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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유상증자 '큰장' 섰다…바이오사 조달에 IB들 '눈독'리스크별 맞춤형 카드 가능…'모집주선·총액인수' 모두 쏠쏠

양정우 기자공개 2023-09-21 07:37:36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9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들어 주식자본시장(ECM)에서 바이오 상장사의 유상증자가 이어지고 있다. 본래 신약 개발에 이르기까지 자금 조달이 필수인 사업 모델인데 주가 폭락의 직격탄을 맞자 유증이 거의 유일무이한 조달 루트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대규모 유증 발표는 주주 입장에서 악재일 여지가 크지만 자금 조달을 중개하는 증권사 IB로서는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다. 그간 기업공개(IPO) 훈풍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바이오사마다 최대한 미뤄왔던 자금 조달에 나서고자 유증 릴레이에 합류하고 있다.

◇바이오사 대규모 유증 러시…메자닌 막히자 주주배정 강수

19일 IB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만 EDGC, 박셀바이오, 파멥신, 메디포스트, 메드팩토, 올리패스, 라이프시맨틱스, 진원생명과학, 셀리드, 제넨바이오, 보로노이, 피씨엘, 헬릭스미스 등 바이오 섹터(헬스케어 포함) 기업이 줄지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들 바이오사의 유증 규모는 대부분 1000억원 안팎 수준이다. 모두 현재 시가총액과 비교해 작지 않은 규모다. 체외진단 전문기업인 에스디바이오센서의 경우 올들어 2278억원 규모의 유증에 나서기도 했다. 여느 대기업의 유증에 못지 않는 볼륨으로 자금 조달을 마무리지었다.

바이오 상장사의 조달 러쉬는 이미 예견된 행보다. 신약 개발은 물론 바이오 섹터에서 사업 모델을 마련한 국내 기업의 경우 아직 현금흐름이 안정 궤도에 오르지 못한 게 대다수다. 임상 1~3상에서 성공적 결과를 내놓은 뒤에도 신약 판매에 이르기까지 10여 년 간 주기적으로 연구개발(R&D) 재원과 운영 자금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국내외 증시가 호황인 시기엔 조달 루트가 다양하다. 무엇보다 전환사채(CB) 등 메자닌과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수월하게 확충할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급락한 시점엔 조달 환경이 뒤바뀐다. 아직 기업가치의 대부분이 무형자산인 터라 현금이 귀중한 시기엔 한계 기업에 다가서고 있다는 인식을 지우기 어렵다. 결국 투자자를 찾는 게 쉽지 않은 탓에 기업 조달의 최후 수단인 주주배정 유증에 나서는 바이오사가 이어지고 있다.

유증을 공시하면 기계적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그나마 새로운 투자를 위한 결단이라면 시장에서 납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재 바이오 업체가 처한 상황처럼 채무 이행과 운영 자금 등 생존을 위한 조달 성격이 강하면 시장 반응은 더 냉담하다. 가장 최근 유증을 발표한 메드팩토 역시 공시 뒤 주가가 하한가 수준으로 폭락했다.


◇딜 수임시 리스크 관리 가능…시급한 바이오사, 수수료율도 기대 이상

하지만 증권사 IB 입장에서는 바이오사의 조달 릴레이가 큰장이 선 것과 다르지 않다. 만일 주관사로서 총액인수만 고집한다면 바이오 기업의 조달이 리스크가 큰 딜일 뿐이겠지만 바이오 기업의 펀더멘털과 크레딧 정도에 따라 인수 부담이 없는 모집주선도 선택할 수 있다.

올해 바이오 섹터의 가장 큰 유증이었던 SD바이오센서 딜에서는 NH투자증권이 모집주선 업무를 소화했다. 이 발행사는 수수료율로 26.4bp를 책정했다. 당시 유증은 주당 모집가액이 1만1390원, 총 모집총액이 2278억원으로 확정됐다. 그 결과 NH증권은 모집주선 업무만으로도 웬만한 대형 유증 딜과 맞먹을 6억원을 수수료로 수취했다.

과거 고점과 비교해 주가 10분의 1 토막이 난 바이오사도 즐비하다. 이런 바이오 업체 중에서는 글로벌 경쟁사와 파이프라인 가치를 비교해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도 있다. 이 경우 추가적 주가 급락의 리스크가 낮아 유증에서 인수 물량을 책정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릴 여지가 있다. 총액인수를 결정하면 모집주선을 선택할 때보다 인수수수료가 많을 수밖에 없다.

메드팩토의 경우 대표주관사인 삼성증권에 주관수수료로 모집액의 24bp인 3억원을 책정했다. 여기에 인수수수료로 130bp(삼성증권 물량 60%, 9억원)를 별도로 받기로 했다. 총 12억원을 확보한 셈이다. 혹시 모를 흥행 참패에 대비해 실권수수료도 잔액인수금액의 15%로 약정한 상태다. 나머지 인수 물량 40%는 한양증권의 몫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금리 급등에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뒤로 바이오 기업마다 최대한 자금 조달을 늦춰왔다"며 "이제 한계에 도달한 바이오사를 중심으로 유증 발표를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 IB마다 딜을 확보하고자 바이오 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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