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 현대엘리 추천 이사선임 반대 "독립성 부족" "현정은 회장 이익보다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해야"
조영진 기자공개 2023-12-29 10:11:32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9일 10: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쉰들러홀딩스가 현대엘리베이터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측 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와 동시에 이사 후보자들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며 날을 세웠다. 앞서 KCGI자산운용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사 후보 선임안 상정 과정을 지적했다면, 쉰들러홀딩스는 신규 이사진이 주주이익과 회사가치를 제고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주목했다.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13일 후보 임유철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의 건, 후보 이기화의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을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한 바 있다. 임유철 후보는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의 백기사로 나선 사모펀드 'H&Q코리아'의 공동 대표이사다. 이기화 후보는 현재 다산회계법인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쉰들러홀딩스 "현대엘리 이사진, 회사이익 위해 주주요구 협조해야"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날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측이 제안한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스와 주주행동주의를 전개중인 KCGI자산운용 등은 반대표를 던졌다.
안건은 무리없이 통과됐지만 쉰들러홀딩스 측은 임유철 후보와 이기화 후보를 향해 여러 질문을 던지며 이사 독립성을 검증하고 나섰다. 이날 쉰들러홀딩스 관계자는 "이사 후보자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주주대표소송의 원고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지 밝혀달라"며 "이사로 선임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가 해당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본연의 역할을 다할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이는 지난 2020년 쉰들러홀딩스가 현정은 회장 등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주주대표소송과 관련된 내용이다.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하게 된다면 현대엘리베이터는 피고들로부터 손해를 배상받아 이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피고들이 아닌 원고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이다.
2차 주주대표소송은 과거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 및 이사회가 현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 등을 지원하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에 2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 2015년 발행한 전환사채의 매수청구권을 현 회장과 가족회사에 별도로 부여한 점, 지난 2017년엔 현대유엔아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동시에 알짜 파트인 물류자동화사업부를 현대유엔아이 자회사에 양도한 점 등을 문제로 삼았다.
이날 임시주주총회에서 쉰들러홀딩스 관계자는 "주주대표소송 청구원인사실에 관한 문서들을 원고에게 제출하라는 문서제출명령이 확정됐지만 현대엘리베이터는 문서 제출을 지연한 데 이어 추가적으로 제출할 자료가 없다고 답변했다"며 "이사 후보자는 문서제출명령을 받은 문서가 존재하는지 찾아보고, 모든 문서가 제출되도록 해 주주가 청구원인사실을 입증하는 것에 협조할 의지가 있는지 알려달라"고 발언했다.
◇"추가피해 없도록 대책 마련해야" 현 회장 향후 거취에도 거센 질의
쉰들러홀딩스는 주주대표소송의 증인으로 출석한 현대엘리베이터 임직원들이 현정은 회장 등 피고들의 소송대리인들과 증인신문 이전에 소통했다고 주장했다. 쉰들러홀딩스 관계자는 "해당 문제로 인해 현 회장과 다른 피고들에 대한 청구원인을 입증하려는 원고의 노력이 방해되고 있다"며 "이사 후보자는 현대엘리베이터 임직원과 주주대표소송 피고들이 소통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할 것인지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대법원이 1차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준 점을 인용, 현대엘리베이터 이사 후보자들에게 관련 사건들의 재발 방지도 당부했다. 오너이익을 추구하다가 현대엘리베이터에 손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다른 이사들을 감독할 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 말들이 오갔다.
현 회장의 향후 거취도 쉰들러홀딩스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날 쉰들러홀딩스 관계자는 "이사 후보자는 현 회장이 이사직에서 사임할 경우 현대그룹의 회장 또는 현대엘리베이터의 다른 직위를 계속 유지하도록 허용할 것이냐"며 "계속 유지한다면 어떤 직위로 활동할 것인지, 또 현대엘리베이터에 어떤 이익이 되는지도 밝혀달라"고 말했다.
끝으로 쉰들러홀딩스 측은 이사 후보자의 업무 독립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사 후보자가 현 회장 측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만약 현 회장 측으로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사업에 관한 특정 주장이 제기될 경우,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답변을 요구했다.
이날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이사 후보자들의 약력 및 적격성을 언급하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주주대표소송 협조, 현 회장과의 분리경영 등에 대해선 이번 임시주주총회 안건과 관련 있지 않은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는 전언이다.
한편 KCGI자산운용은 이번 이기화 후보 선임의 건에 대해 소액주주들이 분리선출 사외이사를 제안할 권리를 봉쇄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내년 3월 서창진 감사위원의 임기가 만료되면 주주제안을 통해 사측과 표대결에 나서려 했으나, 서 이사의 중도사임 및 이 후보의 중도 선임으로 기회를 빼앗겼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현대엘리베이터는 "기존 감사위원 중 한 명이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 중도사임함에 따라 추가 선임이 불가피해져 상정하게 된 것"이라며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은 여성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있는 마당에, 현정은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자진 사임하면서 여성 사외이사 추가 선임이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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