 히트하며 덩치를 빠르게 불린 삼양식품은 2020년 말 이후 외부 인재를 적극 수혈하기 시작했다. 사세 확장과 함께 해외 영업망 확대와 신사업 발굴 등 주요 과제가 늘자 세대교체와 맞물려 외부 전문가를 끌어모은 것이다.
2016년 말 기준 김정수 부회장(당시 사장)을 포함해 임원은 12명에 불과했다. 전체 직원 수는 1243명이었다. 2017년 말, 2018년 말 임원은 각각 12명, 10명이었다. 임원 규모는 2019년부터 커졌다. 2019년 말, 2020년 말 임원은 각가 18명, 16명이었다. 다만 예년 대비 임원이 증가했으나 삼양식품 내부 승진 인사로 채워졌다.
외부 영입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한 해는 2021년이다. 장재성 전 대표가 테이프를 끊었다. 1970년생으로 건국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장 전 대표는 2021년 3월 전략운영본부장(전무)으로 영입됐다. 입사 전인 2016년 삼양식품과 인연이 있었다. 당시는 불닭면의 수출이 본격 확대되던 시기였다. 그는 삼양식품에 해외 수출 확장, 중국 진출 추진과 관련해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외환은행에 입사한 뒤 KEB하나은행을 거쳐 투자자문회사인 케이클라비스 홀딩스 대표를 지냈다. IBK투자증권 M&A본부장(상무)을 맡는 등 재무, 금융 부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재무·전략통이다.
장 전 대표 영입 후 새 인물이 대거 등용되기 시작했다. 2021년 말 임원 규모는 전년보다 10명 증가한 26명으로 불어났다. 적극적인 외부 수혈이 이뤄졌고 세대교체도 시작됐다.
CJ대한통운 W&D운영담당 출신의 박경철 SCM본부장, 남양유업 출신 마케팅본부장 김명진 상무가 영입됐다. 또 하나은행 출신 홍범준 해외법인 전략팀장(이사), CJ제일제당 IT기획팀장을 지낸 정인석 정보전략팀장(이사)이 들어왔다. 1982년생의 윤영희 이커머스 팀장이 승진하며 40대 여성임원이 배출됐다.
지난해 12월 생산혁신담당으로 롯데제과 출신 김대우 이사를 영입했고 두 달 전인 10월에는 빙그레 출신 이후성 이사를 마케팅 임원으로 영입했다. 이 이사는 신설된 불닭BM부문장을 맡는다. 지난해 롯데중앙연구소 안전센터 수석연구원 출신의 윤아리 이사를 품질안전센터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올해는 신설된 ASIA/EMEA본부 인사가 눈에 띈다. 김 부회장이 영토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해외 영업부문을 강화한데 따른 조직으로 신설됐다. EMEA는 Europe, Middle East, Africa의 첫머리를 따서 만들었다. 아시아와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영업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앞서 존슨앤존슨·켈로그 출신 김기홍 본부장(전무)이 외부에서 수혈됐다. 여성용품 기업 라엘코리아 대표 출신 문남인 상무는 마케팅 임원으로 영입됐다.
올 초 미국법인장에 신용식 이사를 선임했다. 1980년생으로 경희대를 졸업한 신 이사는 CJ 출신으로 외부에서 데려온 인물이다. CJ푸드 PMI TF 수석전문가, CJ 슈완스 경영관리이사를 지냈다.
작년 3월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정태운 전무의 경우 세대교체를 상징한다. 1957년생인 정 전무는 회사의 유일한 1950년대생 임원이었다. 1984년 삼양식품에 입사한 생산 전문가로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원주공장 설비 이동 TFT, 생산본부장을 거쳐 2018년 대표에 선임된 바 있다.
농심은 전통 농심맨을 중용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40년 이상 국내 라면시장 1등을 수성하고 해외시장 개척도 순항하는 등 안정적인 사업 속에 임원진에는 올드맨이 많다. 급격한 변화보다 안정 속에 성장을 추구하는 사업전략이 인사에도 투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박준 전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의 농심홀딩스 대표 배치는 이 같은 농심의 인사 전략을 보여준다. 박 부회장은 올초 농심 등기임원에서 사임했다. 과거 고(故) 신춘호 농심 명예회장의 회장실 실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신 명예회장 체제에서 농심의 '세계화' 발판을 마련했다.
시장에서는 처음 박 부회장의 용퇴로 받아들여졌다. 박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2021년 하반기 출범한 신동원 농심 회장 체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박 부회장은 돌연 농심홀딩스 대표로 복귀했다.
1948년생인 박 부회장은 올드맨으로 통한다. 1981년 농심에 입사했다. 농심 아메리카 사장, 농심 국제사업총괄 사장 등을 지내며 신 명예회장 체제에서 영토 확장을 선두에서 지휘한 인물이다. 2012년 농심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고 2016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농심 회장실 실장을 맡았을 만큼 신 명예회장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진 면면도 농심의 인사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39명의 임원 중 사외이사 4명을 제외한 35명 중 30명은 재직기간이 25년 이상이다. 30년 이상 재직한 임원은 23명에 달한다. 외부 수혈 인재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무 출신의 조용철 마켓부문장(부사장)과 삼성전자 북아프리카법법인장을 지낸 박윤희 GBO TF팀장(상무) 정도다.
보수적인 인사 전략은 신사업에서도 나타난다. 신 회장이 신성장 동력으로 꼽은 대체육과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사업을 이끄는 조직이다. 대체육 사업 임원은 농심에 없고 계열사 농심태경에 있지만 건기식 사업을 이끄는 조직에는 임원급이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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