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전쟁]'K 위스키' 생산만 중단한 신세계엘앤비, 본업은 유지④와인앤모어 위스키 매출 2% 늘어, 수익성 개선 드라이브
홍다원 기자공개 2024-01-29 09:31:22
[편집자주]
반짝 유행일 줄 알았던 위스키가 '스테디'가 됐다. 매년 최고 수입액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3만톤을 넘어섰다. 소비층이 두터워지고 위스키 라인이 다양해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골든블루, 페르노리카코리아, 디아지오코리아 등은 충성 고객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위스키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의 전략과 재무 구조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3일 15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적자 전환한 신세계L&B(엘앤비)는 국내 생산 위스키(K 위스키)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올 한해 위스키 생산 사업에 투자하기보다는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물론 위스키 사업 전반에서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 K 위스키 생산이라는 신사업에서는 힘을 빼지만 기존 유통과 판매는 유지하기로 했다. 실제 주류직영점 와인앤모어에서는 와인 매출은 줄어들었지만 위스키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과감한 결단을 내린 신세계엘앤비의 위스키 사업이 수익성 개선에 힘을 더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10억원 분기 순손실 기록, 고비용 'K 위스키' 접는다
신세계엘앤비는 2008년 말 설립된 이마트의 자회사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와인 가격 거품을 제거하겠다며 직접 설립을 지시했다. 이후 이마트, 이마트24 등 계열사에 와인을 공급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2016년부터 주류직영점 와인앤모어 한남점을 1호점으로 오픈하면서 자체적으로 판로를 구축했다. 와인 인기와 주류를 직접 쇼핑하는 트렌드에 맞춰 와인앤모어 점포 수는 현재 46개까지 늘어났다.

신세계엘앤비는 종합주류유통사로 거듭나기 위해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2024년 신세계그룹 정기인사에서 송현석 대표를 새로 선임했다.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 구원 투수로 등판한 송 대표는 신사업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신세계엘앤비는 지난해 3분기 말까지 10억원의 분기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506억원에서 1357억원으로 13.21% 줄어들었다. 적자인 상황에 K 위스키에 투자하기가 부담스러웠던 모양새다. K 위스키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숙성을 거쳐 생산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한계가 뚜렷하다.
먼저 약 2년 간 추진했던 국산 위스키 생산이라는 신사업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사내 위스키 신사업 전담 조직을 해체하고 위스키 사업 철회에 나섰다. 신세계엘앤비가 추진한 위스키 제조 사업은 송 대표의 전임자였던 우창균 전 대표가 힘을 실었던 신사업이다. 2022년 관련 TF조직을 꾸리고 한국식품연구원과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해 위스키 제조업 진출을 추진했다.
당시 '제주 위스키', '탐라 위스키', 'K 위스키', 'K 싱글몰트위스키' 등 상표를 등록해 제주 위스키 생산을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갔지만 추후 이렇다 할 투자가 이어지지 않았다. 영국 스코틀랜드 증류기 기업인 포시스(Forsyths)와 계약 체결도 검토했지만 취소했다.
따라서 신사업보다는 기존 주류 유통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을 강화했다. 송 대표는 신세계엘앤비의 악화된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을 과제로 부여받았다. 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위스키에 투자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을 끌어올리겠다고 선택했다.
◇정 회장 "신사업 진출 수익성 위주로 판단해라"
주류 트렌드가 와인에서 위스키로 변하고 있는 만큼 신세계앨앤비는 위스키 유통과 협업에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앨앤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위스키 제품도 34개에 달한다. 실제 지난해 와인앤모어에서 판매된 와인 매출은 줄어들었지만 위스키는 전년 대비 2.2% 늘어났다.

위스키 인기에 힘입어 2021년부터 꾸준히 늘어난 위스키 매출이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다. 지난 한 해 전국 와인앤모어 46개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위스키는 그란츠 트리플우드 1L, 발베니 12년 더블우드, 짐빔 화이트, 산토리 가쿠빈 등이다.
신세계앨엔비는 지난해 5월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와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십(JBP, Joint Business Plan)을 체결해 와인앤모어에서 위스키 판매 행사를 열었다. 당시 그란츠 트리플우드 1L는 정상가 대비 11% 할인했다. '완판 제조기'로 불리는 발베니 12년 더블우드도 3000병 대량으로 준비했다. 발베니는 윌리엄그랜트앤선즈가 매년 한정 생산하는 정통 수제 싱글몰트 위스키다.
고객들의 위스키 수요를 확인한 신세계엘앤비는 앞으로도 위스키 유통 등 본업 경쟁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특히 수익성에 따라 위스키 생산이라는 신사업 중단을 결정한 건 신세계그룹의 경영 기조가 반영됐다. 정 부회장은 2024년 신년사에서 "경영 의사 결정에는 수익성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미래 신사업 진출 역시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판단해달라"고 주문했다.
신세계엘앤비 관계자는 "그간 해 오던 위스키 사업 전체를 중단한 것이 아니라 그룹 전체 기조와 함께 비용과 시간이 드는 K 위스키 생산만 중단한 것"이라면서 "와인앤모어에서 위스키 유통과 판매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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