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한미약품 '통합그룹' 탄생]승계를 위한 한미의 결단, OCI 손잡고 '후계자 임주현'통합지주사 1대주주 등극, 한미사이언스 지분율 '의미없어'
최은수 기자공개 2024-01-12 20:35:26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2일 20: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 그 뒤 아내 송영숙 회장이 경영을 이어받으며 복잡한 '승계' 난제를 만났던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의 3남매 중 누가 부친의 사업을 이어받을지를 두고 오리무중이었던 상황에서 결국 퍼즐이 풀렸다.장녀 임주현 사장이 OCI그룹의 손을 잡으면서 후계자가 됐다. 선친 임 회장이 평생을 쌓아 온 과업인 글로벌 혁신 신약개발 과제 역시 풀어내게 됐다. 통합지주사가 아닌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율을 놓고 봐도 지리한 교통정리는 끝났다.
◇한미의 혁신신약개발 의지 막던 상속·승계 이슈, OCI그룹 손잡고 해결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의 결합으로 '한미OCI홀딩스'가 탄생했다. 소재·에너지 기업 OCI그룹과 신약개발 전문 제약사 한미약품그룹이 통합하는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쉽게 찾기 어려운 빅딜은 결국 '글로벌 혁신신약'이라는 종착지를 향한 승부수다.
이번 딜은 거대 지주사의 결합 외에 한미약품그룹이 직면했던 승계 과정의 굴곡을 넘어선 데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창업주 임 회장은 생전 한미약품그룹의 '글로벌 혁신신약개발'을 필생의 사명으로 삼고 전념해 왔다. 다만 승계와 관련한 '구도'를 정리하기 전인 2020년 8월 갑작스레 타계했다.
시장에서 한미약품그룹은 창업주란 구심점이 사라진 후 갈피를 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임 회장 사후 한미약품 R&D 주축들을 비롯해 창업공신으로 불리는 C레벨 인물들도 속속 한미와 결별했다. 한미약품그룹의 신약개발 맨파워가 급속도로 약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 인력 이탈은 단순히 창업주 이후 오너2세들이 경영권을 두고 벌이는 왕좌의 난으로 벌어진 문제 때문은 아니었다"며 "애초에 유족 앞에 부과된 막대한 상속세를 감내할 여력 자체가 부족해졌고 거버넌스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하며 그룹이 흔들렸던 결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지주사 지분 한 번도 팔지 않은 임주현 실장, 통합지주사 각자대표로
결과적으로 '신뢰'를 전제로 한 이번 OCI그룹과의 통합 작업은 한미약품그룹 내에서 꼬였던 승계 작업도 마무리짓는 트리거가 됐다. 여러모로 OCI그룹은 한미그룹이 직면한 거대 불확실성을 단번에 해결하는 '피의 동맹'을 선언한 셈이다.
이번 딜로 한미OCI홀딩스 초대 각자대표이사로 오르는 임 사장이 지분스왑 등 현물출자를 거쳐 통합지주사 지분 10.4%를 보유하게 된다. 통합지주사가 OCI와 함께 한미사이언스도 지배하는 구조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빅딜을 통해 확실하게 차기 오너로의 승계를 확정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임 사장은 선대 회장 사후 한 번도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 반면 당초 승계 1순위였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각해 개인회사 DX&VX의 성장에 베팅했다. 셋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또한 상속세 재원 마련 명목으로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해 왔다.
그간 한미약품그룹의 승계를 놓고서는 여러 해석과 뒷말이 나왔다. 앞서 임 회장이 지분 정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타계했고 유족들 입장에선 경영권과 승계를 둔 내홍보다 숨가쁘게 다가오는 상속세 재원 마련에 대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였다.
임 회장 사후 송 회장 또한 이같은 상속세 부담을 두고 내부적으로 적잖은 고민을 토로했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우군으로 라데팡스파트너스를 들이기도 했지만 PE와의 동맹은 어디까지 '불안한 동행'을 전제로 한다. 더불어 임 회장의 유지를 이은 송 회장 역시 1848년생인점을 고려하면 '넥스트'를 염두에 둔 후계 지명은 필연적이었다.
결과적으로 한미약품그룹 승계 후보자들의 한미사이언스 보유지분은 승계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게 됐다. 임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단 한주도 보유하지 않게 됐다. 임종윤 사장은 11%대, 임종훈 사장은 7%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보유하게 된 한미-OCI홀딩스가 최대주주 지위를 차지하는 만큼 임 사장을 제외하고는 무력하게 됐다.
이 회장은 이와 관련한 더벨과의 통화에서 "두 회사 대주주들은 물론 경영진들이 상당히 의기투합 한 면이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며 "워낙 이질적인 두 회사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해서 가능했던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한 번도 없었던 멋진 작품을 만들어 보겠다는데 두 대주주 간에 합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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