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 아트]한솔 뮤지엄 산, 여성 총수의 47억 사재로 빚어낸 공간해발 270m 산 정상 자연·예술·공간의 힘, '제임스터렐관' 등 4개 전시관 구성
서은내 기자공개 2024-02-08 09:47:09
[편집자주]
기업과 예술은 자주 공생관계에 있다. 예술은 성장을 위해 자본이 필요하고 기업은 예술품에 투자함으로써 마케팅 효과를 얻는다. 오너일가의 개인적 선호가 드러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점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성격도 갖고 있다. 기업이 운영하는 예술 관련 법인의 운영현황과 지배구조, 소장품, 전시 성향 등을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6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뮤지엄 산(SAN)은 말 그대로 강원도 원주 해발 270m 산 정상에 위치한 미술관이다.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전원형 미술관이란 수식어가 달린다. 미술관의 영문 이름 'SAN'은 이곳이 추구하는 세 키워드를 모은 글자다. 공간(Space), 예술(Art), 자연(Nature)의 첫 글자를 따 '자연과 예술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란 뜻을 담고 있다.그런만큼 뮤지엄 산이 다른 미술관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도 그 공간 자체에 있다. 단순히 미술품을 전시하는 장소에서 나아가 예술성을 보유한 공간 자체에서 관람객들이 새로운 경험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총 4개의 공간으로 구성되며 본관에 페이퍼 갤러리, 청조 갤러리, 백남준 관이, 야외 정원 끝에 제임스터렐 관이 있다.
페이퍼갤러리는 종이 전문 박물관이다. 청조갤러리는 20세기 한국 회화 작품과 판화, 드로잉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제임스터렐 관은 '빛과 공간 예술가' 미국인 제임스터렐 작품이 소장돼있다. 스카이스페이스, 웨지워크, 간츠펠트 등 각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명상, 사색의 시간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세 곳의 중정(파피루스 온실, 삼각코트, 백남준 관)도 지나칠 수 없는 공간이다.
◇ 물 위의 '아치형 입구', 근현대 박고석·김환기·황규백 작품 대표 소장
뮤지엄산의 소장품들은 넓찍한 자연 속 공간에 놓여 자연 조명을 받고 있다. 대표 소장품 '아치형 입구(Archway)'는 조각가 알렉산더 리버만의 작품이다. 잔잔한 수면이 위치한 '워터 가든'에 '아치형 입구'가 놓여있으며 물 위로 조각과 하늘, 본관이 비친 모습이 거울을 연상케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다른 야외 정원, 플라워 가든에 위치한 '제러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 조각이나 페이퍼 갤러리에 소장된 국보 277호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36'도 뮤지엄산의 애장품이다. 주요 근현대미술 소장품으로는 박고석, 김환기, 황규백 작가 작품들이 있다. 현재 <산, 선 그리고 시>란 이름으로 이들 3인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뮤지엄산이 더 미술계의 관심을 받았던 것은 <안도 타다오-청춘> 전시였다.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열린 해당 전시는 안도타다오가 직접 설계한 공간에서 열리는 최초의 전시로 그 의미가 남달랐다. 도전의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청춘'이란 푸른 청사과 조각이 설치됐다. 해당 전시를 통해 30만명의 관람객이 뮤지엄산에 모여들었다.
◇ 계열사 지분 등 47억 출연…뮤지엄산 만든 고(故)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뮤지엄산은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의 장녀인 고(故)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의 일생이 담긴 장소이기도 하다. 이 고문은 국내 대기업 최초 여성 총수로 한솔그룹을 만든 이다. 이 고문은 국내 미술계에도 아트 컬렉터로서 영향력을 펼쳤다. 고미술품을 애정해온 부친의 뒤를 이어 이 고문도 30여년간 근대미술작품을 포함 크고 작은 미술품들을 수집해왔다.
컬렉터로서 그의 면모가 직접적으로 드러난 건 1995년 한솔문화재단을 만들면서다. 이 고문은 미술관 설립을 위해 계열사 주식 등 사재 47억원을 출연, 재단을 설립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에게 뮤지엄산 설계를 의뢰한 것도 이 고문이었다. 그는 안도 타다오에게 "세계 어디에도 없는 최고의 미술관을 만들어달라" 부탁한 것으로 전해진다.
뮤지엄산은 2013년 개관했다. 이 고문은 별세 전 한솔문화재단 이사장으로 뮤지엄산의 사업을 챙겨왔다. 현재는 이 고문의 아들인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한솔문화재단 대표를 맡고 있다. 조 회장의 장녀 조나영 씨 역시 미술을 공부, 리움미술관에서 학예사로 근무한 이력이 회자된 바 있다.
한솔문화재단 이사회는 비상임 이사진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조동길 회장, 이호재 서울옥션 회장,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해 유재길, 김시연, 정진영, 서정기 이사가 멤버다. 한솔그룹 계열사들이 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해오고 있다. 2022년에는 한솔케미칼, 한솔피엔에스, 한솔로지스틱스, 한솔제지 등이 1억~2억원씩 출연을 이어갔다.
2022년 말 재단 재무제표에 표시된 총자산은 929억원이며 그중 미술·서화·골동품으로 표시된 자산은 458억원이다. 재단이 보유 중인 그룹 주식으로는 한솔제지 지분 0.07%, 한솔홀딩스 지분 7.93%가 있으며 해당 지분들의 취득가는 201억원, 재무제표상 장부가는 111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솔문화재단 고용 직원수는 1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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