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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현대백화점 ‘주가 상승’ 이끈 키워드 두 가지지배구조 개편·실적모멘텀 회복, ‘여력 남았다’ 하반기 추가 상승 기대

김규희 기자공개 2023-09-07 07:33:38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6일 17:5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현대백화점의 주가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지난 6월 30일 기록했던 4만7550원은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금액이었지만 이후 반등에 성공했고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7월부터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7월 초 지난 3개월간 보였던 하락분을 단숨에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8월에는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5만5000원대를 훌쩍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다 8월 14일에는 장 중 7만1700원을 찍었습니다. 종가 기준 8월 10일 15.4%, 8월 11일 2.15%, 8월 14일 6.31% 등 3거래일 연속 ‘빨간불’을 키며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이날 찍은 7만1700원은 전고점 6만4300원 대비 11% 높은 금액이자 52주 최고가였습니다.

기간으로 보면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9월 4일 종가는 6만9300원으로 52주 최저가 4만7550원 대비 2만1750원 비쌉니다. 단 2개월 만에 약 46%가 증가한 셈입니다. 증권업계가 현대백화점을 두고 ‘유통 대장주’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Industry & Event

현대백화점의 주가 상승에는 크게 두 가지 모멘텀이 작동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바로 ‘단일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인한 계열분리 가능성 불식 및 오버행(잠재적 과잉 물량) 리스크 해소와 하반기 실적 상승 기대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지난해 9월로 되돌려야 합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주사격 회사였던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에 대한 인적분할을 실시하고 2개의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정지선 회장-현대백화점홀딩스, 정교선 부회장-현대지에프홀딩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만들려고 했던 겁니다.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초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인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주주들은 지주사 체제 전환에 의문을 제기했고 결국 현대백화점의 분할계획은 부결됐습니다.

그러자 현대백화점은 주주들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더 이상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당시 김형종 사장은 주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름대로 주주환원정책을 고민하고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을 볼 때 주주들에게 제대로 공감을 못받은 것 같다”며 당혹감을 표한 바 있습니다.

이후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방식을 거듭 고민했고 올해 7월 ‘단일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주사 전환이 완료된 현대지에프홀딩스 아래 현대그린푸드, 현대백화점 등 모든 계열사를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당초 계획과는 다른 그림이긴 하지만 계열분리 가능성을 불식하고 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주사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8월 11일부터 9월 1일까지 현대그린푸드와 현대백화점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현물출자를 통해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두 회사의 주식을 매수하는 대가로 현금이 아닌 자사 신주를 교환 비율에 따라 지급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위해 약 3634억원 규모의 신주 1억개를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지주사가 목표로 하고 있는 매수량은 각각 10.1%, 12%입니다. 현대그린푸드 주식을 주당 1만2620원에 매수해 지분율을 29.9%에서 4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현대백화점 주식은 주당 5만463원에 사들여 지분율을 20%에서 32%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30%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서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청사진을 내놓자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습니다. 주가는 들썩이기 시작했고 이내 저지선이었던 5만5000원을 돌파했습니다. 한 번 탄력 받은 주가는 7월이 끝나기 전 5만6600원을 찍으며 상승 곡선을 유지했습니다.

현대백화점 주가는 8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는데 여기엔 하나의 모멘텀이 추가로 작용했습니다. 하반기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입니다.

사실 현대백화점은 올 2분기 좋은 실적을 기록하진 못했습니다. 매출액(9703억원)과 영업이익(556억원)이 각각 전년 동기대비 13.8%, 22%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그중 백화점이 작년 높은 기저에도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인건비, 유틸리티 비용 등 고정비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28% 감소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누스도 고객사 발주 제한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 44%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선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더 크게 평가했습니다. 백화점과 지누스, 면세점 등 모든 부문의 실적 개선이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백화점 부문은 화재 사고로 영업을 중단했던 대전점이 영업을 재개함에 따라 실적 반등이 기대됐습니다. 지누스는 아마존의 하반기 세일 시즌을 전후로 재고 이슈 해소가 예상돼 원재료 가격 안정화와 함께 이익단도 회복 추세를 보였습니다.

면세점 역시 올 2분기에 영업효율화 영향으로 영업적자가 대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지난 7월 공항에서 운영하는 면세점을 정상오픈해 향후 고성장에 따른 흑자 전환이 예상됩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4일 현대그린푸드, 현대백화점 공개매수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유상증자 청약률 91.27%를 기록하며 오는 18일 총 3317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할 예정입니다.

다만 기존 목표보다 참여가 저조해 목표로 했던 지분율(현대그린푸드 40%, 현대백화점 32%) 확보에는 소폭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주 교부 이후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지분율은 현대그린푸드 38.1%, 현대백화점 30%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현대그린푸드에 대한 정 회장 형제의 지분율은 계획보다 상승할 전망입니다. 공개매수에 참여한 소액주주가 적으면 적을수록 정 회장 형제 지분율이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신주 교부 이후 정 회장 형제 지분율은 5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Market View

시장은 현대백화점의 주가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하반기 주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먼저 현대백화점그룹이 발표한 ‘단일 지주사 체제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이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되며 안정적인 사업 환경에 안착했다”며 “과거 무산된 두 개의 지주사 체제보다 사업적, 구조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도 “계열분리 논란을 잠재우며 그룹 지배구조 체제를 완성했다”고 평가했고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 역시 “현대지에프홀딩스가 보유한 현대백화점 지분 12.1% 매각에 대한 오버행 등 우려가 해소됐다”며 “단일 지주회사 체제가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두 번째 주가 상승요인인 ‘하반기 실적’에 대해서는 더 많은 리포트들이 쏟아졌습니다. 2분기 잠정실적 공개와 함께 키움증권, 유안타증권, 신한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하나증권, SK증권, 대신증권 등이 일제히 리포트를 냈습니다.

리포트 제목만 봐도 증권사들의 기대가 큰 걸 알 수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확실히 돌아선다’(신한투자증권), ‘어차피 우리의 관심은 하반기’(한화투자증권), ‘과거는 잊고 전진 앞으로’(SK증권) 등입니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도 상승 조정됐습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 목표치를 8만원대로 상향했습니다. 특히 이베스트증권과 SK증권은 9만7000원의 목표치를 내세우며 현대백화점의 밸류에이션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지금 시점에서 현대백화점그룹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지배구조 개편이 아닐까요? 올 하반기 실적 개선도 중요하긴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 입장에선 이번에 진행되고 있는 단일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것입니다. 게다가 지난해 한 번 실패한 경험까지 있으니 얼마나 가슴을 졸이고 있을까요.

지배구조 개편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건 현대백화점그룹의 기획조정본부장을 맡고 있는 장호진 사장입니다. 물론 직접 연관된 정지선 회장, 정교선 부회장이 최종 결정권자이겠지만 관련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건 장 사장입니다.

장 사장은 1962년생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을 대표하는 ‘정통파’로 통합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그룹 공채로 입사해 줄곧 현대백화점그룹에서 근무했습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01년 현대백화점, 2006년 현대홈쇼핑 관리담당 이사, 2010년 현대그린푸드 대표에 오른 뒤 2014년에는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에 선임됐습니다. 커리어 대부분을 관리 부서에서 근무하며 전문성을 쌓아온 덕분에 그룹 내에서 ‘관리통’으로 정평이 났습니다.

장 사장은 현대그린푸드 대표 시절 성과를 인정받아 2015년 그룹 콘트롤타워인 기획조정본부 부본부장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현대그린푸드는 장 사장 부임 전까지만 해도 매출액이 8000억원 수준이었는데 4년 뒤 71% 증가한 연 1조3646억원의 매출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4.5% 증가해 543억원으로 늘었습니다.

기획조정본부에 입성한 이후에는 기획·전략 업무를 수행하며 전문성을 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한섬의 SK네트웍스 패션부문 인수, 2018년 현대홈쇼핑의 한화L&C 인수 등에 관여하며 현대백화점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2020년 그룹 핵심 중의 핵심인 기획조정본부장에 선임된 이후에도 고삐를 놓치지 않았다. 현대퓨처넷의 SK바이오랜드 인수, 현대그린푸드의 이지웰 인수, 현대백화점의 지누스 인수 등을 주도하며 토탈리빙기업으로의 변화를 이끌었다.

더벨은 현대백화점그룹의 향후 전략 등을 파악하기 위해 ‘키맨’ 장 사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통화 연결을 통해 그의 목소리로 관련 내용을 듣고자 했지만 바쁜 일정으로 끝내 접촉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현대백화점의 IR을 담당하고 있는 김대석 상무를 통해 하반기 계획 등을 전달받을 수 있었습니다. 김 상무는 “지난 4년간 면세사업의 적자로 인해 주가 하방 압력이 있었지만 면세점 흑자 전환 가시화로 상승 모멘텀이 강하다”며 “하늘길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면세점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최근 중국인 관광객 입국재개 수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현대백화점은 하반기에도 주주친화 강화 정책을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지난 2021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고배당 원칙을 발표한 바 있는데요. 여기에는 △배당성향 10% 이상 유지(비경상적 손익 제외, 연결재무제표 기준) △정책 적용기간 3년(2021년~2023년) △주당 최저배당액 설정(주당 1000원 액면 배당) 등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현물출자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기존에 발표한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현대지에프홀딩스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라며 “더불어 이번 현물출자를 통해 우량 계열사가 자회사로 편입되기 때문에 배당 여력이 확대돼 배당이 크게 상향될 것으로 기대되며 주주가치 또한 제고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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