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3동맹+1강 구도로…HMM 파트너십 향방은 HMM 소속 디얼라이언스 규모 축소 불가피...신규 멤버 발굴 가능성
임한솔 기자공개 2024-01-22 14:13:55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9일 14: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자정리. 만남에는 반드시 헤어짐이 있다는 말처럼 기업들의 합종연횡은 영원하지 않다. 글로벌 물류를 선도해 온 해운동맹들에 잇따라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 양대 축으로 구성된 2M이 2023년 초 결별을 선언한 데 이어 이번에는 HMM이 속한 디얼라이언스에 이탈자가 나타났다. 디얼라이언스 멤버인 독일 하팍로이드가 머스크와 손잡고 신규 해운동맹 '제미니 협력(Gemini Cooperation, 제미니)'을 결성하기로 한 것이다.하팍로이드는 2M이 해체되는 2025년 1월 디얼라이언스를 탈퇴하고 같은 해 2월 머스크와 함께 제미니를 출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디얼라이언스에는 다른 변화가 없다면 HMM,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대만 양밍 등 3개 선사만이 남게 된다. 하팍로이드가 빠지는 만큼 디얼라이언스의 해운시장 점유율 축소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시장 조사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기존 3대 해운동맹들의 점유율은 선복량(TEU, 20피트 길이 컨테이너)을 기준으로 2M(34.4%), 오션얼라이언스(29.3%), 디얼라이언스(18.5%) 순이다. 디얼라이언스 멤버 중에서는 하팍로이드(6.9%)의 규모가 가장 크다. 이런 하팍로이드와 머스크(14.6%)가 힘을 합침으로써 3대 해운동맹 구도는 오션얼라이언스, 제미니(21.5%), MSC(단독 선사, 19.8%), 디얼라이언스(11.6%) 등 3동맹+1강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선대 확장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향후 디얼라이언스의 선복량 점유율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1월19일 기준 하팍로이드를 제외한 디얼라이언스 멤버들의 오더북(발주했으나 아직 인도받지 않은 선박의 선복량)은 총합 89만2747TEU로 파악된다. 오션얼라이언스 멤버 중 하나인 프랑스 CMA CGM의 오더북 117만246TEU보다 적다.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 MSC의 오더북(143만2124TEU)과는 더 큰 차이를 보인다.
해운동맹은 멤버끼리 선복을 공유하고 노선을 공동 운항하는 등의 협력으로 리스크 최소화, 수익 극대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체급을 갖춘 파트너와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 디얼라이언스가 하팍로이드의 빈자리를 채울 신규 멤버 유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MSC의 동향이다. MSC가 만약 머스크처럼 신규 해운동맹 창설 또는 가입을 추진할 경우, 향후 해운동맹 1위로 올라설 오션얼라이언스보다는 디얼라이언스와의 협력을 고려할 공산이 크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덩치가 큰 해운동맹에 대한 독점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MSC와 디얼라이언스의 파트너십이 성사하면 디얼라이언스는 선복량에 대한 고민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현재로서는 MSC가 다시 해운동맹에 속할 가능성 자체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MSC와 머스크가 결별할 당시부터 시장에서는 두 업체가 새로운 해운동맹에 들어가는 대신 각각 독자 서비스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굳이 해운동맹 멤버들과 파이를 나누지 않아도 될 만큼 기반을 갖췄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예상을 깨고 하팍로이드와 팀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으나 이는 MSC와 다른 사업전략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종합물류기업을 표방한 머스크는 육상·항공·철도 등에 투자해 고객에게 엔드투엔드(End-to-End)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 왔다. 선대에 대해서는 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았다.
반면 당초 컨테이너선 2위였던 MSC는 공격적으로 선대 확장에 투자해 2022년 머스크를 넘어 1위에 올랐다. 머스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해운 역량을 하팍로이드에서 보충할 수 있지만 MSC는 해운동맹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MSC를 제외하면 현재 선복량 점유율 상위 10위권 기업 가운데 해운동맹에 속하지 않은 곳은 이스라엘 짐(ZIM, 2.2%)뿐이다. 짐은 애초 해운동맹 가입 없이 독자 노선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지중해와 북유럽을 비롯한 주요 항로에서 MSC와 제휴하는 등 글로벌 협업에 눈독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디얼라이언스 신규 멤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팍로이드 이탈을 계기로 디얼라이언스의 존속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머지않아 동맹이 해체 수순에 들어가고 멤버들이 개별적으로 타 선사들과 협력하는 등 각자도생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팍로이드가 없다 해도 여전히 세계적인 규모인 디얼라이언스가 굳이 동맹을 깰 유인이 없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HMM은 이번 하팍로이드의 이탈에 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디얼라이언스 차원의 일인 만큼 다른 멤버들과 협의를 통해 향후 전략을 논의할 방침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