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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강관 자회사 설립방식 '현물출자'인 이유는 주주총회 부결 리스크 없이 추진 가능… 사업 분리시 지배구조 개편에도 긍정적

강용규 기자공개 2023-10-04 17:51:06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6일 16: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제철이 강관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설립을 준비한다. 눈에 띄는 것은 물적분할이나 인적분할이 아닌 현물출자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자회사 설립의 이점이 분명한 만큼 이 안건을 확실하게 추진하고 싶은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물출자, 물적분할 대비 안전한 우회로

현대제철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강관 제조 및 판매 자회사의 신규 설립 및 지분 취득에 140억원을 투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새 회사의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설립 시기 및 대표자 확정은 10월 중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아직 강관 전문 자회사를 설립한다는 원칙만 세웠을 뿐 방식까지 확정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연내 현물출자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사회 결의 내용이 법인 분할이 아닌 타법인 지분 취득의 형태로 공시된 점이나 취득 가액까지 명시된 점 등을 고려하면 법인 설립 이후 현대제철이 강관사업 관련 자산까지 현물출자해 자회사 설립을 마무리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파악된다.

철강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현대제철이 강관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할 것이라는 예상 자체는 이전부터 파다했다. 다만 주로 언급됐던 물적분할이 아닌 현물출자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은 특이사항으로 꼽힌다.

물적분할이나 인적분할 등 법인 분할 방식의 신규 회사 설립은 주주총회상의 특별결의사안이다. 반면 현물출자 방식의 신규 회사 설립은 별도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가능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강관사업의 분리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싶은 의지가 설립 방식으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하는 시선이 많다.

주주총회 특별결의안건은 총 의결권의 3분의 1 이상, 주총 참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한다. 이를 고려하면 현대제철의 특별관계자 보유지분 35.96%는 미묘한 숫자다. 다른 주주들의 특별결의성 주주제안을 방어할 수는 있지만 회사 측의 특별결의사안을 밀어붙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최근 기업의 물적분할 시도가 주주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현물출자가 '우회로'로 떠오르고 있다. 신설 자회사 지분을 모회사가 100% 보유하는 물적분할과 동일한 결과를 내기 때문이다.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모듈 자회사 모트라스와 부품 자회사 유니투스를 설립했을 때의 방식도 현물출자였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업 경쟁력·노무관리 강화 효과, 지배구조 개편상 이점도

현대제철은 강관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데 따르는 이점으로 사업 경쟁력의 강화를 들었다. 실제 현대제철은 세아제강, 휴스틸과 함께 국내 '강관 빅3'로 묶이지만 나머지 2곳보다는 경쟁력이 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는 의사결정구조상의 취약점에 기반을 둔다.

세아제강과 휴스틸은 강관 단일사업회사로서 유정용 강관이나 스테인리스 강관 등 고부가 제품 관련 투자를 신속하게 진행하거나 미국의 철강쿼터 강화, 해상풍력용 구조물시장 개화 등 경영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반면 현대제철의 강관사업부는 모빌리티소재사업본부 산하 조직으로 사업 성격이 맞지 않는 상급 조직을 통해 사업전략을 수립해 왔다. 의사결정의 속도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페널티를 안고 있었던 셈이다. 별도 법인으로 독립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안고 있는 노무관리 리스크의 해소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관사업의 독립 추진의 이유라고 보는 시선도 나온다. 현대제철의 강관사업 주력공장인 울산공장은 100여명의 사무직을 제외하면 700여명의 기능직이 모두 4개 사내협력사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 협력사 직원들은 최근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를 설립한 뒤 이들을 직접 고용하면 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실제 현대제철은 2021년 현대ITC(당진), 현대ISC(인천), 현대IMC(포항) 등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사내협력사 직원들을 직고용한 전례가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맞닿은 해석도 제기된다. 현재로서는 현대모비스를 지주사로 삼는 방식이 유력한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는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현대제철을 포함한 다른 계열사 지분을 확보해야 하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0.32%에 불과한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정 회장은 현대제철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나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제철 지분율이 11.81%에 이른다. 정 회장으로서는 정 명예회장의 현대제철 주식을 물려받은 뒤 이를 현대모비스 주식과 교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만약 강관사업의 성과를 통해 현대제철 주식의 가치가 높아진다면 교환비는 정 회장에게 더욱 유리해진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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