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선구자’ NH증권, '비대면 시대' 열었다 원익홀딩스 티엘아이 인수 딜에 첫 적용…정영채 사장, '경쟁격화' 우려에도 '고객편의' 우선시
최윤신 기자공개 2023-09-26 07:41:18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2일 16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투자증권이 원익홀딩스의 티엘아이 지분 공개매수에 처음으로 ‘온라인 청약’을 적용했다. 그간 공개매수 딜은 관행적으로 증권사 지점 방문을 통해서만 접수가 가능했는데, 이를 깬 첫 사례다. 향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공개매수 분야에서 선도적인 사업지위를 공고히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온라인 청약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증권업계에선 공개매수 딜에서 독보적인 트랙레코드를 가진 NH증권이 혁신 행보를 보인 것과 관련해 의아하다는 시선도 내놓는다. 이미 이 분야에서 높은 사업지위를 가지고 있는 하우스의 입장에선 혁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와 함께 위기요인이 분명히 존재했다. 결국 고객 편의를 우선시 한 정영채 사장의 의지가 온라인 청약 시대를 연 것으로 파악된다.
◇ 기관 중심 시장에 '지점 방문' 필수였던 공개매수, 판 바뀐다
원익홀딩스는 21일 티엘아이 보통주 공개매수에 나선다고 밝혔다. 티엘아이는 소액주주 연합인 ‘턴어라운드를 위한 주주연대 조합’(이하 주주연대) 측과 창업자인 김달수 전 대표이사 측이 경쟁적으로 지분을 매입해 주주제안을 하는 등 경영권 분쟁을 겪는 회사다. 현재 김 전 대표 등 주요 임원의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원익홀딩스는 최대주주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공개매수에 나섰다. 최소 250만주, 최대 350만주의 주식을 인수하겠단 목표다. 공개매수기간은 다음 달 17일까지다. 350만주의 주식을 인수했을 때 원익홀딩스의 지분율은 약 35.5%가 된다. 현재 최대주주인 주주연대 측이 보유한 지분 163만3655주(지분율 15.54%)가 이번 공개매수에 참여하기로 했다.
주당 매수가격(1만원)을 감안할 때 딜 규모는 최대 350억원 수준이다.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을만큼 큰 딜은 아니다. 원익홀딩스는 공개매수자금 전액을 자기자금으로 지급한다. 경영권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이지만 전체 공개매수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시장주목도가 크진 않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선 이번 딜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국내 공개매수 딜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청약’이 실시되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 자본시장에서 공개매수는 모두 사무취급자인 증권사의 지점 방문을 통한 대면 청약으로만 이뤄져왔다.
국내 법이나 규정상 온라인 청약이 불가능하지 않지만 증권사들이 그간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년간 디지털화가 활발하게 이뤄졌음에도 그간 공개매수가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에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탓이다.
그런데 최근 일반투자자들의 공개매수 참여가 확대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NH증권이 주관을 맡았던 유니슨캐피탈-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의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가 대표적이었다. 경영권 인수 시 공개매수를 통해 통해 과반 이상의 주식을 매수하도록 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가시화된 상황이라 공개매수 시장은 더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원익홀딩스의 티엘에이 지분 공개매수를 맡은 NH증권은 이달 공개매수 온라인 청약시스템을 오픈하며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온라인 청약 시대를 열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앞으로 공개매수 시장에서 일반 주주의 참여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도입했다”며 “적지 않은 시간을 준비해 이달 구축을 완료했고, 이번 딜부터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개화하는 공개매수 시장, 온라인 청약에 '경쟁격화' 전망도
공개매수딜은 단순한 수수료 수익에 그치지 않고 하우스의 영업 확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져 주목 받는다.
먼저 다른 증권사 고객이 공개매수딜 참여를 위해선 사무취급자의 계좌를 개설하고 주식을 대체입고시킨 뒤 신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 유입효과가 상당하다는 게 IB업계의 평가다. 또한 기밀유지와 전략이 중요한 딜이기 때문에 커버리지 측면에서도 기업고객들과 신뢰도를 쌓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NH증권은 이번에 선제적인 온라인 청약 시스템 구축을 통해 더 많은 공개매수 딜을 수임하고 고객 저변을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공개매수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진 하우스가 선제적으로 온라인 청약을 도입했다는 점에 의아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간 기관 중심의 공개매수 시장에서 가장 많은 노하우를 축적하며 깊은 해자를 만든 NH증권 입장에선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게 달갑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점 중심으로 운영되던 공개매수 딜이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될 경우 그간 공개매수 딜 수임에 엄두를 내지 못하던 온라인 특화 증권사와 플랫폼 기반 증권사들이 경쟁자로 부상할 수도 있다. 실제 NH증권도 이런 지점에서 온라인 청약 도입에 많은 고민을 가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고민 속에서 온라인 청약 도입에 드라이브를 건 것은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었다. 경쟁격화 보다는 고객의 편의를 우선시 한 결정이었다. NH증권 한 관계자는 “온라인 청약을 두고 내부적인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정영채 사장이 ‘고객에게 좋은 것이 NH증권에 좋은 것’이란 신념으로 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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