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23일 14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를 향한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혐의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자회사 카카오뱅크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달 말 열릴 이사회에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다. 특히 감사위원회를 중심으로 중대 경영 이슈에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금융감독원(금감원) 소환 조사에 출석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카카오가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가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2400여억원을 투입했다는 것이다. 앞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모회사 카카오에 금융당국의 칼끝이 향하자 덩달아 긴장한 건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는 지분 27.17%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를 대주주로 두고 있다. 이외에 한국투자증권(27.17%), 국민연금공단(5.30%)이 주요 주주로 있다.

만약 이번 SM엔터 시세조종 혐의가 인정된다면 카카오뱅크에도 경영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법인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된다면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된다. 이를 이행하지 못한다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되고 6개월 안에 보유 지분 중 10% 초과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 경우 최대주주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법인이 아니라 경영진이 처벌을 받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김 전 의장, 배 총괄대표 등이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데 김 전 의장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면 금감원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피할 수 있다. 김 전 의장은 카카오 지분 13%,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모두 24%를 손에 쥔 카카오의 최대주주다. 카카오뱅크에 직접 보유하고 있는 개인 지분은 없다.

이달 열릴 카카오뱅크 이사회에서 관련 논의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수사 초기 단계이므로 최종적인 법적 결론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바뀔 수 있는 중대한 경영 이슈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충분히 다룰만한 안건이다.


카카오뱅크는 매년 10월 27~28일경 이사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선 경영계획에 따른 분기별 실적 발표가 개최된다. 작년 10월 이사회에선 △주요 주주 등과 당행 간의 거래 사전 승인 △기부금 한도 변경 △임원보수 및 퇴직급여규정, 보수위원회 규정 개정 △경영계획 3분기 실적 보고 등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카카오뱅크 정관 제44조에는 이사의 보고의무를 규정해놨다. 구체적으로 '이사는 당행에 현저하게 손해를 미칠 염려가 있는 사실을 발견한 때에는 즉시 감사위원회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카카오뱅크는 △감사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 △보수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ESG위원회 등 총 5개의 이사회 내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카카오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안건으로 다뤄볼 법한 위원회로는 감사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 ESG위원회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위험관리위원회는 신용, 채권 발행, 건전성 등 금융업과 밀접한 위험요인을 관리하고 대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ESG위원회는 ESG 관련 중대 이슈를 식별해 특장점을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이사회 내 위원회 중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곳은 감사위원회다. 감사위원회는 다른 소위원회와 비교해 카카오뱅크 경영 전반에 대해 독립적인 감사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이사 및 경영진의 업무 감독', '기타 감독기관 지시, 이사회, 감사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항에 대한 감사' 등이 주요 업무 사항이다.

카카오뱅크 감사위원장은 사외이사인 최수열 삼도회계법인 파트너가 맡고 있다. 최 위원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 학사, 숭실대 경영학 석사를 졸업해 1992년부터 2019년까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근무했다.

감사위원으로는 성삼재·황인산 사외이사가 있다. 성 사외이사는 서울보증보험 전 상무이고, 황 사외이사는 2016년까지 하나은행 부행장으로 재직하다 현재 AJ네트웍스 상근감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