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0월 31일 10: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자산운용이 국내 최초로 출시한 반려동물 관련 투자상품을 2년 만에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의 관심 부족, 소규모펀드 비율 준수 등의 종합적인 이유로 임의해지대상을 결정한 모습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오는 11월 말 'KB 글로벌 알파 오퍼튜니티 증권 자투자신탁(혼합-재간접형)'과 'KB 글로벌 반려행복 펫케어 증권 자투자신탁(주식)(H)'을 해지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적정 운용규모 미달로 효율적인 포트폴리오 구축, 운용 목표 달성 등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다.

업계는 KB자산운용이 신상품 출시 전 상품 라인업을 정리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지난 9월 말 기준 KB자산운용의 소규모펀드 비율은 5.26%로, 향후 'KBSTAR 달러선물인버스 ETF' 등의 출시가 예정돼 있어 비율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소규모펀드 비율이 5%를 웃돌 경우 신규 공모펀드의 출시가 제한된다.

지난 9월 말 기준 KB자산운용의 공모추가형 집합투자기구는 총 209개다. 이 중 소규모펀드로 지정된 상품은 11개로 △아세안 증권 △이머징 유럽 △코리아 롱숏 △이머징 국공채 △코스닥 벤처기업 공모주 △원자재 특별자산 △글로벌 반려행복 펫케어 △글로벌 알파 오퍼튜니티 △미국 ESG 배당귀족 △미국 데이터센터 인프라 △KBSTAR 글로벌원자력 ETF 등이다. 향후 2개 상품이 조기해지되면 소규모펀드 비율은 약 4.35%로 하향 조정될 수 있다.

조기해지가 예정된 'KB 글로벌 반려행복 펫케어 증권 자투자신탁(주식)(H)'은 지난 2021년 말 국내 최초로 출시된 반려동물 관련 투자상품이다. 글로벌 상장기업 중 펫케어(반려동물 돌봄) 산업과 사업적 연관성이 높거나 관련 매출이 일정수준 이상인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구조다. 대표투자기업으로는 과거 화이자의 자회사였던 세계 최대 반려동물 의약품 생산업체인 '조에티스(Zoetis)' 등이 있다.

최초 설정 3개월 뒤부터는 줄곧 문인규 매니저가 책임운용역을 맡아왔다. 2015년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에 합류한 문인규 매니저는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KB 글로벌 반려행복 펫케어 펀드를 담당하고 있다. 같은기간 누적수익률은 -13.5% 수준이다.


미국 펫케어 산업의 성장세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으나 국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진 못했다. 17억원의 설정원본으로 운용을 시작한 뒤 줄곧 10억원대를 맴돌면서 소규모펀드 산정기준인 50억원 문턱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 두 달간 기록한 단기 성과(-10.8%)도 다른 소규모펀드에 비해 좋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KB 글로벌 알파 오퍼튜니티 증권 자투자신탁(혼합-재간접형)'도 지난 8월 소규모펀드로 지정된 직후 두 달만에 조기해지 절차를 밟게 됐다. '미국 ESG 배당귀족', '미국 데이터센터 인프라 리츠', 'KBSTAR 글로벌원자력 ETF', '아세안 증권' 등도 하반기 들어 소규모펀드로 지정됐으나 해지대상에선 제외됐다.

글로벌 알파 오퍼튜니티 펀드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대체투자 전략(주식롱숏, 글로벌 매크로, 이벤트 드리븐, 절대수익 등)을 수행하는 글로벌 집합투자증권들을 선별해 투자하는 상품이다. 지난 2019년 9월 30억원 규모로 최초설정된 이후 이듬해 2월 말 154억원까지 불어나는 등 한때 인기를 끌었다.

다만 2020~2021년 주식시장의 반등으로부터 소외된 모습을 보이며 투자자금도 점진적으로 이탈하기 시작했다. 2020년 8월 말 100억원 선까지 자금이 빠져나갔고 지난해 8월에는 50억원을 밑돌기 시작했다. 현재는 설정원본 45억원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소규모펀드 해지 이후 KB자산운용이 내놓으려는 신상품은 'KBSTAR 미국달러선물인버스 ETF'다.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및 강세 현상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판단 하에 ETF 라인업을 확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KBSTAR KRX300미국달러선물혼합', 'KBSTAR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 등을 이미 내놓기도 했으나 달러 단일 파생상품은 이번 신규 ETF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