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화랑 국내진출, '국제갤러리'에 좋을까 나쁠까 미술시장 침체에도 개선된 수익성, 아쉬운 현금흐름
서은내 기자공개 2025-04-07 08:00:24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4일 10시2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제갤러리는 국내에서 사업 규모가 가장 큰 화랑이다. 최근 해외 화랑들의 국내 직진출이 늘며 해외 작가의 작품 취급 비중이 높은 국제갤러리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해외 작가들과 직접 계약에 기반해 미술품을 판매하는 국제갤러리가 다른 국내 화랑들에 비해선 오히려 매출 타격이 적을 것이란 상반된 시각도 있다.◇마진율 개선, 매출 외형 감소에도 흑자전환
3일 국제갤러리와 국제갤러리홀딩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양사 매출액 합산액은 680억원으로 전년(721억원) 대비 6% 가량 감소했다. 다만 양사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합산액은 18억원, 11억원으로 각각 전년(-20억원, -46억원)과 달리 이익이 개선되며 흑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갤러리는 사실상 사업은 '국제갤러리' 라는 상호로 하나의 갤러리로서 운영되고 있으나 재무나 회계상으로는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홀딩'의 두 개 법인으로 나뉘어져 운영되고 있다. 각각 소유 구조는 차이가 있다.
국제갤러리와 국제갤러리홀딩의 매출을 나눠서보면 국제갤러리의 매출은 전년 647억원에서 2024년 500억원으로 23% 줄었지만 국제갤러리홀딩의 매출이 74억원에서 180억원으로 두배 넘게 증가했다. 2022년을 기점으로 매출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으나 감소 폭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외형이 감소하긴 했지만 이익률은 좋아졌다. 국제갤러리의 경우 매출은 줄었어도 매출총이익은 오히려 늘었다. 판매상품인 미술품의 마진율이 크게 개선됐다는 의미다. 사실 미술품은 일반 공산품처럼 가격이 일정하게 정해져있는 것은 아니다. 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만큼 미술품 판매업자인 갤러리가 마진율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최근 미술시장이 침체하면서 미술품 수요 하락에 따른 가격 하락이 있었음에도 국제갤러리의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마진율은 전년에 비해 높게 가져갔다는 의미가 된다. 판매액은 줄었지만 그만큼 판매된 작품의 수익성이 좋았다는 뜻이다.
다만 이같은 재무 성과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미술품 판매 수익성을 높이고 판관비를 타이트하게 관린하면서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면에서 흑자전환을 했으나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력은 저조한 수준이다. 국제갤러리의 경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45억원을 기록했다.
또 하나 재무상 특징은 근래 몇년간의 추세와 마찬가지로 국제갤러리홀딩에 비해 국제갤러리의 외형이나 수익이 커지는 형태가 유지되는 부분이다. 2022년을 기점으로 국제갤러리의 매출이 국제갤러리홀딩의 매출을 앞질렀으며, 자산 규모 역시 홀딩은 감소하고 국제갤러리는 증가하는 변화추세가 2024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화랑 서울진출…국제갤러리 입지 변화
업계에서는 국내 미술계 최대 화랑업체인 국제갤러리 역시 지난해 시장 침체, 불확실성 증대 등의 외부환경 악화로 매출에 타격을 받았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공시된 감사보고서를 놓고 보면 외견상 큰 타격은 없었으나 영업 현금흐름 면에서는 마이너스인 점을 볼때 저조한 시장 분위기를 완전히 빗겨갈 수는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미술시장의 분위기 침체 외에 국내 화랑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굵직한 이슈 중 하나는 외국계 화랑들의 국내 직진출이다. 국내에서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가 개최되고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3~4년간 글로벌 유수의 화랑들이 너도나도 서울에 공간을 오픈하기 시작했다.
현재 서울에는 리만머핀, 페이스, 글래드스톤, 화이트스톤, 타데우스로팍, 화이트큐브 등이 진출해 갤러리를 운영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들 외국계 화랑들은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활약하는 주요 작가들과 전속계약을 맺고 그들의 작품을 취급하는 곳이다.
그동안 국내 미술업계에서 국제갤러리는 주요 전속 작가들 가운데 외국 아티스트들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왔다. 그 이름인 '국제'의 위상에 걸맞게 미술품의 국내 유통 보다는 국내외 수입 수출 등을 활발하게 진행했고 해외 미술시장에서 이름을 알리며 글로벌 작가들과 네트워크를 탄탄히 확보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유수의 화랑들이 국내에 직접 자리하면서 국내 미술시장의 관점으로 보기에 국제갤러리의 입지가 좁아지는 듯 했다. 그동안 국내 작가들을 위주로 발굴, 취급해온 갤러리들은 해외 화랑들과 포트폴리오가 겹치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 화랑의 국내 진출이 큰 영향이 없었으나 국제갤러리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늘어났다는 의미에서다.
반면 또다른 시각도 있다. 국제갤러리는 알렉산더 칼더, 루이스 부르주아, 도널드 저드, 아니쉬 카푸어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한국에 소개해왔다. 국제갤러리는 글로벌 작가들의 작품을 그들과 직접 계약 하에 판매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타격이 적을 것이란 관점이다. 해외 화랑들의 한국 진출로 직격탄을 입는 화랑은 해외 작가들의 작품을 2차로 유통하는 업체들일 것이란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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