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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발 해운업 재편]해운동맹 해체 시대, HMM의 미래는④2M 해체로 해운시장 판도 변화 불가피…HMM 15조 투자계획 하림에서도 유지 가능성

강용규 기자공개 2024-01-02 13:45:52

[편집자주]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품은 데 이어 HMM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컨테이너선 1위사와 벌크선 1위사가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국내 해운업 70년 역사 이래 가장 큰 해운그룹이 탄생했다. 해운업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하림그룹과의 만남으로 사업간 합종연횡도 전망된다. 글로벌 해운 시장도 변화가 예고된다. 더벨이 국내 해운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새롭게 짜여질 미래를 여러 방면에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9일 13: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림그룹에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HMM 앞에 글로벌 해운업계의 지각변동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의 해체에 따른 나비효과를 누구도 확신을 갖고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HMM을 포함한 개별 해운사들은 새로운 동맹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독자생존까지 염두에 둔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인 것으로도 파악된다. HMM 역시 경쟁력 강화가 갈수록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 중인 투자계획이 하림 체제에서도 연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강력해지는 해운동맹 규제 압력, 개별 해운사들 경쟁 심화 요인

2023년 초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의 해운동맹 2M이 2025년 1월부로 해체를 공식화했다. 당시만 해도 컨테이너 해운업에 집중하고자 하는 MSC와 항공·육상물류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종합물류기업으로의 변신을 꿈꾸는 머스크의 전략적 지향점 차이 때문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양사의 결별은 규제의 압력을 받아 추진된 모양새가 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앞서 10월 해운업에 적용되던 '경쟁법 포괄적용 제외 규정(CBER)'을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24년 4월부터 물동량 점유율이 30%를 넘는 해운동맹은 유럽에서 반독점법의 대상이 된다.

현 해운업계 3대 동맹 중 이 조치로 영향을 받는 것은 2M뿐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2M의 해체가 더욱 앞당겨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반면 오션얼라이언스(Ocean Alliance)나 HMM이 속한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는 EU 집행위원회에 자체적으로 평가서를 제출하면서 동맹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해운동맹을 향한 압력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도 '외항해운개혁법 개정안(ORSA 2022)'이 만장일치로 상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은 미국 항만을 이용하는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의 물동량과 운임을 분기별로 보고하도록 한다. 법적 규제를 통해 해운동맹들의 시장점유율 확대 및 운임 방어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다.

업계에서는 향후 해운사들의 협력 형태와 관련해 엇갈린 시선이 나온다. 반독점 규제의 한도 내에서 지금과 같은 다자간 동맹 체제가 구성원만 바뀌며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과 규제 압력으로 다자 동맹이 해체된 뒤 1대 1의 파트너 관계에 기반한 선복량 교환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요한 건 두 시선 모두 2M을 제외한 2개 해운동맹도 결국에는 재편되거나 해체되는 등의 변화를 예상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동맹을 결성하든 파트너 관계를 맺든 선택을 받으려면 그만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개별 해운사들이 독자생존을 전제로 한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데는 업계 내에서 이견이 거의 없다.


◇수익성·친환경성 강점 대비 규모는 약점…보완투자 지속 여부가 관건

업계에서 꼽는 HMM의 최대 경쟁력은 선대의 수익성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HMM은 총 38척의 컨테이너선을 사선(직접 소유한 선박)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이 중 2만TEU급 이상의 초대형선이 12척(32%)이다. 컨테이너선은 1척의 운송량이 많을수록 비용 절감효과도 큰데 HMM의 초대형선 비중은 상위권 해운사들 중에서도 가장 높다.

선대의 친환경성도 HMM의 강점으로 꼽힌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4년부터 일정량 이상의 탄소를 배출하는 선박의 운항을 제한하는 '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를 시행한다. HMM은 보유 사선 중 단 1척만이 이 규제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컨테이너선만 따지면 100% 규제를 충족한다.

반면 상위권 해운사들 중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를 보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해운시황 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HMM은 선복량 78만TEU의 8위 해운사다. 그러나 선복량 7위 대만 에버그린의 선복량은 무려 164만TEU에 이른다. HMM으로서는 7위 에버그린보다 71만TEU의 9위인 대만 양밍해운이 더 가깝다.

해운업은 규모의 경제가 크게 작용하는 산업이다. 선복량이 곧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해운사들 사이의 경쟁력 강화 전략이 선복량 확대를 기반으로 한 치킨게임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치킨게임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선복량 1위 MSC는 오더북(발주했으나 아직 인도받지 않은 선박의 선복량)만 HMM 현재 선복량의 2배 수준인 149만TEU다. 이외에도 3위인 프랑스 CMA-CGM, 4위 중국 COSCO, 7위 에버그린의 오더북 역시 HMM의 선복량을 웃돈다. HMM은 규모 면에서 상위 해운사들 중 열위에 있는 셈이다.

HMM은 선대 수익성과 친환경성의 강점을 유지하고 규모의 약점을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7월 발표한 15조원 투자계획은 초대형 친환경선 위주로 선박을 확보해 선복량을 120만TEU까지 늘리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하림그룹 체제에서도 이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하림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글로벌 해운사들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해운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이들에 비해 선대 규모 및 보유 현금이 월등히 적은 HMM은 경쟁력을 키우는 데 보유 현금을 최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림이 HMM의 현금 자산을 다른 사업에 돌려쓸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에 반박한 것이다.

HMM의 선대 수익성을 상징하는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알 헤시라스'호. (사진=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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