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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발' 컨테이너 운임지수 급등, HMM에 미칠 영향은 SCFI 모처럼 2000pt 근접…추세적 상승 불확실

임한솔 기자공개 2024-01-10 07:37:28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8일 14: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컨테이너 해운업의 수익성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가 최근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류대란이 일어났던 2021~2022년 이후 모처럼의 상승세다. HMM을 비롯한 컨테이너 선사들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다만 운임 상승세가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실적 개선 여부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SCFI는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컨테이너 노선의 단기 운임을 지수화한 것을 말한다. HMM처럼 컨테이너선 비중이 큰 해운사는 SCFI가 높을수록 실적이 좋아진다. 통상 SCFI 1000pt가 해운사의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진다.

2023년 1000pt 안팎을 오가던 SCFI는 해가 끝날 무렵 갑자기 반등하기 시작했다. 12월15일 1093.52pt에 불과했으나 12월22일 1254.99pt를 기록했고 한 주 뒤인 12월29일에는 1759.57pt로 뛰어올랐다. 상승세는 2024년 들어서도 지속됐다. 1월5일 기준 SCFI는 1896.65pt다.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사이 70% 넘는 상승이 이뤄진 것이다.

SCFI가 짧은 기간에 급등한 것은 수에즈 운하로 통하는 홍해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대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적대하는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요구하며 2023년 11월부터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전을 위협받게 된 머스크, 하팍로이드, HMM 등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은 12월 중순부터 홍해 통과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아시아에서 출발한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지나지 않고 유럽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경유해야 한다. 편도로 따지면 약 5000킬로미터(km) 거리를 7~8일 더 들여 돌아가게 된다. 운임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운업계에서는 SCFI 상승이 해운사들의 장기운송계약 운임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HMM의 장기운송계약 비중은 전체 선복(선박 적재 용량)의 50% 이상으로 파악된다. 해운사와 화주의 장기운송계약 운임 협상은 통상 3~5월 이뤄진다. 홍해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HMM으로서는 좋은 운임 조건으로 계약할 환경이 마련되는 셈이다.


다만 이번 운임 상승이 코로나19 당시와 성격이 다른 만큼 해운사의 수익성 개선 폭이 비교적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류 수요가 증가한 게 아니라 지정학적 요인이 유류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을 키움에 따라 이 비용이 운임으로 전가됐다는 얘기다.

후티 반군으로 인한 위험이 얼마나 오래갈지도 불확실하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SCFI 상승에 대해 "화물이 많이 몰려서 운임이 상승했다기보다는 선박들이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시간이 더 걸리고 기름을 많이 쓰게 된 것"이라며 "1~2월 사이 홍해에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해운사 실적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해상에서의 갈등은 갈수록 변수가 많아지는 모습이다. 미군이 이끄는 다국적군이 2023년 12월18일 홍해에서 후티 반군에 대응하는 작전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곧 해상 안전이 확보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후티 반군은 무인수상정을 동원해 선박을 공격하는 등 기세가 여전하다. 여기에 더해 후티 반군과 우호관계인 이란이 최근 홍해에 구축함을 진입시키기도 했다.

SCFI의 반등은 코로나19 특수를 지나면서 실적이 위축된 HMM의 재도약을 가늠케 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HMM이 2022년 연결기준 매출 18조5828억원, 영업이익 9조9516억원 등 '역대급' 실적을 거뒀을 당시 SCFI는 마찬가지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2021년 말 5000pt를 넘어 신기록을 낸 데 이어 2022년 상반기 내내 4000pt를 웃돌았다.

그러나 이후 물류 흐름이 정상화하면서 SCFI도 하락세로 전환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내려가 연말에는 1100pt대에 이르렀다. 2023년에도 12월 초까지 대체로 1000pt대에 머물렀다. 한때 800pt대로 하락하기도 했다. 그만큼 HMM의 실적도 축소됐다. 2023년 1~3분기 HMM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3381억원, 5424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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