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투 말레이시아]태양광 성장 밑거름 OCIM, 다시 뭉친 주역들②도쿠야마 현지공장 인수로 진출…사업 확장 요충지 확립, 1조 투자 준비
김동현 기자공개 2023-11-29 08:20:29
[편집자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아가는 화학 소재 공장은 사업 특성상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값싼 전기료, 인건비를 찾아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과거 중국이 그 중심지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국가 차원의 산업단지 육성에 나선 말레이시아로 발걸음을 옮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더벨이 화학·소재 사업자들의 말레이시아 진출 스토리와 성과 및 전망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7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공급 밸류체인의 가장 밑단에 있어 '태양광 산업의 쌀'로 불리는 소재다. 전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의 80%를 중국 업체가 점유하던 가운데 '탈중국'을 기치로 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시행되며 비중국산 폴리실리콘 업체로 관심이 집중됐다.이때 기회를 잡은 국내 업체가 바로 OCI그룹이다. 2006년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든 OCI는 태양광 불황기 속에도 생산기지를 국내(반도체용)와 말레이시아(태양광용)로 나눠 생산을 이어갔고 그결과 비중국산 프리미엄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OCI그룹에 말레이시아는 이제 사업 확장 요충지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기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뿐 아니라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신규 거점 지역으로 말레이시아를 낙점했고 클로르알칼리(CA)·에피클로르히드린(ECH) 신규 생산시설도 같은 말레이시아에 구축한다.
◇2017년 현지공장 인수, 비중국산 이점 확보
OCI가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시기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북 군산공장에 연산 5만톤 정도의 폴리실리콘 생산시설을 운영하던 OCI는 일본 화학업체 도쿠야마가 운영하던 말레이시아 공장(OCIM)을 인수해 3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추가했다.
그러나 당시 태양광 업황이 극도로 좋지 않았던 탓에 OCI는 군산공장 추가 증설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시작했고 2020년에는 아예 군산공장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군산공장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시설(연 5000톤 규모)로 활용하는 대신 군산공장의 유휴 설비를 말레이시아로 이전해 현지 생산능력을 3만톤에서 3만5000톤으로 끌어올렸다.
OCI가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을 말레이시아로 집중한 배경에는 저렴한 전력비용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를 들 수 있다. OCIM은 과거 도쿠야마 생산공장 시절부터 이미 인근 수력발전소로부터 저렴한 전기를 공급받아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받았다. 폴리실리콘 제조원가의 약 40%가 전력 비용인 만큼 OCI는 말레이시아로 폴리실리콘 생산거점을 옮기며 저가 시장을 구성하던 중국업체들과 가격 경쟁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2019년까지 적자 상태였던 OCIM도 설비 증설 및 미국 IRA 시행 등 대외환경 변화로 사업 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2020년 흑자전환(87억원) 이후 실적 면에서도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2022년(영업이익 5363억원)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역시 비중국산 프리미엄에 힘입어 3분기 누적 매출 7211억원·영업이익 3327억원의 실적을 기록해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현재 OCIM은 원재료인 메탈실리콘 전량을 브라질, 프랑스, 말레이시아 등 비중국 지역에서 구매하고 있다. 이는 고객사인 웨이퍼·셀·모듈 업체에 원재료부터 폴리실리콘 제품까지 비중국 밸류체인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말레이 전담 조직 신설, OCIM 안정화 주역 투입
OCI는 올해 5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OCI홀딩스(존속회사)와 OCI(신설 사업회사)로 분할했다. OCIM을 비롯한 태양광 사업은 지주회사인 OCI홀딩스 아래로 배치됐고 사업회사 OCI는 기존 화학(베이직·카본케미칼 등) 사업을 담당한다.
새로 설립된 OCI가 기존 사업 영역을 담당하긴 하지만 이곳 역시 미래 사업 확대를 위해 반도체용 폴리실리콘(베이직케미칼) 생산능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때 다시 한번 떠오른 지역이 말레이시아다.
이외에도 OCIM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품질 강화·CA 증설(11만톤), OCI금호의 ECH 증설(10만톤) 등 OCI홀딩스 산하 말레이시아 사업 확대도 함께 추진된다. 이러한 4개 프로젝트에 앞으로 5년 동안 총 1조원 이상의 자본적지출(CAPEX) 집행이 예정돼 있다.
태양광을 넘어 케미칼·친환경 소재 사업 전반의 생산 거점지로 말레이시아가 낙점된 만큼 OCI그룹은 과거 OCIM 사업 안정화를 담당했던 주요 임원을 투입해 미래를 준비 중이다. 올해 말 인사를 통해 말레이시아 지역본부(말레이시아 RHQ)를 신설했는데 해당 본부 대표에 김택중 OCI 부회장(사진)을, 최고프로젝트책임자(CPO)에 허관 부사장(전 CTO)을 각각 앉혔다.
김 부회장은 OCIM이 설립된 2017년 5월, 해당 법인의 사장(Director·이사) 자리에 앉아 주요 사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했고 이후 2018년 11월부터 약 1년 동안 법인장직을 수행하며 현지 생산능력 확대를 이끌었다. 허 부사장의 경우 OCI가 도쿠야마로부터 현지 공장 인수를 결정한 직후인 2016년 12월부터 OCIM 공장장직을 맡아 OCI와 말레이시아 공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허 부사장은 2018년 말 OCI CTO로 선임되기 전까지 약 2년 동안 OCIM 공장장을 역임했다.
특히 김 부회장이 기존 OCI 대표이사직을 겸직하며 말레이시아 RHQ를 총괄하는 것과 달리 허 부사장은 아예 지역본부로 자리를 옮겨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하게 됐다. 현재 말레이시아 현지 프로젝트들은 OCIM 생산거점이 있는 사라왁주 사말라주산업단지에 구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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