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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발 해운업 재편]'우여곡절' 역사 속 높아져 간 HMM 위상②유일한 원양 컨테이너선사…하림에서도 입지 굳건

강용규 기자공개 2023-12-29 09:13:51

[편집자주]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품은 데 이어 HMM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컨테이너선 1위사와 벌크선 1위사가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국내 해운업 70년 역사 이래 가장 큰 해운그룹이 탄생했다. 해운업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하림그룹과의 만남으로 사업간 합종연횡도 전망된다. 글로벌 해운 시장도 변화가 예고된다. 더벨이 국내 해운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새롭게 짜여질 미래를 여러 방면에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8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 시절 HMM은 오너의 직접 경영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했다.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너가 사재를 털었을 정도로 위상도 높았다. 위기 극복에 실패해 채권단 관리 기업이 됐지만 한진해운의 청산으로 위상은 오히려 더욱 높아졌다. 덕분에 내실을 다지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면서 짧은 호황기의 수혜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제 HMM은 하림그룹 산하에서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우여곡절의 시간이 끝난 것은 아니다. 해운업이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만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여전히 필요하다. 새 주인인 하림그룹은 어떤 시선으로 HMM을 바라보고 있을까. 향후 HMM과 국내 해운업을 가늠하는 '관전 포인트'다.

◇발상의 전환으로 출범, 오너 관리 속 컨테이너 2위 안착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발발로 글로벌 조선사들은 선주사들의 선박 인도 거부에 골머리를 앓았다. 현대중공업 역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3척의 인도를 거부당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발상을 전환했다. 차라리 재고선박을 기반으로 직접 선사를 운영하자는 것. 이렇게 HMM의 전신인 아세아상선이 1976년 출범했다.

아세아상선은 1981년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당시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오너가 직접 경영하는 주요 계열사로 발돋움했다. 1983년에는 현대의 이름을 부여받아 사명도 현대상선으로 변경했다. 이후 고려해운, 동해상선, 신한해운, 한소해운 등을 잇따라 흡수합병하는 사이 사업 범위도 최초 원유운반선에서 컨테이너선, 가스선, 건화물선, 자동차운반선 등으로 넓어져 갔다.

2000년 '왕자의 난' 이후 현대그룹에서 자동차, 중공업, 백화점 등 굵직한 사업이 분리 독립하면서 현대상선의 기업집단 내 위상도 확연히 강화됐다. 당시 현대그룹 전체 매출의 70% 안팎을 현대상선이 담당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룹 규모가 줄어든 만큼 현대상선도 이전과 같은 그룹 지원을 기대할 수는 없게 됐다. 오히려 선박 관리에 드는 비용을 효율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현대상선은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국내 1위 한진해운에 이은 2위 컨테이너선사로 자리잡았다.

1974년 6월 열린 현대중공업의 VLCC 1호선(앞줄)과 2호선의 명명식. 2호선인 '애틀랜틱 배러니스' 호는 선주사의 인도 거부로 선명을 '코리아 선' 호로 바꿔 아세아상선의 첫 3척 중 하나가 됐다. (사진=HD현대그룹)

◇경영난에 채권단 산하로, 오히려 높아진 위상

호황이 지속되던 글로벌 해운업계에 2008년 미국발 경기침체는 강력한 파도를 몰고 왔다. 물동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해운사들의 생존을 건 규모의 경제 '치킨게임'이 본격화했다. 현대상선은 2011~2015년 5년 동안 1조7753억원의 적자를 쌓았다. 경영난 끝에 2016년 7월에는 현대그룹 품을 떠나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기업이 됐다.

이보다 조금 앞선 2016년 1월 한진해운도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했다. 국내 컨테이너 해운업계에 구조조정이 임박했으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을 일부 흡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 파다했다.

그러나 채권단의 결정은 정반대였다. 2017년 2월 한진해운이 최종 파산했다. 이 결정은 역설적으로 현대상선의 산업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됐다. 한국 경제는 수출입 물동량의 99%를 해운에 의지한다. 유일한 원양 컨테이너선사 현대상선은 채권단이 청산을 결정할 수 없고, 사라져서도 안 되는 회사가 되어버렸다.

이후로도 2019년까지 현대상선은 적자를 누적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자금 투입을 아끼지 않았다. 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업계 경쟁 속에서 도태되도록 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상선은 2020년 초대형 컨테이너선단 구축뿐만 아니라 사명을 HMM으로 바꾸고 글로벌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가입하는 등 새로운 출발에 나설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결국 이 해 영업이익 9808억원을 내며 반등에 성공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짧은 호황과 하림으로의 매각, 위상 달라질까

2021~2022년은 해운업계에 전례 없는 호황기였다. HMM도 2021년 7조3775억원, 2022년 9조9516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거뒀다. 곳간에 들어찬 14조원 규모의 현금을 기반으로 HMM은 2026년까지 컨테이너 선복량을 기존 80만TEU에서 120만TEU로 확대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15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를 시작했다.

HMM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도 HMM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민영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결국 올 12월 팬오션(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 상반기 내에 인수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업은 짧은 호황을 뒤로 하고 다시 침체기에 들어서는 중이다. HMM도 올들어 영업이익이 1분기 3069억원, 2분기 1062억원, 3분기 758억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지속될 필요가 있는 가운데 새 주인 하림그룹의 HMM 경영전략에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하림그룹 측에서는 입장문을 통해 HMM의 배당을 늘려 투자금을 환수하기는커녕 오히려 배당을 줄이고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림그룹은 2022년 말 자산총계 17조910억원으로 2023년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공시대상 기업집단 27위에 이름을 올렸다. HMM을 인수한다면 자산총계 43조원 안팎의 13위 기업집단까지 올라갈 수 있다. 다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HMM이 꾸준히 경쟁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하림 체제에서도 HMM의 위상은 결코 낮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HMM이 보유한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단의 1호선 '알헤시라스' 호. (사진=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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