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의 진화]'1조클럽' 포스코인터 신의 한수, '에너지' 합병①상사업 최초 영업익 1조 돌파...CAPEX 조단위 확대 발판
정명섭 기자공개 2024-02-06 09:13:44
[편집자주]
종합상사의 기세가 남다르다. 분야를 막론하고 우호적이지 않은 대내외 환경에서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무역회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0년대부터 추진해 온 사업다각화 노력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에너지와 자원개발, 식량, 바이오 등 기업마다 추구하는 사업재편 지향점은 각양각색. 더벨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종합상사들의 성장 전략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1일 1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에게 2023년은 의미가 남다르다. 포스코에너지를 품고 통합법인으로 새출발한 원년인 데다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 돌파라는 위업을 달성한 해이기 때문이다.합병 후 에너지 사업이 본업을 뛰어넘는 든든한 캐시카우로 자리잡으면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해마다 조단위 투자를 감내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친환경차 소재와 식량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할 신사업이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다. 투자 성과가 가시화하는 2025년이면 2023년 수준의 실적 성장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회사 간판으로 떠오른 에너지 사업, 공격적 투자 발판으로
2010년 대우에서 포스코그룹에 편입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3년만 해도 주요 수익원은 철강 트레이딩과 미얀마 해외 자원개발 정도였다. 10년이 지난 사이 에너지(LNG·재생에너지), 식량·바이오, 소재(철강·모빌리티) 등으로 사업이 다각화됐다. 주요 신사업은 전기차 소재·부품, 신재생 에너지, 바이오매스 등이다.
이 중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단연 2023년 포스코에너지와 합병이다. 합병 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 탐사·생산과 트레이딩 등 업스트림 분야의 업무 역량과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매출 대부분은 미얀마 가스전으로부터 나왔다. 포스코에너지는 LNG 저장과 발전 등 미드-다운스트림 부문에 강점이 있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에너지를 품은 이후 각 사업을 수직으로 잇는 작업을 가장 먼저 추진했다. 일례로 LNG 발전 사업의 경우 계절적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LNG 직도입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수익성 저하를 상쇄하는 식이다.
이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본업보다 에너지 사업에서 더 많은 이익을 거두는 회사가 됐다. 2023년 통합법인 출범 이후 에너지 부문은 매분기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글로벌 사업부문(트레이딩 등)의 이익을 뛰어넘었다. 전체 이익에서 에너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대에서 50% 이상으로 늘었다. 트레이딩 사업은 철강 업황에 따라 이익의 변동 폭이 컸지만 에너지 사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져다줬다.
이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작년에 상사업계 최초로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매출은 1년 전보다 12.8%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28.9% 늘었다. 에너지부문에서 약 258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이 더해진 영향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사업부문의 영업이익 증가분은 약 20억원이었다.
합병은 미래를 준비하는 기초체력이 됐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사업 확장에 투입할 자본적지출(CAPEX)은 5조3000억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매년 1조700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통합 이전 2020~2022년 3년치 CAPEX와 유사한 규모다. 매년 조단위 투자에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차입 없이 보유 현금과 현금창출력만으로 투자소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올해도 에너지·소재·식량 집중 투자...과실은 2025년에
합병 시너지를 입증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간다. 캐시카우인 에너지 부문에선 증산과 탐사 작업을 지속해 추가 수익원을 발굴할 계획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호주 천연가스 자회사 세넥스에너지는 현지에 가스처리시설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증설이 완료되는 2025년 말이면 세넥스의 생산능력은 기존보다 3배 이상 증가한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도 신규 가스전 탐사가 계속된다. 2013년 미얀마 가스전 성공 신화를 다시 쓰는 게 목표다. 이 중 이미 탐사권을 확보한 인도네시아 벙아 광구의 경우 13억 배럴 규모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화로 환산하면 수십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미얀마와 호주 가스전을 넘어선다. 다만 아직 사업 초기라 수익을 장담하긴 이른 상황이다.
에너지 외에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소재와 식량 부문에서도 투자가 산적하다. 작년부터 성장모멘텀을 얻은 구동모터코아의 경우 올해 상반기 내 멕시코 2공장 착공이 예정돼있다. 회사는 현재 유럽 지역에도 생산기지를 물색하고 있다. 유력한 후보지는 폴란드다. 투자 심의를 마치면 올해 상반기 내에 착공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식량 부문도 마찬가지로 글로벌 생산거점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호주와 미국 현지에서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가장 먼저 미국 식량전문 기업 바틀렛앤컴퍼니와의 대두가공 JV 설립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에서 팜유 정제공장도 짓고 있다. 작년 3월 현지에 설립한 법인 ARC를 통해서다. 이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지분 60%, GS칼텍스가 지분 40%를 보유한 합작사다.
투자 과실은 내년이면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2025년은 호주 세넥스의 증산 외에도 구동모터코아 해외 공장들이 전부 가동하는 해다. 팜유 정제공장의 예상 가동 시기도 2025년 2분기다. 이에 투자업계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내년에 2023년 실적 성장을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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