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인 설립으로 본 메디톡스 전략, 대웅과 다른 길 '현지 첫 액상형·비동물성 제제' MT10109L로 후발주자 대신 새 시장 진입 의지
최은수 기자공개 2024-01-09 09:44:0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5일 0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툴리눔톡신 개발사 메디톡스가 미국 현지법인 루반타스를 설립하면서 독자 해외 사업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루반타스는 미국 사업화를 위한 전초기지로 '비동물성 액상형 톡신 제제'의 바이오신약 허가신청(BLA)부터 상업화까지 도맡는다. 톡신 시장의 맞수 대웅제약과 전략적으로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 점이 눈길을 끈다.◇두 번째 완전자회사 설립, '옛 파트너사 엘러간' 출신 영입하며 토대
최근 설립된 루반타스는 메디톡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미국 현지 자회사다. 루반타스는 미국 현지 맞춤형 직판 체계를 구축하려는 목적으로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설립했다. '비동물성 액상형 톡신 제제인 'MT10109L'의 미국, 캐나다 등 현지 영업과 마케팅을 맡는다. 2025년 허가를 목표로 한다.
2021년 메디톡스 타일랜드를 사실상 완전 자회사(99.997%)로 설립한 지 약 2년 반만의 행보다. 루반타스는 히알루론산 필러 '뉴라미스', 더마코스메틱 '뉴라덤' 등으로 품목을 확대할 계획으로 현재로선 보툴리눔 톡신 상업화에 집중한다. 보톡스로 잘 알려진 엘러간 출신 토마스 올브라이트를 첫 수장(CEO)으로 영입한 배경이다.
메디톡스의 그간 글로벌 진출 행보를 살펴보면 파트너십 전략보단 자회사 설립을 통한 직판에 무게를 뒀다. 완전자회사는 아니지만 메디톡스HK와 메디톡스 타이완 역시 각각 70%와 60%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도 자회사를 앞세운 사업 확장 전략의 일환이다.
MT10109L은 균주 배양과 원액 제조 등 전체 제조 과정에서 동물유래성분 사용을 배제하고 사람혈청알부민(HSA)을 부형제로 사용하지 않았다. 동물유래 바이러스 감염의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원액 제조 공정에서 화학처리 공정의 횟수를 최소화해 유효 신경독소 단백질의 변성 가능성도 낮췄다.
메디톡스 측은 "MT10109L의 생산은 오송 2공장이 담당하며 추후 FDA에 품목 허가를 받을 경우 미국에 출시된 톡신 제제 중 최초의 액상형 제제 지위를 차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사업 전략부터 제품까지, 좌초된 '파트너십' 직판 승부수
메디톡스는 루반타스를 통해 치열한 경쟁과 분쟁의 길을 걷고 있는 대웅제약과의 사업 성격을 달리하는 데 방점을 둔 모습이다. 대웅제약은 결과적으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메디톡스보다 앞서 연착륙했다. 국내 기준으론 메디톡스의 제품 출시가 빠르지만 미국에선 후발주자에 위치하는 셈이다.
이미 시장에서 자리잡은 대웅제약과 전면적인 차별화를 통해 시장 저변을 넓히겠단 포석도 읽힌다. 대웅제약은 북미 현지 사업을 자회사 대신 에볼루스와 이온바이오파마 등 파트너사를 통해 진행중이다. 더불어 FDA BLA을 제출한 MT10109L의 경우 제형(액상형)부터 성분(비동물성)까지 모두 대웅제약의 주보와 큰 차이가 있다.
메디톡스와 엘러간과의 기존 파트너십이 수포로 돌아간 것도 결과적으로 자회사 중심 직판 체제 확립에 힘을 더했다.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처음 손잡은 시기는 2013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엘러간은 메디톡스로부터 MT10109L 라이선스를 마일스톤을 포함한 총 계약금 3억6200만달러(한화 약 4000억원)에 사들였지만 2021년 반환했다.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MT10109L 개발이 지연되기도 했다. 2013년 라이선스 아웃 당시 이미 임상 3상 단계에 있었지만 무려 5년이 지난 2018년에서야 임상 등록 작업이 진행됐다. 이 사이 엘러간은 MT10109L과 유사한 액상형 프리필드 실린지(Pre-filled Syringe) 제형의 자체 개발에 나섰다. 애초 엘러간의 MT10109L 개발 의지나 진정성이 낮았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된 배경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루반타스 설립은 글로벌 핵심 시장인 미국 사업 전략 설정을 끝내고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MT10109L의 미국 FDA 허가 획득을 위해 전사 역량을 집중하면서 성공적인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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