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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티넘인베 메가펀드는 '공공의 적'일까 [thebell desk]

박상희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4-01-24 08:43:07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2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가(mega)는 ‘거대하다’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벤처펀드에도 메가가 붙는 경우가 있다. 통상 5억달러(약 6600억원) 이상일 경우 메가펀드(mega-funds)라고 부른다. 벤처캐피탈이 탄생한 미국에서는 팬데믹 시기인 2020년부터 메가펀드가 크게 증가했다.

한국에서는 펀드 규모가 5000억원 이상일 경우 메가펀드로 일컫는 추세다. 국내 벤처업계에서 메가펀드 최대 규모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이하 에이티넘인베)가 지난해 하반기 결성한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3’이다. 9월 결성총회 당시 7942억원이었지만 멀티클로징을 통해 8600억원까지 키웠다. 펀드 결성 이후 추가로 모집한 자금만 658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에이티넘인베의 메가펀드 결성을 두고 VC업계 ‘공공의 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모태펀드 예산이 삭감되고 주요 출자자(LP)들이 위축돼 펀딩 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에이티넘의 메가펀드가 투자자를 싹쓸이한다는 불만이다. 가뜩이나 펀딩이 쉽지 않은 중소형 하우스에겐 LP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는 말도 나왔다. 최악의 경우 펀딩에 실패해 GP 자격을 반납한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2022년 하반기 금리인상 기조 속에 시작된 펀딩 혹한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조합 펀드레이징 금액은 2022년 6조9772억원에서 5조840억원으로 2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1000억원 이상 펀딩에 성공한 하우스 개수도 같은 기간 24곳에서 15곳으로 10곳 가까이 감소했다. 와중에 에이티넘의 메가펀드 금액이 지난해 펀드레이징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했으니 딱히 기댈곳 없는 중소형 하우스의 곡소리도 이해는 간다.

반면 메가펀드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에이티넘인베가 LP 저변을 확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펀딩 규모를 키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기존에 유치한 LP로부터 받는 출자금을 증액하는 것과 신규 LP를 유치해 LP 전체 개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에이티넘인베의 경우 두 가지 방법을 모두 동원했다.

기존 LP로부터 출자금을 늘리는 경우 다른 하우스에게는 악재다. 벤처펀드에 쓸 연간 예산이 정해져 있다고 가정하면 특정 펀드나 하우스에 출자 규모가 늘어나면 다른 곳에 베팅할 투자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신규 LP 확보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볼 때 벤처업계 전반에 걸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게 옹호론의 요지다. 벤처캐피탈 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안정성에 주안점을 두다보니 아직까지 벤처펀드에 투자한 경험이 없는 증권이나 캐피탈 등 금융기업이 많다는 전언이다. 벤처업계가 개척해야 할 LP 풀(pool)이 있는데 에이티넘 메가펀드가 그 영역에 첫 깃발을 꽂는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수치로 드러난다. 메가펀드 LP는 총 50여곳에 달하고 본계정 출자와 운용인력을 제외하면 총 30여명의 기관이 출자를 진행했다. 직전 펀드인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0'과 비교하면 신규 출자자로 14곳 이상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는 벤처펀드에 한번도 투자한 적이 없거나 계열사 VC 이외에는 잘 출자하지 않는 LP가 대다수다. 해외 LP를 확보한 것도 눈에 띄는 성과다.

메가펀드가 우수한 성과를 내면 이들은 에이티넘인베뿐만 아니라 다른 벤처캐피탈의 출자 요청에도 기꺼이 호의적으로 응답한다. 관건은 벤처조합에 출자한 LP에게 기분 좋은 추억(성과)을 만들어 줄 수 있느냐다. 에이티넘의 메가펀드가 펀딩 시장을 교란했다는 일각의 비난에 대해 훗날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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