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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넥스트 오너십]삼진제약, 대 잇는 '한 지붕 두 가족' 체제…2세 띄운 승부수 '신약'오너 2세 '조규석·최지현' 나란히 사장 승진, 지분 승계 '정공법'

차지현 기자공개 2023-12-27 10:00:31

[편집자주]

국내 제약사들은 창업세대를 넘어 2세, 3세로 전환되는 전환점에 진입했다. 공교롭게도 '제네릭'으로 몸집을 불린 업계가 공통적으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다. 새로운 오너십을 구심점으로 신약개발·투자·M&A·오픈이노베이션 등에 나서고 있다. 이들 후계자들이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제약사 더 나아가 국내 제약업계의 명운이 갈린다. 더벨은 제약사들의 오너십과 전략 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6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수적 문화를 가진 제약업계서 최근 삼진제약의 행보는 유독 눈에 띈다. 작년 영업이익(231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400억원을 들여 마곡 연구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국내외 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에도 적극적이다. 1977년생 젊은 연구소장을 영입하는 강수도 뒀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엔 오너 2세가 있다. 50년 이상 공동 경영을 이어온 동갑내기 창업주의 두 자녀는 '신약이 아니고선 성장할 수 없다'는 기조로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꾀하는 중이다. 이들은 최근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영향력을 한층 확대했다.

삼진제약은 이제 막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상황이다. 설립 이래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단독대표 체제에 돌입했다. 후계자 입장에선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삼진제약에 일고 있는 혁신은 오너 2세가 전문경영인을 뛰어넘기 위해 선택한 한방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안정적인 50년 동업…첫 전문경영인 단독대표 체제 가동

삼진제약은 동갑내기 조의환·최승주 회장(82)이 1968년 공동으로 설립했다. 건풍제약에서 만난 둘은 '내 가족이 아플 때 내가 만든 약으로 치료하고 싶다'는 뜻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이후 50년 이상 공동 경영을 펼쳐왔다.

두 회장의 쌍두마차 경영은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긴 세월 동안 사적인 갈등을 한 번도 겪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두터운 신뢰는 지분에서도 엿볼 수 있다. 11월 초 기준 지분율(특수관계인 포함)은 조 회장이 12.85%, 최 회장이 9.89%로 2.96%포인트 차이다. 지분율 격차는 25년 전인 1998년(조의환 9.67%·최승주 5.98%)과 비교해도 큰 변화가 없다.

안정적 경영은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전 국민에게 친숙한 '게보린정'을 출시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건 물론 특허가 만료된 신약을 복제한 제네릭을 앞세워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내는 알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표 제네릭 제품 항혈전제 '플래리스정'의 지난해 처방액은 701억원으로 오리지널 의약품 사노피 '플라빅스'를 제외한 원외처방액 1위를 달성했다.

소유와 경영 분리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2001년 전문경영인 이성우 사장이 대표로 취임한 뒤에도 창업주 두 명은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해 왔다. 두 회장에 전문경영인 장홍순·최용주 사장까지 무려 4인 대표 체제를 가동하기도 했다.

그러다 2021년 조 회장과 최 회장이 동시에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본격화했다. 이어 지난해엔 최용주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그는 1982년부터 삼진제약에서만 근무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에 대해 업계선 오너 2세 경영 승계를 위한 과도기라고 보는 의견을 제기한다. 기간으로 따지면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공존한 체제가 더 길었기 때문이다.

◇2세 경영 본격화하나, 창업주 자녀들 나란히 승진

최근 창업주 자녀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이러한 분석에 힘이 실린다. 조 회장과 최 회장은 슬하에 자녀를 두 명씩 뒀다. 조 회장의 두 아들 조규석 사장(장남)과 조규형 부사장(차남), 최 회장의 두 딸 최지현 사장(장녀)과 최지선 부사장(차녀)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모두 최근 연말인사에서 나란히 '사장'직급으로 승진했다. 두 가문의 맏이인 조 사장과 최 사장은 2015년 나란히 임원(이사)에 오른 뒤 2년마다 승진을 거듭했다. 차남과 차녀인 조 부사장과 최 부사장 역시 2019년 전무 오른 이후 데칼코마니 승진 코스를 밟고 있다.

오너 2세가 네 명에 달하는 만큼 업무 분담을 명확하게 구분한 게 특징이다. 조 사장은 경영관리와 생산총괄, 조 부사장은 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또 최 사장은 영업·마케팅과 연구개발(R&D)를 총괄하고 최 부사장은 총무와 기획·마케팅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다.


이번 인사에서 조 사장과 최 사장이 현재 대표이사인 최용주 사장과 같은 직급으로 올라선 데 따라 내년 공동 대표로 선임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이 둘은 올 초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이미 이사회에 입성한 상태라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승계의 또 다른 한 축인 지분 승계도 더디지만 조금씩 진행 중이다. 비상장회사나 공익법인을 통한 우회로를 택하기보단 증여, 장내 매수와 같은 정공법을 택했 분위기다. 11월 초 기준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의 지분율은 3.06%씩, 최 사장과 최 부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2.45%, 0.86%. 제각기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수준이다.

◇핵심 과제 경영 능력 입증, 젊은 연구센터장 영입 2세 입김 작용

하지만 삼진제약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체제가 유지 중인 만큼 오너 2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명분이 필요하다. 후계자들은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두 창업주 자녀들이 꺼낸 카드는 신약이다. 내수 제네릭 시장 포화, 약가인하 및 위수탁 제한 등 정부 규제 강화 등으로 삼진제약은 실적 정체기를 겪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2018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19년 18.6%, 2020년 13.7%, 2021년 13.6%로 매년 악화하는 추세다. 신약만이 위기를 돌파할 수단이라는 결단 하에 체질개선을 힘 쓰고 있다.

실제 오너 2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R&D 차원의 혁신이 가속화하고 있다. 부쩍 늘어난 오픈 이노베이션이나 신약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이수민 연구센터장 영입에도 오너 2세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 최대 규모 제약바이오 산업 전시회 CPhI 등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현재 삼진제약이 내세우는 신약 파이프라인은 20개가량이다. 대부분 후보물질 탐색 단계다. 이들 중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에 집중하고 가능성이 낮은 후보물질은 빠르게 포기하는 '신속 의사결정 모델'을 통해 유망 후보군을 지속해서 골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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