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채권 윈도 제도의 명암]한국·중국 뿐인 ‘허가' 제도 "효율 vs 자율 균형 필요"②이슈어간 경쟁 제한, 투자자 신뢰도 상승…자율성 부재로 '성장 정체' 지적도
윤진현 기자공개 2023-09-07 13:45:15
[편집자주]
한국물(Korean Paper) 발행을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다. 바로 윈도(Window)를 받는 것. 기획재정부는 외화채권 발행을 허가하면서 프라이싱 일정도 통보한다. 이 기일에만 발행이 가능한데, 해당 제도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국내 이슈어끼리의 경쟁이 제한돼 안정적으로 발행이 가능하단 의견과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단 지적이 맞선다. 더벨이 외화채권 윈도 제도의 '명과 암'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5일 13: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외화채권 발행을 위한 일종의 허가를 받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유일하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로부터 프라이싱 일정, 즉 '윈도(Window)'를 받는 만큼 발행 일정이 분산되는 등 이슈어간 경쟁은 제한적이다. 더불어 정부가 관리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투자자들에게 한국물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하지만 프라이싱 과정에 자율성이 적다는 비판도 공존한다. 업계에서는 이상적인 윈도를 받기 위한 '물밑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뉴이슈어의 등판에 제약이 크다고 바라봤다. 효율성과 자율성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라이싱 중복 '제한', 효율성 추구…투자자 신뢰↑ '순기능'
정부로부터 외화채권 발행을 위한 일종의 허가방식을 택한 건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시장 개입을 통해 외화 유출입을 조절하겠단 의도다. 다만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에 시장 참여자의 의견은 갈린다.
윈도 제도를 찬성하는 쪽에선 공모 일정이 겹치지 않아 국내 이슈어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 점을 중시했다. 프라이싱 일정을 완전히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면 특정 기일에 북빌딩(수요예측) 일정이 겹쳐 국내 이슈어간 경쟁으로 발행 이점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윈도 제도로 효율적인 발행이 이뤄진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 상반기 이슈어 총 30곳이 공모 외화채 발행을 위한 윈도를 받았다. 윈도 일정이 겹친 날은 6개월 간 단 4일에 불과했다. 일정이 겹친 날도 발행 통화 혹은 채권 유형이 각기 달랐다. 기재부의 철저한 일정 관리가 보이는 대목이다.
더벨 플러스에 따르면 1월 4일부터 6월 27일까지 한국물 프라이싱 일정이 겹친 날은 △3월 29일 △4월 24일 △6월 20일 △ 6월 26일 등 4일 뿐이다. 단 프라이싱이 동일한 날 이뤄졌더라도 채권 유형 혹은 발행 통화 등에서 차이가 분명했다. 사실상 동일한 조건의 프라이싱은 이뤄지지 않았던 셈이다.
특히 3곳의 이슈어가 동시에 발행했던 6월 20일의 경우 통화가 모두 달랐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캥거루본드(호주달러표시 채권), SK브로드밴드의 유로본드(달러표시 채권), 대한항공의 사무라이본드(엔화표시 채권) 등이 그 예다.
이렇듯 국내 이슈어들의 공모시장 등판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면 투자자 신뢰를 얻기 좋다. 대외적으로도 우리나라의 경우 외화채 발행이 몰리지 않는단 사실이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기재부가 윈도 지정을 옹호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도 한국물 시장이 보수적인 분위기임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며 "프라이싱이 우후죽순 전개되지 않으니 신뢰도가 높은 이슈어만이 발행할 수 있는 채권이라는 인식마저 생겼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장 참여자의 자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단 지적은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잘 짜여진 일정 속 이슈어의 조달 계획은 무용지물이 되는 탓이다. 매크로(macro) 이슈를 반영해 전략을 조정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기재부는 내부 심의를 통해 이슈어의 한국물 발행을 승인하고 있다. 이 심의에 통과하기 위해선 자금 사용 목적과 스왑 여부, 발행 통화, 관련 일정 등을 보고해야 한다. 사실상 기재부의 허가가 나야만 공모 외화채를 찍을 수 있는 구조다.
심의를 통과한다고 해도 단 2일간의 프라이싱 일정을 받는다. 이 기일 내에 북빌딩(수요예측)을 마쳐야 한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외화채 허가 제도를 가진 중국도 3개월 단위의 프라이싱 일정을 제시한다. 발행 승인만 받으면 이슈어가 자율적으로 이상적인 프라이싱 시기를 정해 결단할 수 있도록 하는 셈이다.
조달 제약이 큰 시장 분위기 탓에 뉴이슈어의 등판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년 3~4곳의 이슈어만이 한국물 발행에 나선다. 올해도 마찬가지 새롭게 한국물 발행에 나선 이슈어는 한국해양공사와 SK온, 한화큐셀 미국법인 등 세곳이 전부였다. 윈도 제도 취지에 동의하지만 제약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효율성과 자율성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상적인 윈도를 받기 위한 물밑 경쟁이 이뤄지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도의 취지에 동감하지만 효율성과 자율성 사이의 균형이 생겨야 한국물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정기 이슈어의 비용 절감 뿐 아니라 뉴이슈어의 데뷔 등을 위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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