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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헬스케어 사업 분석]본질은 '기술', 현실 빈틈 파고드는 '프로젝트 델타'④의료데이터 표준화·플랫폼 제공, 의료현장 테크브릿지…내년 매출 발생

차지현 기자공개 2024-02-01 10:03:50

[편집자주]

네이버와 카카오, 롯데, 대기업이 출사표를 던지며 본격적으로 개화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작년 출시한 롯데헬스케어의 '캐즐(CAZZLE)' 이후 카카오헬스가 2월 '파스타(PASTA)'를 론칭하며 경쟁에 가세한다.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연계한 만성질환자를 타깃하는 전략이 새롭다. 카카오헬스케어의 사업모델과 전략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1일 13: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첫 서비스 '파스타(PASTA)'의 타깃은 당뇨병 환자다. 하지만 카카오헬스케어의 궁극적인 목표가 당뇨병 관리는 아니다. 비전은 훨씬 크고 원대하다.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해 나 자신이 건강관리의 능동적인 주체가 되는 시대를 열겠단 포부다.

이를 가능케 하는 건 결국 데이터다. 파편화된 의료 정보를 한데 모으고 데이터의 가능성을 발굴하는 프로젝트 델타가 필요한 이유다. 카카오헬스케어의 탄탄한 정보통신(IT) 기술력 그리고 이미 의료데이터 사업 경험을 보유한 황희 대표가 강력한 무기다.

◇의료 혁신 또 다른 퍼즐 '프로젝트 델타', 데이터 레이크 구축

카카오헬스케어는 파스타 앱 하나에 모든 걸 걸지 않는다. 파스타는 이용자와 접점을 만들면서 브랜딩을 강화하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의료 혁신을 꿈꾸는 큰 그림의 완성은 프로젝트 델타에 있다.

프로젝트 델타의 핵심은 여러 의료 기관에 분산된 양질의 의료데이터를 표준화해 데이터 레이크를 구축하는 데 있다.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등을 더해 이용자가 편리하게 활용 가능한 솔루션을 내놓겠단 아이디어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데이터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서비스 질이 높아진다. 의료데이터 플랫폼 구축은 환자별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정밀의료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선행 조건이기도 하다. 카카오헬스케어가 자체 기술로 각 병원이 보유한 데이터의 가치를 높이는 테크브릿지(Tech Bridge)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배경이다.


사실 흩어진 의료 데이터를 한데 모아 효용을 끌어 올리려는 시도는 꽤 오래 전부터 있었다. 정부가 정밀의료 사업을 추진한 건 이미 10년 전부터다. 2021년엔 '건강정보 고속도로'라는 이름까지 붙이면서 의료데이터 중개 플랫폼을 가동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아직 병원 간 환자의 과거 진료 기록을 전송하는 체계도 갖추지 못했다.

정부도 풀지 못한 난제를 카카오헬스케어는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기술로 기존 헬스케어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건 카카오의 탄탄한 기술 그리고 일찍이 병원 전자의료데이터(EMR) 사업화를 경험한 황 대표 노하우가 뒷배가 됐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의료데이터 플랫폼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서울대병원이 출자한 헬스케어 전문 업체 이지케어텍 부사장을 역임하면서 북미, 중동 등 해외 의료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2019년 미국의료정보학회(HIMSS)로부터 디지털헬스케어 혁신리더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안전성 내세워 국내 의료기관 포섭, 빅파마로 수익모델 완성

프로젝트 델타의 첫 단계는 데이터 표준화다. 병원별로 다른 EMR의 용어와 코드를 통일하려면 한 병원당 최소 10명 인원이 1년 가까이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병원 입장에선 돈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여력도 부족하다. 카카오헬스케어는 표준화 작업을 무료로 해준다.

이 과정에서 최우선 가치로 둔 건 데이터 보호다. 카카오헬스케어는 그동안 의료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이 난항을 겪은 가장 큰 원인을 데이터 독립성 부재에서 찾았다. 정부나 기관이 제각각인 각 병원의 EMR을 표준화한다고 해도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보안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의료 기관의 협조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게 연합학습이다. 각 병원의 의료데이터를 외부로 반출할 필요 없이 역으로 인공지능(AI) 학습 프로그램을 병원에 심어 분석 결괏값만 뽑아내는 방식이다. 데이터 표준화 작업 이후 병원의 데이터가 단 한 줄도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한다.

자연스레 수익화에 대한 궁금증이 뒤따른다. 표준화 작업도 무료로 제공하고 데이터를 사용할 수도 없다면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가.

카카오헬스케어는 국내 의료기관 데이터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빅파마)의 니즈가 높다는 점을 공략했다. 황 대표가 직접 신약을 개발 중인 빅파마를 대상으로 국내 대형 병원의 데이터들을 표준화한 최종 데이터를 구매할 의향을 확인했다. 최종적으로 빅파마가 임상연구 자료를 병원과 표준화 작업 및 중개 역할을 한 카카오헬스케어에 각각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다.


작년 말 기준 협업을 약속한 곳은 의료원 6곳과 대학병원 13곳. 삼성서울병원, 연세의료원, 고대의료원, 이화의료원 등도 파트너사로 합류했다. 다만 아직 카카오와 협업하던 아산병원 그리고 황 대표의 친정인 서울대병원과는 협약을 맺지 못했다. 국내 최고의 대형병원 두곳까지 파트너로 확보하는 시점이 사업의 물꼬를 틀 관건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이외 빅파마 두세곳과 파일럿 프로젝트 계약을 맺고 대규모 병원 데이터를 처리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내년 최소 4~5개 프로젝트를 가동해 유의미한 매출을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황 대표는 "제약사 입장에선 훨씬 효율적으로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고 병원 입장에선 무료로 표준화 작업을 마무리하고 데이터 보안 이슈 없이 매출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히면 매출이 지속해서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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