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신관치 시대]신관치 논란에 대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시선⑫"급변하는 금융시장, 당국 유연하면서도 면도칼 처럼 강경 대응해야"
서은내 기자공개 2023-12-01 08:55:05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8일 08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금융당국을 향한 '신관치'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맞춰 당국은 때로 면도날같은 강경한 대응을 해야하며, 금융사 대표들과의 상생금융 논의 자리는 산업-당국 간 이해를 넓히려는 것"이라고 짚었다.◇상생금융 TF 가동…금융지주 2조 모아 이자환급 방안 유력
관치 논란은 금융업을 따라 다니는 꼬리표다. 금융사 지배구조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정부당국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졌지만 보이지 않는 입김은 여전하다. 최근 감독당국의 행보에서는 고유 권한인 규제, 감독 기능에서 나아가 금융업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모습으로까지 읽힌다.
'상생금융'은 당국의 이런 기조를 보여주는 키워드다.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표현같지만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초기 상생의 대상은 유동성 위기의 건설사 같이 사정이 어려운 기업을 향하기도 했다. 금융의 본질적 기능과 이윤 추구의 목적을 잃지 않으면서도 참신한 아이디어 상품을 내라는 주문이었다.
최근에는 상생의 대상이 '서민' 또는 '국민'을 향하고 있다. 당국은 은행의 '이자장사'를 지적하면서 고금리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가계부채 취약층에 대한 업권의 자발적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발빠른 상생금융 대안 실현을 위해 당국 차원의 태스크포스도 가동됐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상생금융의 큰 틀로는 금융지주와 은행업권이 약 2조원 수준의 기금을 만들고 이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이자 환급 등으로 고금리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당국은 사안의 빠른 진척을 위해 연일 금융지주회장, 은행장, 제2금융권 CEO 등을 불러모으고 있다. 각 대표들에게 회동 전 회사마다 두 가지씩 대안을 준비해 오라는 식의 얘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상생금융의 주문은 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업권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 "만나지도 말고 얘기도 하지 말란 것이냐"
감독당국의 수장들은 상생금융으로 대변된 관치 논란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27일 열린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의 은행장 간담회 직후 백브리핑 현장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관치 논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당국이 연일 금융사 CEO들을 불러 상생금융을 주문하는데, 이를 신관치로 보는 시각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따른 답이었다.
김 위원장은 "은행, 금융산업이라는 게 사실 시장이 굉장히 급변하지 않냐"고 운을 띄웠다. 그는 "예를 들어 재판은 1년이든 2년이든 이미 죽어있는 과거 일을 (논하는) 것이고 좀 (결론이) 늦어도 상관없지만 금융시장, 금융산업은 계속 미래를 향해 변화하고 있으므로 그만큼 신속하게 대응해야 된다"고 말을 이었다.
또 김 위원장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되고 필요에 따라서는 정말 면도칼 같이 (금융당국이) 강경하게 대응해야 된다는 생각"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금융산업 측도 당국이 뭘 생각하는지를 이해하고, 당국도 금융회사들이 뭘 생각하는지 이해를 해야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꺼림칙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뭐 (당국이 금융사 대표들을) 만나서 얘기하는 걸 가지고 관치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런 의미에서 관치를 비난한다고 한다면 할 수 없다"며 "그럼 만나지도 말고 얘기도 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답변을 미뤄 짐작해보면 상생금융 간담회는 은행의 사회적 책무의 필요성이 커진 고금리 금융 환경 하에서 금융사들과 당국이 빠르고 정확하게 생각을 교류하기 위한 자리라는 정도로 해석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즉각적이면서 강경한 당국 대처의 중요성에 무게 실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주현 위원장은 "상생금융 방안이나 규모는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 때 얘기 나눈 수준 이상으로 언급되진 않았다"며 "은행들의 대출 규모와 상황 집계가 거의 마무리 됐을텐데 이를 바탕으로 은행연합회, 감독당국이 만든 TF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예정이며 이후 규모나 방향은 더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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