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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계열 VC 톺아보기]'비 심사역 출신' 안선종 대표의 리더십은 뭐가 다를까⑥하나벤처스 설립 5년만에 지주 출신 CEO 투입…투심위 참여, 그룹 소통 '가교' 역할

이기정 기자공개 2023-10-26 08:24:15

[편집자주]

2017년까지만 해도 은행 계열 벤처캐피탈(VC)은 KB인베스트먼트 한 곳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 금융지주사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VC를 신규로 설립하거나 M&A에 나섰다. 올해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는 모두 VC를 계열사로 거느리게 됐다. 금융지주 산하 VC는 은행이라는 강력한 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AUM을 키워나가며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더벨은 약진하고 있는 은행 계열 VC의 성장 전략과 차별화 포인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3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벤처스는 올해 3월 신임 수장으로 안선종 대표(사진)를 맞이했다. 2018년 설립 후 5년만의 첫 경영진 교체였다. 안 대표는 하나은행을 비롯한 하나금융그룹에서 30념 넘게 근무한 금융업계 전문가다.

벤처캐피탈(VC) 설립 과정에서 인수합병(M&A)이 아닌 자체 육성이라는 노선을 택한 하나금융은 인사 정책에서도 비VC 인사를 선임하며 다른 금융그룹과는 차별화되는 선택을 했다. 하나금융과는 달리 KB·우리·신한·NH 산하 VC들은 모두 업계 출신 전문가를 대표로 두고 있다.

VC 경험이 없기 때문에 안 대표를 향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다만 그는 취임 후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하며 전문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뿐 아니라 다른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도 이끌어내며 하나벤처스 도약을 이끌고 있다.

◇'함영주호' 첫 정기 인사...그룹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 기대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하나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하나벤처스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이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후 진행한 첫 정기인사였다. 당시 하나금융은 하나벤처스를 포함해 하나생명, 하나대체투자사산운용 등 계열사 7곳의 대표를 교체했다. 이중 하나금융은 하나벤처스와 핀크에 처음으로 내부 출신 경영진을 배치했다.

안 대표가 하나벤처스 대표에 오른 배경은 그동안 그룹 내에서 VC와 유사한 업무를 맡은 경험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과 하나벤처스간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는 하나금융 입장에서 안 대표가 적임자였던 셈이다.

안 대표는 2016년부터 그룹 전략기획팀 부장으로 근무하며 하나벤처스 설립을 이끌었다. 또 하나벤처스 대표 내정 직전까지 하나은행 Biz혁신그룹장을 지냈다. Biz혁신그룹은 은행의 데이터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관련 분야의 기업에 대한 투자 및 제휴를 담당하는 부서다.

다만 이같은 인사 정책은 산하 VC에 모두 업계 출신의 전문가를 대표로 두고 있는 다른 금융그룹과는 대비된다. 실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비롯해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대표,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 김현진 NH벤처투자 대표 모두가 VC업계 출신이다. VC를 통해 그룹과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 인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VC업계 관계자는 "김동환 전 하나벤처스 대표는 하나벤처스가 업계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는 임무를 맡아왔다"며 "안 대표는 이를 토대로 하나금융과의 시너지를 키우는 역할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안 대표는 동종업계 출신은 아니지만 VC 설립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그룹에서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및 인수합병 업무 등을 맡아온 금융권 베테랑"이라며 "하나금융에서 안 대표의 경험이 하나벤처스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취임 후 3개월간 내부 정비...그룹으로부터 자금유치 핵심적 역할

안 대표가 VC업계 경험이 없다는 점은 우려 요소였다. 설립 직후 하나벤처스가 철저하게 외부 전문가들을 영입해 회사를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김동환 전 대표는 골드만삭스, 소프트뱅크벤처스 출신이다.

안 대표 취임 후 하나벤처스는 약 3개월을 내실을 다지는데 활용했다. 안 대표가 VC 업무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VC업계는 금리 인상 등 여파로 한파가 불던 시기였다. 하나벤처스 입장에서는 큰 부담 없이 조직을 정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먼저 상반기 162억원(벤처조합 기준)에 그쳤던 투자를 하반기에는 이미 500억원 이상 집행했다. 이 기세를 몰아 하나벤처스는 연간 1000억원 투자에 나선다는 목표다. 하나벤처스가 연간 1000억원 이상 투자를 집행한 것은 2022년 단 한해 뿐이다.

특히 안 대표는 투자본부를 책임지고 있는 강훈모 상무, 강문수 상무와 함께 직접 투자심의위원회에 참여해 투자를 이끌고 있다. 투심위는 VC가 투자에 나설때 마지막으로 거치는 관문이다. 투자 부문 최고 의사결정권을 가진 임원들이 투심위를 통해 최종 투자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안 대표의 금융업계 경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투자 기업의 성장성과 기대 수익과 함께 전략적 차원에서의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사회적 가치 실현 등 분야까지 폭 넓게 조언하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VC 경험이 없는 안 대표 입장에서 투심위 참여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며 "그만큼 투자 결과에 안 대표의 책임도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대표가 직접 투심위에 참여하면서 심사역이나 임원 입장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투심위는 투자본부 심사역이면 직급고하를 막론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하나벤처스는 공정성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벤처스는 앞으로도 합리적이고 투명한 투심위 프로세스를 지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금융과 연결고리 역할 충실, 유연한 조직 문화 구축 앞장

안 대표는 하나벤처스와 하나금융과의 연결고리 역할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룹의 전략을 직원들에게 이해시키고 계열사들과의 협업을 이끌어내는데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안 대표는 하나벤처스가 내년 결성 예정인 1000억원 규모의 민간 모펀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하나금융에 펀드의 필요성을 어필해 참여를 이끌어냈다. 또 계열사의 출자를 받아 운용중인 다른 펀드들의 운용 과정에서도 다른 계열사와 조율을 담당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와 협업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나은행과 하나카드는 지난 6월 하나벤처스가 프리시리즈A 투자에 참여한 참약사와 체인약국 금융지원 사업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하나금융은 하나벤처스에서 투자한 에이피알, 비즈플레이, 나이스그룹 등과도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벤처스 관계자는 "안 대표 취임 전 하나금융 출신 인력이 없어 그룹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해 줄 인력이 필요하다는 내부 수요가 있었다"며 "안 대표가 그룹과 소통 부문을 책임져주면서 다른 그룹 계열사들과 협업이 보다 용이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대표는 하나금융의 사업 방향성을 설정하는 과정에서도 하나금융의 전략 이해도를 바탕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며 "안 대표 취임 후 내부 소통이 많아지고 조직 문화가 보다 유연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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