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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가상자산사업자 재편 포인트]높아진 규제 장벽, '해외 모회사' 둔 거래소 어쩌나②당국, 출자자 소재지·계열사·임원 내역 모두 조사…심사기간 1년 넘어

노윤주 기자공개 2024-01-18 08:05:45

[편집자주]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첫번째 법령인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이 3년째에 접어들었다. 사업자 신고제를 실시한 이 기간동안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법지대에 있던 위험성 높은 서비스들은 퇴출되고 있고 원화거래소 전환에 실패한 코인마켓거래소의 사업 중단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사업자 갱신 신고가 예정돼 있다. 가상자산 제도화 물결 속 업계가 어떤 형태로 재편될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5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행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관리하는 가상자산사업자 면허는 신고제다. 사업자가 법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맞춰 신고서를 제출하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면면을 따져보면 허가제에 더욱 가깝다. 금융당국이 예비 가상자산사업자의 사업내역, 조건충족 여부 등을 심사 후 수리·불수리를 결정한다. 조건을 맞췄더라도 사업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국회는 사업자가 필수 요건을 갖췄어도 정성평가에서 미달점을 받으면 당국이 불수리 통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발의했다. 반려 근거를 마련해 준 것인데 법안이 통과한다면 허가제 양상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사업자 진입 규제가 지금의 추세로 강화된다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곳은 해외 자본을 투자받은 거래소다. 고팍스(스트리미), 오케이비트(포리스닥스코리아리미티드) 등 해외 법인이 최대주주인 곳들은 금융당국의 변경신고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모회사의 임원이 타 국가에서 형사처벌이나 행정재제를 받은 사실이 있다면 최종 불수리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업자 신고 '불수리' 근거 마련, 정성 평가 반영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위해서는 △신고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대표자 및 임원 금융법률 위반 사실 △직권말소 경력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은행 확인서(원화거래소만 해당) 등 서류가 필요하다. 정상적으로 사업을 운영 중인 기업이라면 위 서류를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첫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가 시행된 2021년 9월 대다수 사업자가 무리 없이 신고 절차를 밟고 수리 통지서를 교부받았다. 은행 계약을 맺지 못한 거래소들은 원화거래 없는 '코인마켓거래소'로, 수탁사와 기타 유형사업자도 신고를 완료했다. 일부 기업은 가상자산사업자 관리 범위와 사업 영역이 동떨어져 있어 당국이 신고 자진철회를 권고했다.


첫 신고 기간 이후 금융당국은 사업자 진입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신고 불수리 사례도 나왔다.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는 페이코인 사업자 신고를 불수리했다. 페이코인은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다. PCI코인으로 온·오프라인에서 대금을 결제하는 게 핵심 모델이다.

당국은 사업구조에 원화-코인간 교환이 필요하다면 실명계좌를 갖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고객이 페이코인 앱에서 원화로 코인을 구매하지 않는다. 다만 가맹점 대금 결제 과정에서 원화를 지급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구조가 문제가 됐다. 페이코인은 끝내 실명계좌 확보에 실패해 불수리 통지를 받고 국내 영업을 종료했다.

거래소 중에서는 한빗코가 불수리를 받았다. 신고제에 대입해서 보면 한빗코는 요건을 갖췄다. 코인마켓거래소로 승인을 받으면서 요건을 대다수 충족했고 여기에 원화거래소 전환을 위해서 광주은행의 실명확인서를 추가했다. 그럼에도 불수리를 받은 이유는 역량 부족이었다. 정성평가가 작용했다. 자금세탁방지(AML) 등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아 정기 현장검사에서 20억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과받은 점이 문제 였다.

◇해외소재 계열사 사업내용까지 확인…45일이 1년으로

금융당국에게 불수리 통지 근거를 마련해주는 개정안은 국회에 발의돼 있다. △가상자산 관련 법령을 위반하거나 위반할 우려가 상당한 경우 △신청서나 첨부서류에 거짓이 있거나 필요 내용을 누락한 경우 △시장질서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신고가 거절된다. 업계서는 총선 이후 해당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시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외국계 자본이 들어간 가상자산거래소는 노심초사 중이다. 당국이 모회사, 계열사, 임원의 범죄 이력을 충분히 살핀 후 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기조기 때문이다. 개정안 불수리 요건 중 '가상자산 관련 법령을 위반할 우려가 상당한 경우'에 속한다.

해외 금융 수사 당국과 소통해야 하는 만큼 심사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서 모회사가 제재를 받았다면 불수리 통지를 받을 가능성도 높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사업자 최초 신고시 90일, 변경신고시 45일 내로 결과를 통지하게 돼 있다. 그러나 외국계 거래소 바이낸스가 최대주주인 고팍스의 변경신고는 1년 넘게 유예 중이다. 당국은 심사에 필요한 추가서류를 전달받는 데 소요된 시간은 45일에서 제외하고 있어 기간이 연장됐다는 입장이다.

바이낸스는 빠른 처리를 위해 국내 기업인 시티랩스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2대주주 자리로 내려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직 시티랩스는 기존 고팍스 소액주주들의 구주 인수와 1차 유상증자만 완료했다. 바이낸스 구주 인수는 금융당국과 상의 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오케이비트의 변경신고도 장기간 유예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오케이비트의 모회사는 해외거래소 크립토닷컴이다. 인수 직후인 2022년 8월 대표이사를 포함해 등기임원 전부를 크립토닷컴 측 인원으로 변경했다. 당국도 이를 수리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제출한 감사 변경에 따른 신고건은 1년 가까이 심사 중이다.

당국은 크립토닷컴의 해외 계열사 소재국에도 임원들이 형사처벌, 행정제재 등을 받은 적 없는지 조회 중이다. 싱가포르, 홍콩 당국에 확인을 요청했고 미국, 브라질, 몰타, 아일랜드, 터키 금융당국과도 협업해 확인 작업을 진행한다. 오케이비트는 SC제일은행과 협의해 원화거래를 지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당국이 외국자본이 유입되는 것에 우려가 많다"며 "규정이 계속 강화되면서 외국계 모회사를 가진 거래소들의 신고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들은 벤처 지정이 되지 않아 은행 등 국내 금융권에서는 자금을 차입할 수 없다"며 "이에 투자를 받는 방법 뿐인데 외국자본을 차단한 것과 마찬가지라 고민이 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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