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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한미약품 '통합그룹' 탄생]'상속세·현금' 두토끼 잡은 한미약품, 이제는 신약이다임주현 "한미 R&D 심장 어느 때보다 뜨겁다…비만/대사 등서 곧 가시적 성과"

차지현 기자공개 2024-01-17 10:06:56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6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제약업계의 역사를 새로 쓴 한미약품이 또 다른 역사를 쓴다. 국내 화학·태양광 소재에너지 대기업과 맞손을 잡으면서다. 빅파마와 조단위 기술수출로 신약 불모지였던 국내에 글로벌 신약 탄생 기대감을 불어넣었던 한미약품이 어떤 청사진을 그리게 될 지 관심이 몰린다.

◇국내업계 성공 신화 썼지만 기술반환·상속세 등 우여곡절

K-바이오의 시작을 알린 게 한미약품이다. 2015년에만 빅마파와 6건의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3월 스펙트럼, 4월 일라이릴리, 7월 베링거인겔하임, 11월 사노피와 얀센, 자이랩 등 연이어 기술수출 계약을 따냈다.

비공개인 스펙트럼 계약을 제외하면 당해 성사한 계약금 총액만 약 8조원. 계약 규모도 놀랍지만 제네릭(복제의약품)과 개량신약 위주로 성장해 온 국내 기업도 신약개발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진 않았다. 빅파마와 체결했던 기술수출 계약이 속속 깨졌다.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자이랩, 일라이릴리, 얀센과 맺은 계약이 중단됐다. 2년 새 체결한 7건 계약 가운데 5건의 권리가 중도에 반환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너일가의 상속세 이슈까지 터졌다. 2020년 창업주 고(故) 임성기 명예회장이 타계한 뒤 유족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지분을 상속받았다. 50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신약개발에 대한 역량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15년 국내 제약사 매출 1위를 달성했던 한미약품은 현재 4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외형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아직 전성기인 2015년 수준으로 매출을 회복하진 못했다. 2022년 연결 기준 한미약품은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1조3316억원과 1580억원을 기록했다.

◇명확해진 리더십 그리고 유동성 확보, 신약사업 발판 마련

이런 상황에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의 결합은 한미약품의 분위기를 바꿀 반전 카드와도 같다. 무엇보다 신약개발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했다는 점에 관심이 쏠린다.

먼저 눈여겨볼 점은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의 엑시트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구도 재편이다. 송 회장이 기존에 보유했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각하면서 손에 쥔 현금은 대략 2775억원이다. 이는 오랜 기간 골칫거리였던 상속세 이슈를 대부분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이다.

통합지주사 개인 단일 최대주주에 오른 임 사장으로선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면서 한층 속도감 있게 신약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딜은 임 명예회장 타계 이후 베일에 가려진 한미그룹의 승계 작업을 마무리하고 차기 리더십으로서 임 사장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신약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이번 계약에 따라 한미사이언스는 OCI홀딩스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로 2400억원을 쥔다. 세부적으로 채무 상환에 1000억원, 운영자금 1400억원을 사용하겠다고 공시했다. 1400억원은 당장 신약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금액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OCI그룹의 풍부한 현금 곳간이 한미약품 신약개발을 위한 뒷배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OCI홀딩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706억원에 달한다. 한미약품은 연간 1500원가량을 신약 R&D에 쏟고 있지만 재정 현황이 넉넉하지 않다. 작년 9월 말 기준 한미약품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882억원이었다.

◇신성장동력 비만치료제, 임 사장 힘 받아 R&D 가속화

통합지주사 한미OCI홀딩스(가칭) 출범 이후 과제는 성과 입증이다. 작년 조직개편을 실시하고 파이프라인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등 내부 재정비를 마친 이후 한미약품이 주력으로 내세우는 분야는 '비만'이다. 지난해 하반기 비만 프로젝트를 'H.O.P(Hanmi Obesity Pipeline)'로 명명, 그룹만의 차별화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세부적으로 5종의 비만 신약을 탄생시키겠다는 목표다.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 △GLP-1·글루카곤·GIP를 동시에 타깃하는 차세대 삼중작용제(LA-GLP/GIP/GCG) △경구용 비만치료제 △근손실 방지 및 섭식장애 개선 후보물질 △비만 치료 디지털치료제 등이 해당한다.

특히 R&D를 진두지휘하는 임 사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이 비만 프로젝트다. 임 사장 중심 리더십 개편과 함께 비만 사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는 게 한미약품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미약품은 작년 H.O.P 프로젝트 본격 가동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임주현 전략기획실장의 리더십을 기반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한미의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으로 구축하기 위한 전사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자체 개발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베돈'(제품명 롤론티스) 시장 안착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롤베돈은 한미약품이 지난 2012년 스펙트럼사에 기술수출한 뒤 2022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획득한 바이오신약이다. 미국 시장 진출 이후 지난해 상반기 3660만달러(약 48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임 사장은 한미OCI홀딩스 계약 발표 이후 공식 입장문을 통해 "현재 한미의 R&D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면서 "비만/대사, 표적/면역항암, 희귀질환 등 분야에서 개발이 빠르게 진척되고 있고 곧 가시적인 성과도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OCI그룹과의 시너지와 관련해선 "각자 대표 체제 하에서 서로가 잘 해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 나갈 것"이라며 "한번도 걸어보지 않은 길을 앞장서 걸으면서 혁신의 길을 찾아온 한미의 DNA는 이번 OCI와의 통합 과정에도 그대로 이식될 것"이라고 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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